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간첩 사건이 보여 준 것:
탈북자 차별ㆍ통제 강화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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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읽기 전에 “여간첩 사건이 보여 준 것: 이명박의 공세를 위해 사회분위기 냉각시키기”를 읽으시오.
탈북자 인권 수호에 앞장서는 양 행세하던 우익 언론들은 이번 사건을 선정적으로 보도하면서 국내 거주 탈북자들에 대한 편견을 조장했다. 이미 2006년 한나라당 의원 정형근은 “탈북자 중에는 간첩이 많다”며 탈북자 혐오증을 부추긴 적이 있다.
이런 우익의 이중성은 그들의 대북 인권 제기가 정략적일 뿐임을 반영한다. 한편에서 반공 논리를 강화하고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탈북자들을 이용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 탈북자들에 대한 대중의 편견을 조장해 탈북자 전면 수용이라는 ‘부담'을 피하고자 한다.
이번에도 국정원과 통일부는 ‘위장 탈북 간첩'을 빌미로 탈북자들의 입국 심사를 강화하고 국내 거주 탈북자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 한다. 탈북자 가운데 간첩이 섞여 있다는 이유로 그들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해 통제·억압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탈북자들을 각종 반북 안보 강연에 동원하고 심지어 대북 첩보원으로 삼으려 했던 자들이 ‘탈북자 안보 위협론'을 제기하는 것은 위선적이기 짝이 없다.
압도 다수의 탈북자들은 평범한 노동자·서민이다. 이들은 극심한 경제적 곤궁 때문에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은 사람들이다. 매년 남한에 입국하는 탈북자 중 관리직·전문직 이상은 3~4퍼센트에 불과하다.
인도주의?
우익은 남한의 ‘인도주의적' 탈북자 수용 정책을 북한이 악의적으로 이용했다지만, 남한 정부의 탈북자 수용은 매우 제한돼 있다. 게다가 북한을 이탈해 10년 이상 해외에 체류한 탈북자에게는 정착 지원금조차 주지 않는다. 이는 1990년대 중반의 식량 위기 때문에 최대규모로 북한을 이탈했던 주민들을 사실상 방치겠다는 것이다. 이게 남한의 ‘인도주의적 탈북자 수용정책'이다.(최근 이명박은 세계식량계획의 대북 식량 지원 요청조차 묵살하고 있어 북한 민중을 굶겨 죽이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탈북자들이 자유왕래할 권리도 제약돼선 안 된다. 자유왕래가 가로막혀 있기에 일부 탈북자들은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하다 북한에 밀입국하기도 한다. 북한의 가족을 돕기 위해 비밀리에 돈을 부친다. 북한 현지에 연결된 탈북자들의 비공식 네트워크들은 이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남과 북 정부 모두 이런 탈북자들의 네트워크를 불온한 것으로 취급한다.
원정화 사건은 가뜩이나 열악한 탈북자들의 처지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현재 탈북자들의 실업률은 무려 20퍼센트에 가깝다. 편견과 생활고에 지쳐 일부는 자살을 택하기도 하고 일부는 제3국으로 망명하길 원하지만 이조차 쉽지 않다. 탈북자들은 남북한 지배자들의 위선 때문에 남과 북 모두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됐다.
남한의 진보진영은 남북한 민중의 연대라는 관점에서 탈북자들의 이주 자유를 옹호하고, 그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맞서 싸워야 한다.
북한 체제에 대한 잘못된 환상 때문에, 또는 ‘남북 화해'를 위해 북한 지배자들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유로 탈북자들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