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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일명 “고대녀” 김지윤 인터뷰:
“20대가 보수화했다고요?”

토론에서 한승수와 김종훈을 쩔쩔매게 해 국민 스타가 된 고려대 사회학과 4학년 김지윤 학생을 만났다. 삼성과 고려대 당국에 맞서다 출교를 당했지만 천막농성을 하며 7백 일 동안 굴하지 않고 싸워 지난 3월에 복교를 쟁취한 그녀가 이제는 촛불 운동의 목소리 구실을 하고 있다.

이제 전국적 정치 스타가 되셨는데 본인의 소감은 어떠신지요.

갑작스러웠죠. 친구들한테 문자를 받고 깨달았어요. 제가 한 일이 크다고 생각진 않지만, 이 운동에 기여를 했다는 생각이 들고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어 뿌듯해요.

한승수, 김종훈 등 정부 당국자들과 토론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요?

한승수 총리가 얘기했던 것은 간단해요. 하나, 정부를 믿어달라. 둘, 이제 국민 뜻 알았으니까 그만 좀 해라. 셋, 자유무역 해야 하니까 필요하다. 넷, 그러니까 재협상 안 된다. 녹음기처럼 이 말만 하더라고요. 전혀 들을 자세가 아니에요.

제가 검역 체계의 허술함과 이전의 재협상 사례를 들어 반박했는데, “경제가 중요하다”, “자동차 많이 팔아야 한다”, “국가 신뢰도 문제가 있다” 등 똑같은 소리만 해요. 국민들의 뜻을 듣기는커녕 위기만 모면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거죠.

‘촛불’ 초기에만 해도 20대가 탈정치화했다는 얘기가 무성했는데요?

10대를 부각하다 보니 20대를 과소평가하는 것 같아요. ‘20대는 이명박 찍었고 보수화됐다’고 하는데, 학교에서 홍보전 해 보면 그렇지 않았어요. 먼저 와서 서명하고 궁금한 걸 물어보는 대학생들이 참 많아요. 다만, 학생회 차원으로 많이 오지는 못해서 덜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제 친구 중에도 [촛불시위에] 가고 싶은데 할 일이 너무 많다고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저도 2년 만에 학교 다녀보니까 이해가 돼요. 리포트도 써야 하고, 시험 준비, 조별 발표까지, 그런데다가 졸업요건은 강화돼서 토익도 봐야 하고, 한자·컴퓨터 자격증에 …. 근데 등록금이 비싸니까 아르바이트도 가야 하는 거예요. ‘하루가 정말 스물여섯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조금이라도 더 자게 …’ 이러는 친구가 있을 정도로 경쟁에 찌든 우리들의 생활은 팍팍해요.

그런데 6월 10일에는 ‘그래, 내가 평소에는 못 갔지만 오늘은 꼭 가야겠다’ 이런 친구들이 많았어요. 고려대는 동맹휴업이 80퍼센트 찬성으로 가결되고, 학내 집회도 2백~3백 명이 나왔는데 행진하면서 대열이 불어나서 광화문 도착할 때는 1천여 명이나 됐어요. 그래서 그런지 어떤 언론은 [촛불 시위의] 주축이 10대에서 20대로 바뀌었다고도 하더라고요.

[교내]식당에서 밥 먹다 보면 모두가 동맹휴업 얘기 하고 있고, [고려대 LG포스코관에 있는] ‘이명박 라운지’의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도 하고 그래요. 거리에서 느껴지는 열기가 대학에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대학생들의 과제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줄 세우기 식 미친 교육을 강요당하는 청소년들은 대학 가서도 다르지 않아요. 대학자율화·국립대법인화하면서 등록금도 올리고, 재정은 경영 성과가 좋은 학과에 편중 지원해요. 이런 게 강화될수록, 경쟁 논리가 학생들에게 주입되고 영어몰입교육을 강요당해요. 이런 현실이 우리로 하여금 자유로운 정치활동 참여를 어렵게 만드는 요건이기도 하죠.

이명박은 인수위 시절부터 등록금 인상 반대하는 학생들 잡아갔잖아요. 한나라당은 반값등록금 공약에 대해 그런 거 없었다고 발뺌했어요. 청소년들이 광우병 반대를 외치면서 미친 교육 반대도 외쳐 국민적 공감을 샀듯이, 대학생들도 광우병 문제와 교육시장화, 대학 경쟁 강화, 대학자율화 반대를 결합시켜야 해요.

이건희 철학박사학위 수여 반대 시위와 병설보건대 통폐합 문제 등으로 출교 처분을 받았다가 7백 일 동안 싸워서 복학하셨죠? 소위 ‘교수 감금’ 등의 오해와 출교 사태의 진실도 듣고 싶습니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자칭 ‘대한민국 CEO’라 잖아요. 근데 당시 고려대 어윤대 총장도 자기더러 ‘고려대 CEO’라고 했어요. 이명박이 대한민국을 기업처럼 운영하면서 소수 부자들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처럼, 바로 어윤대도 돈벌이 되는 학문만 밀어주고, 기초학문들은 무시했고, 대학을 기업에 팔아넘기려 했어요.

