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정치에 무관심하고 보수화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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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총선 결과를 두고 20대의 정치 무관심과 보수화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논란은 20대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이 53퍼센트나 나오고(4월 7일 MBC 여론조사), 총선에서 20대 투표율이 19퍼센트에 불과하자 더욱 불거졌다.
그러나 낮은 투표율을 감안하면 20대 중에 고작 10퍼센트만이 한나라당에 투표한 셈이다. 보수화 테제는 단순한 통계에도 기초해 있지 않은 인상적 평가에 불과하다. 실제 지난 대선 직후 여론조사에서 20대의 27퍼센트만이 자신이 보수적이라고 답했고, 여전히 32퍼센트는 자신이 진보적이라고 답했다.
20대의 유력한 특징은 보수화가 아니라 공식정치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이다. 주류 언론들은 흔히 이를 20대의 낮은 정치의식이나 개인주의 탓으로 돌린다. 〈중앙일보〉는 “20대는 선거에 참여해 정상적인 민주 시민의 역할을 배우기 바란다” 하고 역겹게 충고했다.
한국 사회가 권위주의에서 벗어나는 시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지금의 20대가 자유주의적·개인주의적인 가치관을 갖기 쉬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곧 낮은 정치의식을 뜻하지는 않는다.
20대의 상당수는 자라면서 IMF 경제 공황과 신자유주의,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을 경험하면서 미국 제국주의에 대한 반감을 키워 왔다. 이런 반감 때문에 그토록 많은 20대가 2002년 효순·미선 압사 항의 운동과 2003년 이라크 전쟁 반대 운동에 참가했던 것이다.
효순·미선 압사 항의 운동
동시에 많은 20대는 자신들의 진보개혁에 대한 열망을 공식정치에도 반영하고 싶어 했다. 이것이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의 당선으로 표현됐다. 그러나 노무현의 배신 때문에 기대는 환멸로 변했다.
이것이 20대로 하여금 공식정치에 대해 더욱 무관심하게 만든 계기였다. 그 결과 지난 대선에서 절반이 넘는 20대가 투표에 참가하지 않았다. 66퍼센트에 달하는 20대가 찍을 만한 “대안 정당이 없다”고 여겼다(〈한겨레〉 2008년 1월 1일치). 노무현의 후계자 정동영은 20대에서 가장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했다.
덕분에 이명박은 반노무현 반사이익의 수혜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한나라당의 우파적 정책을 지지했다기보다 막연히 이명박이 경제를 살리고 이를 통해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실낱같은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이명박 집권 한 달여 동안 친재벌 정책, 영어몰입교육, 각종 부패 추문, 권위주의 강화, 한반도 대운하 추진 등 이명박이 자신들의 예상보다 더 반동적 정치인으로 여겨지면서, 그나마 대선 때 이명박을 지지했던 20대 중 상당수마저 이탈했다.
20대의 민주당 지지율은 총선에서도 다른 세대에 비해 낮았는데, 아직 배신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즉, 20대의 저조한 투표율은 주류 정치 세력들의 배신과 개악에 대한 냉소와 환멸의 결과물이다. 기성 정당에 대한 환멸이 아직 민주노동당으로 충분히 옮아오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것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라기보다는 대체로 기성 정당들이 초래한 공식정치에 대한 불신에 묻혀 아직 유력한 대안 세력으로 부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대는 정치 일반에 대해 무관심하지 않다. 공식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내는 순간에도 20대는 등록금 인상에 반대한 커다란 운동을 건설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 서적들이 20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여전히 진보와 개혁을 바라는 20대들은 건재하다. 그리고 그들은 기성 정당들이 제공해 주지 못하는 불합리한 체제의 대안에 대해 갈증을 느끼고 있다. 변혁적 반자본주의자들이 이들에게 우호적으로 다가가 참을성 있게 명확한 대안을 제시한다면, 장래에 이들을 변혁적 정치 활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이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