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노동자들이 나서면 승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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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노동자들의 미친 소 하역·운송 저지 선언은 이명박 반대 투쟁의 희망을 보여 줬다.
자본주의에서 물류는 핏줄과도 같아서 물류가 멈추면 산업이 마비된다.
2003년에 화물연대가 생존권을 요구하며 파업했을 당시 노동자들은 포스코의 정문을 일주일간 틀어막고, 부산의 주요 부두와 주요 물류 시설을 봉쇄했다. 포스코 등은 하루에만 1천5백억 원 가량의 손실을 봤다.
결국 화물연대의 강력한 파업은 2주일 만에 거의 모든 요구를 쟁취하고 승리했다. 이번에 운수노조는 이 힘을 광우병 쇠고기를 막는 데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운수 노동자들의 힘은 역사적 사건들에서도 빛을 발했다. 1917년 2월, 러시아에서 혁명이 일어나 왕정이 폐지됐다. 그러나 5개월 만에 역사를 되돌리려는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다. 이 때 러시아 철도 노동자들은 쿠데타 군이 철도를 이용할 수 없도록 철로를 들어내 바리케이드를 쌓았고 쿠데타 군 사병들에게 이탈을 호소했다. 쿠데타 군은 총 한 방 쏴보지 못하고 공중분해 됐다.
운수 노동자만이 아니라 조직 노동자들이 사회악을 제거하고 역사의 진보를 이루는 데 강력한 힘을 발휘한 예는 수없이 많다.
1996년 말에 김영삼이 노동법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안기부(지금의 국정원)법 개악안을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시켰을 때, 민주노총은 연인원 3백만 명의 노동자가 참가한 총파업으로 이를 개정시키고 김영삼 정권을 시체로 만들어 버렸다.
2006년 프랑스에서 프랑스판 비정규직 악법인 ‘최초고용계약법’(26세 미만의 노동자를 고용 2년 안에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는 법)이 통과됐을 때 지금처럼 학생들이 먼저 투쟁에 나섰다. 이에 힘을 얻은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고 조직적으로 시위에 참가하자 결국 프랑스 정부는 이 법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이 대부분의 경우에서 대중적 분노와 행동, 조직 노동자들의 파업이 결합됐다.
운송 저지 투쟁을 약속한 화물·덤프 노동자들은 그야말로 생존의 벼랑 끝에 몰려 있다. 물가와 유가는 폭등하는데 화물·덤프 노동자들의 운송료는 10년 전과 똑같다. 그래서 화물·덤프 노동자들의 오래된 구호는 “차라리 죽여라”이다. 그런데 미친 이명박은 다음달부터 기름값 보조금마저 끊겠다고 한다.
운수 노동자들은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투쟁만이 아니라 여기에 더해 모든 사람들을 위한 투쟁을 하려 한다. 그렇기에 파렴치한 정부나 조중동이 노동자들을 마녀사냥하고 탄압하려 한다면 우리는 분명히 반대해야 한다.
5월 9일 집회에서도 운수노조 정호희 정책기획실장은 “우리 아이가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전해 주면서 이렇게 물어봤다. ‘아빠 또 감옥가는 거냐’ … [그러나]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수송 저지 투쟁을 하겠다” 하고 말했다.
이들을 따라 전교조, 보건의료노조, 금속노조 등도 이 싸움에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많은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연금삭감, 민영화 등에 시달리는 만큼, 이들 노조도 자신들의 문제를 광우병 수입 저지와 함께 걸고 투쟁한다면 좋을 것이다.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시민들을] 뒤따라가고 있고,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미안하고 안타깝다”며, 조직적 결의를 통해 “80만 조합원 중 40만이라도 길거리에 나오게 해 국민과 함께 투쟁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런 결의는 당장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화물연대의 2003년 5월 투쟁처럼 물류 창고를 틀어막고, 도로를 점거하고, 항만을 봉쇄하며 싸워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미친 소뿐 아니라 미친 이명박의 ‘리콜’까지 함께 쟁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