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단일후보를 자처하는 문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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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경선이 진흙탕 개싸움이 되면서 문국현이 어부지리를 얻는 듯하다. 그의 지지율은 조금 올라 4∼5퍼센트를 넘겼다. 그러나 범여권의 추잡한 경선과 지리멸렬에 비한다면 문국현의 바람은 미풍이고 지지율 상승도 소폭이다.
그도 그럴 것이 문국현이 범여권과 후보단일화를 모색하는, 범여권의 일부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문국현의 근본적 한계다. 그는 “이미 나를 중심으로 단일화됐다”며 호기를 부리긴 하지만 범여권 ‘도토리’들의 지지표조차 제대로 이동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그와 진보대연합을 해야 한다거나, 그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
문국현이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비정규직의 아픔에 공감하며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진보·개혁적 언어를 쓰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의 기대와 그의 실체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
문국현은 친환경적 이미지를 내세우지만, 그린피스는 유한킴벌리의 모기업이자 문국현이 동북아 경영을 담당하기도 했던 킴벌리 클라크를 미국의 원시림을 마구 벌채하는 대표적 반환경 기업으로 지목했다.
문국현은 이런 기업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라고 칭송한다.
또, 문국현은 이명박의 경부운하 사업 공약을 “대재앙”이라고 비난하지만, 광주전남지역 환경·시민 단체들이 사실상 “호남운하”라고 비판하는 ‘신영산강 프로젝트’를 “친환경적”이라며 지지한다.
“기업가의 시대정신”
문국현의 비정규직 정책도 기대와 다른 방향이 될 가능성이 많다. 문국현 캠프는 분리직군제와 비슷한 직무군 중심의 임금체계를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방식으로 인정”한다. 이리되면 ‘중규직’·‘무기한 비정규직’이 확대되는 결과만 낳을 것이다.
문국현은 비정규직·일자리 문제의 해법으로 유한킴벌리 모델을 제시한다. 물론 유한킴벌리 모델은 생산과정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들이 혁신의 주체라는 점, 그러기 위해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경영에 노동자들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잘 짚어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전체 노동자들의 고용을 안정시키고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문국현이 이 모델을 제시하는 이유는 “노동상품이 지식상품으로 고부가가치화되며 … 경쟁력이 올라가고 시장점유율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즉, 자본의 경쟁력 향상 전략이다. 이 때문에 현실에서는 모순을 빚는다.
문국현은 이 모델로 노동시간을 단축해 과로를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노동 시간이 준다 해도 단위 시간당 노동강도가 세지면 과로를 줄일 수 없다. 더구나 유한킴벌리 모델은 임금체계를 연공서열에서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어서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은 더 심해질 수도 있다.
최근 문국현이 유한킴벌리 모델의 성공 사례로 꼽는 한국타이어에서 10여 명의 노동자들이 돌연사한 것도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꼽혔다. 여기에 “무재해 근무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 때문에 노동자들이 산재 신청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한킴벌리 모델이 오히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보완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예컨대, 포스코가 이 모델을 적용하는 과정은 광범한 구조조정과 외주화 과정이기도 했다. 포스코는 최근 3년 동안 거의 2천여 명에 이르는 인력을 감축했다.
결국, 민주노동당 권영길 선본의 지적대로 “문국현 전 사장의 시대정신은 기업가의 시대정신일 뿐”이다.
문국현은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면서도, 신자유주의의 기관차 구실을 하는 다보스 포럼을 칭송한다. 그가 곧 만들 신당에는 “대기업을 하신 분들이 10여 분 정도 참여”해 “국가 경쟁력 향상”을 논할 것이라고도 한다.
또, 국가보안법 개폐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정직한 공격보다는 전략적인 공격을 해야”한다며 “북미수교라는 빅뱅으로 국가보안법 등과 같은 문제는 통 크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직답을 회피했다. 그는 한국군 해외 파병도 “전투병만 아니라면” 괜찮다고 본다. 문국현을 진보적 후보로 보는 것은 착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