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혁명 90주년 특집 ⑵ ②:
노동계급을 이끈 정당
〈노동자 연대〉 구독
올해는 러시아 혁명이 일어난 지 90년이 되는 해이다. 이를 기념해 러시아 혁명 90주년 특집 기획을 두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1905년 러시아 [혁명]에서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까지 20세기는 혁명의 시대였다. 그러나 노동계급이 권력 장악에 성공한 혁명은 1917년 러시아 혁명뿐이었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은 무엇이 달랐는가?
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생적 저항이 반드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소수 특권층은 정치·경제 권력을 모두 소유·통제하고 터무니없이 부유하게 사는 반면 압도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쥐꼬리만 한 수입을 위해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사회 체제에는 긴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생적 투쟁이 아무리 고무적일지라도 그런 투쟁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노동자 혁명이 성공하려면 사회주의 조직도 필요하다. 자생성과 조직은 서로 대립하지 않는다. 둘 다 혁명의 성공에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러시아에는 볼셰비키라는 혁명정당이 있었기에 노동자·병사·농민들의 용감한 투쟁이 권력 장악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레온 트로츠키가 썼듯이, 당은 계급투쟁이라는 증기를 밀어올리는 피스톤이다. 피스톤만으로는 힘을 낼 수 없지만, [피스톤에 의해] 압축되지 않은 증기는 사방으로 흩어져 힘을 잃고 말 것이다.
볼셰비키의 [사회적] 기반은 러시아의 가장 전투적인 사회 계층, 즉 노동자·병사·농민이었다. 볼셰비키는 노동계급과 분리돼 있지 않았다.
그들은 동료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했고, 패배와 승리를 함께했고, 그렇게 투쟁을 이끄는 과정에서 동료 노동자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볼셰비키는 단지 최상의 활동가가 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전단·신문·소책자·서적 등을 발행해서 사회주의 사상을 전파하고, 반제국주의 투쟁에서 여성의 권리까지 온갖 문제에 대해 노동자들을 교육했다.
오늘날 [일방적] 명령을 거부하고 그 부당성을 따지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널리 쓰이는 “볼쉬”(bolshy)라는 단어도 이 용감한 혁명가들에서 유래한 것이다.
볼셰비키 형태의 정당 조직을 가장 유명한 볼셰비키 지도자 이름을 따서 흔히 “레닌주의” 정당이라고 부른다.
독재적 지도부가 일방으로 명령하면 모든 회원은 기계적·맹목적으로 복종하는 것이 레닌주의 정당의 특징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이런 생각은 [영국] 노동당 같은 정당에 더 잘 맞는다. 오늘날 노동당에는 당원들이 지도부의 조처나 견해에 도전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없다.
노동당은 스스로 “광범한 교회”[영국 국교회 가운데 로마 가톨릭 전통을 강조하는 고(高)교회파나 반(反)로마 복음주의 성향의 저교회파와 달리 자유주의 신학 경향을 지닌 중도 교파(광교회파)를 빗댄 말]라고 자랑한다. 그러나 이 말은 노동당이 기업주와 노동자, 흑인과 인종차별주의자, 동성애자와 동성애 혐오자를 모두 당원으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혁명정당은 인종차별에 대해 단 하나의 견해만을 갖고 있다. 간단히 말해, 인종차별주의자들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혁명정당은 “광범한 교회”가 아니다. 혁명정당은 정치 의식이 가장 뛰어나고 가장 전투적인 노동계급 활동가들의 조직이다. 레닌은 이런 조직을 전위 정당이라고 불렀다.
볼셰비키 당은 대단히 민주적이었다. 레닌은 자신의 견해를 당원들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소수파
몇 번이나 볼셰비키 지도부 내에서 소수파가 된 레닌은 지도부와 일반 당원들 사이에서 논쟁을 벌여 동지들이 자신을 지지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모든 상황에서 레닌이 항상 해답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노동자들의 경험을 귀담아 들었다. 지도자로서 레닌의 강점은 계급에게 배워 정책을 바꿀 수 있는 그의 능력과 자세였다.
예컨대, 1905년 혁명 때 노동자들은 처음으로 노동자 평의회(소비에트)를 건설했다. 소비에트는 레닌이 발명한 것은 아니었지만, 레닌은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도구인지를 깨달았다.
그는 소비에트가 노동자·농민이 사회를 조직하는 대안적 민주주의 기구가 될 수 있음을 예견했고, 1917년에 소비에트 권력을 지지했다.
레닌주의 조직의 핵심 특징 가운데 하나는 민주적 중앙집중주의라는 당내 민주주의이다.
당 기구들과 당원 전체의 토론을 거쳐 일정한 행동 방침이 결정되면 모든 당원은 예외없이 그 결정에 따라야 한다.
이것은 주류 정당들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국회의원들은 [4∼]5년에 한 번씩 선출되고, 심지어 그들이 특정 쟁점에서 자신을 선출한 유권자 다수의 견해와 어긋나게 표결하더라도 다음 총선 전까지 그들을 소환할 수 없다.
그러나 노동조합원들에게는 민주적 중앙집중주의가 아주 익숙할 것이다. 표결을 통해 다수가 파업을 하기로 결정했으면, 파업에 반대표를 던진 조합원을 포함해 모든 조합원들이 파업을 지지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노동계급이 가진 단 하나의 진정한 힘 ― 집단적 힘 ― 을 잃어버릴 것이다.
볼셰비키는 어떻게 싸워야 승리할 수 있는지를 그들의 행동으로 거듭거듭 입증함으로써 노동자·농민을 대거 당원으로 가입시킬 수 있었다.
당시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볼셰비키는 항상 ‘우리가 아니라 삶 자체가 여러분을 설득시킬 것입니다’ 하고 말했다.”
세계 전역의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전쟁·기아·착취에 시달리고 있다. 버마에서 베네수엘라까지, 체제에 저항하는 투쟁이 분출함에 따라 노동자들에게 어떤 종류의 정당이 필요한가 하는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오늘날 혁명가들은 노동조합과 지역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일상 활동을 벌이고 있다. 우리는 아주 사소한 항의에서 거대한 파업까지 모든 투쟁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는 항상 [운동과 투쟁을] 전진시킬 실천적·구체적 방안을 내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또, 모든 저항 행동과 더 광범한 사회주의 이상 ― 평범한 대중이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는 사회 ― 을 서로 연결시킨다.
혁명가들은 더 나은 세계를 위해 투쟁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모두 지도하려고 애쓴다.
왜냐하면 미국인 기자 존 리드가 1917년에 러시아의 엄청난 투쟁을 보며 말했듯이, “노동자 대중은 위대한 꿈을 꿀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꿈을 실현시킬 능력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