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이시우 씨와 인터넷 헌책방 대표 김명수 씨의 구속은 노무현의 공안기관이 얼마나 막나가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이 씨는 1990년대 후반 민통선 대인지뢰 제거 활동부터 지금까지 유엔사 문제, 주한미군이 보유한 화학무기 문제를 언론에 알리는 활동을 해 왔다.
경찰이 문제 삼은 비무장지대의 철책과 초소 사진, 대인지뢰 사진, 진해에 정박한 미군 핵잠수함 사진 등은 인터넷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심지어 경찰은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에서 ‘한국의 아름다운 책 100권’ 중 하나로 선정된 이 씨의 저서 《민통선 평화기행》에 실린 사진들에까지 ‘국가 기밀 유출죄’를 적용했다.
이 씨가 찍은 사진들은 대부분 비무장지대 안의 철책선이나 초소 등 정전협정 위반 사례를 고발하는 사진들이다.
경찰은 이 씨가 2005년에 오산·청주·수원 미군기지에 열화우라늄탄 3백만 발이 있음을 폭로한 기사도 문제 삼았다.
열화우라늄탄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사용해 수많은 어린이와 민간인을 백혈병과 암에 걸려 죽게 만든 끔찍한 무기다. 이런 사실들을 폭로한 것은 국민의 생명과 평화를 지키려는 정당한 행위이지 결코 탄압받을 일이 아니다.
한편, 인터넷 헌책방 대표 김명수 씨가 ‘이적 표현물 판매죄’로 구속된 것은 국가보안법의 마수가 이제 출판물에까지 뻗치고 있음을 보여 준 사건이다.
경찰은 김 씨가 판매한 책들이 “노골적인 친북 성향의 이적도서”이고 “자유시장 경제 체제를 부정하는 내용의 마르크스-레닌주의 원전들”이어서 김 씨를 구속하고 관련 책들을 압수한 것이 정당하다고 우긴다.
경찰은 김 씨가 판매한 책 1백72권을 “이적표현물”로 제시했는데, 그 목록에는 《공산당 선언》, 《국가와 혁명》, 《자본론》 같은 세계적 베스트셀러이자 마르크스주의 기본 입문서도 포함돼 있다.
경찰은 심지어 이런 책을 산 사람들의 이름과 주소 등 자세한 인적 사항을 ‘범죄자 리스트’인양 구속영장에 기재해 놨다. 구입자들 중에는 진보적 단체 활동가들도 여럿 포함돼 있는데, 경찰이 이들까지 처벌하는 것을 검토중이라니 수사가 더 확대될 수도 있다.
이처럼 노무현의 공안기관이 국가보안법을 이용해 가장 기본적인 정치적·시민적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고 출판물까지 제물로 삼아 한미FTA 반대 운동 등을 위축시키려는 것을 그냥 보아 넘겨서는 안 된다.
현재 이시우 씨는 “국가보안법과 함께 죽겠다”며 무려 26일째(5월 15일 현재)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 씨의 부인 김은옥 씨는 서울구치소 앞 촛불집회에서 “이시우 씨 문제는 개인의 일이 아니다. 남편이 저대로 죽지 않도록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에 함께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이 씨의 비장한 투쟁에 강력한 운동 건설로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