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시민과 불순한 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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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순수한 의도를 가진 시민과 특정 불순세력을 분리하는 게 급선무”라며 “공안대책협의회를 긴급 소집해 배후 세력 색출 방침을 밝힌 것도 이런 목적”(청와대 관계자)이라고 했다. 촛불을 이간질시켜 결국 사그라들게 하려는 더러운 꼼수를 쓰는 것이다.
한나라당 원내대표 홍준표도 “초반에는 자발적인 참여자가 대부분이었는데, 그 이후에는 민주노총과 정치세력이 가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이간질을 시도했다.
자생적 대중의 저항에 조직 좌파나 노동조합 등이 결합해 이 운동이 더 강력하게 발전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빨갱이”니, “친북”이니, “노동귀족”이니 하면서 조직 좌파와 노동조합 들을 매도하고 다수 대중과 분리시키는 것은 조중동과 정권들의 오랜 수법이었다.
더구나 자발적으로 저항에 나선 대중 속이나 다음 아고라 등에 경찰 첩자(프락치)들이 스며들어 이런 야비한 이간질과 악선동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이간질과 악선동에 결코 동조해서는 안 된다. 물론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일부 좌파 조직들의 미숙한 점이나 실수에 대한 정당한 불만과 비판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과 조중동이 아니라 좌파 조직들에게 주된 공격의 화살을 돌리고, 나아가 1천7백여 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연합한 광우병국민대책회의을 불신하도록 몰아가는 것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결코 이 운동의 전진과 승리가 아니라, 분열과 후퇴다.
그 점에서 시민들의 자발성만을 일면적으로 강조하는 일부 사람들의 태도는 안타깝다. 이들은 조직 좌파나 노동조합 등의 적극적인 참여가 운동의 활력을 억누르는 것이라며 반대한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가 집회와 행진을 지휘하고 책임지는 것도 반대한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의 방송차나 확성기 사용까지 반대한다. 그냥 개인들이 자율적으로 알아서 하면 모든 게 잘 될 거라는 식이다. 확성기나 마이크를 빼앗으려는 물리적 행동까지 불사한다.
이간질
그러나 한 달 가까이 광우병국민대책회의가 힘겹게 진행해 온 촛불집회는 대중의 자발성이 결집되고 표출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줬지 가로막은 게 아니다. 고시 이전까지 많은 사람들이 광우병대책회의에 불만을 제기했던 것도 거리 행진을 조직하고 책임지라는 것이었다.
광우병 쇠고기와 이명박 정부에 반대하는 1천7백여 기층 풀뿌리 시민사회단체들의 연합체가 운동의 정치적 상징 구실을 하는 것은 결코 비민주적인 것이 아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의 집회와 행진 주도 노력을 소수의 개인들(그 속에는 경찰 첩자도 섞여 있는 듯한)이 물리적으로 가로막고 마이크를 빼앗고 위협하는 행동이야말로 비민주적인 것이다.
왜 광우병국민대책회의가 아니라, 어떤 대표권 위임이나 검증 과정도 거치지 않은 소수의 사람들이 주도권을 가져야 한단 말인가?
87년 6월 항쟁 때 범국민운동본부가 있었듯이, 모든 거대한 운동에는 정치적 대표체의 필요가 제기된다. 그 대표체가 대중적 지지 속에 민주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운동을 이끈다면 그것은 결코 대중의 활력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다.
결국, 우리는 이런 식의 태도로 조직 좌파나 노동조합 등이 이 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을 꺼리도록 만들어서는 안 된다. 자생적 대중의 저항에 조직 좌파와 노동조합 등이 적극 결합해서 이 운동이 더욱 강력하게 이명박을 압박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