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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정에서 민주노동당이 한나라당과 손 잡은 것은 잘못이다

4월 2일 한미FTA를 기어코 타결한 노무현·열우당 정부는 내친김에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악까지 시도했다. 비록 통과가 무산됐지만 정부는 국민연금 급여율을 현행 60퍼센트에서 50퍼센트로 낮추고, 보험료율을 2018년까지 12.9퍼센트로 올리려 했다. 여기에 65세 이상 노인 60퍼센트에게 급여율 5퍼센트(고작 평균 9만 원 정도)의 기초노령연금을 준다는 조삼모사도 곁들였다. 민주노동당 의원단이 이 안을 지지하지 않은 것은 옳았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한나라당과 손을 잡고 국민연금법 수정안을 냈다. 한미FTA를 적극 지지하는 한나라당과 말이다. 그것도 한나라당 전여옥이 허세욱 당원의 분신을 두고 “왜 막장인생 15년인 분이 몸을 던져야 하느냐 … 좌파는 부끄러운 줄 알라”고 독설을 퍼부은 날에 말이다. 더구나 이 수정안의 대표 발의자는 바로 정형근이었다!

물론 이 수정안이 ‘더 내고 덜 받는’ 열우당 개악안에 비해 조금 나은 것은 사실이다. 기초연금 대상 노인이 개악안보다 20퍼센트 많다. 기초노령연금 액수도 2018년에 가면 10퍼센트(18만 원 정도)로 열우당 안보다는 많다.

현애자 의원은 한나라당이 “민주노동당과 같은 사각지대 해소 입장을 견지해 주셨고 [한나라당이] 민주노동당 [안의] 기본 골격을 그대로 수용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민주노동당 의원단의 국민연금 대안이 한나라당조차 지지할만큼 지나치게 수세적인 후퇴라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일 뿐이다.

먼저, ‘덜 받는’ 상황을 용인한다는 점에서 명백한 후퇴다. 현행 지급률 60퍼센트를 2018년까지 40퍼센트로 낮추자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더 내는’ 방안에 반대한 것도 노동자들의 보험료 부담을 걱정해서가 아니다. 기업주들의 부담 증가에 반대한 것이다. 우리는 노동자들은 ‘덜 내고’ 기업주들이 ‘더 내는’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

‘수정안’ 옹호자들은 기초연금액이 열우당 개악안보다 5퍼센트 인상됐기 때문에 실질적 혜택이 줄지 않는다고 하지만 현행 60퍼센트 기준에서 봤을 때 후퇴인 것은 분명하다.

또, 기초연금 도입에 필요한 재원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 하는 핵심 쟁점에서도 불필요하게 타협했다. 이런 후퇴는 ‘사회연대전략’에서 나타난 ‘정규직 양보론’과 맞물려 있는 듯하다. 따라서 민주노총·참여연대 지도부가 이 수정안을 지지한 것도 유감스러운 일이다. 한국노총 지도부야 말할 것도 없지만 말이다.

이런 후퇴와 양보는 사회 전체의 복지를 상향 평준화하는 것이 아니라 하향 평준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진정으로 양보를 강제해야 할 대상인 자본가 계급을 겨냥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날 ‘수정안’도 부결돼 “한나라-민주노동당 정책 공조”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이제라도 민주노동당 의원단은 한나라당과 공조 방침을 파기하고 제대로 된 연금개혁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은 한미FTA 반대 운동에서 민주노동당이 잘 보여 주고 있듯이 대중행동을 강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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