대표적인 것이 삼성 이건희 회장에게 철학박사학위를 수여하는 것이었죠. 게다가 삼성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탄압하고 불법 세습하는 나쁜 기업이잖아요. 이런 기업의 회장에게 철학박사학위를 수여할 수 없다고 판단한 학생들이 시위를 했었는데, 이 시위가 ‘고려대 기업만들기 프로젝트’에 대한 상징적 저항으로 자리 잡으면서, 학교로서는 신자유주의적 대학 경영에 제동이 걸렸어요. 이 때문에 저희가 학교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던 거죠.

병설보건대 문제도 마찬가지에요. 고려대는 돈벌이를 위해 의대·간호대·보건대 등을 기반으로 ‘메디컬 플렉스’를 만들려고 해요. 그래서 병설보건대를 통합하기로 했는데, 보건대 학생들은 전문대생이라며 차별받았고 무시당했어요. 학교 당국은 이에 저항한 학생들을 교수 ‘감금’으로 왜곡하면서 낙인찍고 학생들을 쫓아냈던 거죠.

일부는 저를 교수를 ‘감금’한 ‘패륜아’인데, 실체를 숨기고 평범한 학생인 것처럼 위장한다고 해요. 그러나 저는 출교생이었던 것이 한 치도 부끄럽지 않아요. 오히려 제가 대학 기업화를 당해봤기 때문에 현실이 얼마나 끔찍한지, 우리가 경쟁 강화로 얼마나 고통받는지 체험하게 됐고, 이 때문에 이명박의 미친 정책들이 얼마나 안 좋은지 더 분명해졌어요. 법원에서도 ‘교수 감금’ 아니라고 인정했는데 [법원 결정도 무시하고] 저를 비난하는 분들은 분명 나쁜 의도가 있는 거예요. 우리 운동의 정당성을 훼손하려는 거죠.

간혹 지윤 씨가 다함께 회원·민주노동당 당원이라며 문제 삼는 분들도 있어요.

“개인으로 오고 단체로 오지 말라”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근데 제가 다함께 회원이건 민주노동당 당원이건 한국 사회에 사는 한 시민으로서 광우병 문제에 맞닥뜨리는 건 누구나 똑같은 거잖아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으려는 것인데 그게 자발성을 훼손시킨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실제로는, 다함께 활동을 하면서 광우병 문제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고 더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제가 [토론회 때] 발언했던 내용들도 저 개인이 똑똑해서가 아니라, 활동을 하면서 배운 것들, 주간 〈맞불〉에 나온 기사, 광우병대책회의 자료 등의 도움을 얻어서 알 수 있었던 거예요.

근데 운동이 점점 성장하고 규모가 늘면서 이런 비방과 왜곡이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제가 느끼기에 우리의 단결이 중요하고 공동의 적에 맞서서 싸우는 게 중요하다는 걸 사람들이 경험했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요즘은 집회장에서 다함께 해코지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시민들이 나서서 방어해 줘요.

앞으로 이 촛불 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과제에 대해서 지윤 씨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광우병 문제는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이명박 식 마인드의 큰 흐름에서 나온 여러 문제 중 하나에요. 우리가 든 촛불은 민영화 프렌들리, 전쟁 프렌들리, 미친 교육 프렌들리, “비즈니스 프렌들리” 이 모두에 반대하는 길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10년 만의 정권 탈환이라고 의기양양하던 한나라당과 조중동이 우리의 촛불 앞에서 벌벌 떠는 게 보여요. 여기서 쐐기를 박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요. 여기서 흐지부지되면 저들이 우릴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반격을 하겠죠. 물론 식물 대통령이라는 얘기도 나오지만 불도저처럼 밀어붙일 기회를 항상 엿보고 있을 거예요.

여기서 쐐기를 박으려면 노동자들이 결합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조중동이 언제는 우리더러 불법이라더니 이제는 시민의 자발성이 중요하지 노동자가 웬말이냐고 해요. 노동자도 시민인데 말도 안 되는 얘기죠. 〈조선일보〉가 배후설 제기하면서 민주노총의 참여를 막으려고 했던 것도 파업의 힘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광우병 하역 거부를 선언하고 유가 인상에 맞서는 화물연대 노동자들처럼 의료 민영화에 반대해서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싸우고, 이명박 정부의 미친 정책들을 막기 위해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일손을 놓아버린다면 쐐기를 박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학생들도 이제 곧 시험이 끝나는데, 방학 때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도심에서 벌어지는 행동에 참가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6월 10일에 연단에서 “노동자들에게 비정규직화와 민영화를 강요하는 이명박 정부에 맞서자”고 호소했을 때 깜짝 놀랄 정도로 노동자들이 큰 함성과 박수를 보내 주셨어요. 바로 그 노동자들이 싸울 수 있다면 우리에겐 엄청난 힘이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민주노총이 빨리 총파업에 돌입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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