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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가 벼랑 끝에 몰렸는가?

2000년대 들어 세계 경제는 넘치는 저금리 신용대출 혜택을 누렸다. 지난 7월 말 세계 주가 폭락으로 금융시장은 저금리 신용대출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저금리 신용대출은 무엇보다 주요 자본주의 국가 중앙은행들의 정책 덕분에 가능했다. 2000~2001년에 미국 경제 불황과 9·11 공격에 직면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중앙은행]는 금리를 대폭 낮췄다.

이 덕분에 미국 경제는 불황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이것은 1990년대 후반 미국 자본주의를 지탱했던 금융 투기의 물결을 다시 일으켰다.

금융 투기의 대상은 증권에서 주택으로 이동했다. 저금리 덕분에 주택담보대출이 쉬워졌고 주택 가격이 상승했다. 주택 소유주들은 높은 자산 가격에 의지해 돈을 빌렸고 소비를 늘렸다.
이런 대출금은 주로 값싼 중국산 공산품을 사는 데 쓰였다. 올해 초에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1조 2천억 달러였다. 이 돈이 다시 미국으로 흘러들어간다. 중국 국가가 미국 정부 채권을 사들이면서 미국의 투기 물결을 돕고 있는 셈이다.

투자은행, 헤지펀드 등은 이런 저금리 신용대출을 이용해 돈을 벌었다. 그들은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을 발전시켰다. 이것은 신용도가 낮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평균보다 높은 금리를 받고 주택담보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또, 투자은행과 헤지펀드 등은 ‘차입금을 이용한 기업 인수·합병’(LBO)도 확대했다. 사모펀드들을 비롯한 기업 사냥꾼들은 값싼 차입금으로 기업들을 인수·합병한 뒤 ‘구조조정’을 추진하면 더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비우량 주택담보대출과 LBO는 위험 부담이 높다. 그래서 투기꾼들은 위험을 분산시키려고 새로운 금융기법들을 개발했다.

불안정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부채담보부증권(CDO)이다. 이것은 채권자가 채무자의 파산 위험에 대비해 다른 투자자에게 이자소득을 나누는 조건으로 부채 일부를 판매하는 것이다.

중앙은행들은 CDO가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지만 여차하면 불안정도 확산시킬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헨리 맥시라는 똑똑한 투자분석가(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보낸 독자편지에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이 흥미로운 이유는 … 미국의 새로운 신용창조 메커니즘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즉, 중앙은행과 핵심 은행 시스템이 더는 신용창조 과정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하고 지적했다.

헤지펀드 등이 엄청난 양의 돈을 대출하면서 경제에 돈이 넘치게 됐다. 그러나 맥시는 “만약 제2금융권이 공급한 유동성이 고갈될 만큼 위험 부담이 더욱 높아지면, 신용경색이 시작될 것이고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고 경고했다.

이 경고가 지금 실현되고 있다. ‘신용경색’은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올리면서 시작됐다.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했다. 높은 경제성장률로 원료와 식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영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경제성장률을 낮추기 위해 대출금리를 높이기로 결정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신중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봄 금리 상승으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미국 주택 시장과 건축 산업은 불황에 빠졌다.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벤 버냉키는 그것이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지엽적 문제라고 주장했다.

지난 몇 주 동안 일어난 일로 그는 자기 말을 취소해야 했다.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에 깊숙이 연관된 자신의 헤지펀드 두 개가 사실상 자산을 다 까먹었다고 인정한 것이 전환점이었다.

기업들은 대출이 어렵고 대출금리가 갑작스레 높아졌음을 깨달았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금 신용시장이 공포에 떨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수·합병 붐에 따라 크게 치솟은 주가가 떨어진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투기 물결의 갑작스런 중단이 실물경제로 확산돼 실물경제 불황이 일어날 것인가이다. 답을 곧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영국의 혁명적 반자본주의 주간지 <소셜리스트 워커>에 실린 글(http://www.socialistworker.co.uk/art.php?id=12625)을 번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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