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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교원평가제를 지지해선 안 된다

“학부모 단체 등 교원평가에 찬성하는 이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현인철 대변인에 대해 전교조가 지난 9월 8일 직무정지 결정을 내리자, 보수 언론들은 기회를 놓칠 새라 전교조 죽이기에 혈안이 됐다.

보수 언론들이 ‘전교조가 참교육의 초심을 잃었다’며 고양이 쥐 생각하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정말 역겹다.

그런데 우려스럽게도 진보진영의 일부에서도 정부의 교원평가제를 수용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이달 말까지 교원평가제 방안을 내놓고 올해 안에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들은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교원평가제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교원평가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고 인사에 반영하면 교사들이 서로 경쟁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공교육의 경쟁력이 올라가 사교육과 조기 유학 등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일제고사 시행, 고교선택제 도입 등 이명박의 다른 ‘미친 교육’ 정책들과 마찬가지로 교육에서 경쟁을 강화하면 교육 문제가 해결된다는 논리의 연장이다.

‘미친 교육’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모범으로 생각하는 미국과 영국에서도 이런 정책은 교육의 질을 높이기보다 가난하고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내쫓기고, 가난한 지역보다 부유한 지역의 학교에 더 많은 국가지원금이 들어가는 구조를 만들었다.

학생들의 시험 성적에 따라 교사를 평가하기 시작하면 교사들은 학생들을 더욱 치열한 점수 경쟁에 내몰 수밖에 없고,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은 학교에 나오지 말라는 압력을 받게 마련이다. 실제 우리 나라에서도 최근 치러진 일제고사와 그 성적 공개를 둘러싸고 이런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게다가 초등학생부터 입시 경쟁에 뛰어들게 되면서 사교육비가 급증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명박의 경쟁 강화 교육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교사들 사이의 경쟁을 더욱 격화시키는 이명박 정부의 교원평가제에도 분명히 반대해야 하며 교원평가제에 맞선 전교조의 투쟁을 지지해야 한다.

그러나 전교조가 학생들에 의한 교사 평가 자체를 거부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많은 학생·진보적 학부모 단체가 교사 평가를 요구하는 것에는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촛불 운동에서 드러났듯이 학생들은 입시 경쟁과 학교의 억압적 운영에 엄청난 불만을 갖고 있고 이를 바꾸기 위해 나서고 있다. 이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려면 학교 운영이나 교육 전반의 의사 결정에 민주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꼭 필요한 일이다.

학생은 교육과 평가의 대상일 뿐이고 학생들의 생각은 교사들이 알아서 반영해야 할 하나의 의견일 뿐이라고 치부해 버린다면, 학생들은 자신이 교사와 대등한 교육 주체로 대우 받는다고 여기지 않을 것이다. 학생들의 민주적 참여를 보장하려면 학생 개개인이 교사와 수업에 대해 평가하고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와 보수 언론들, 뉴라이트 계열의 학부모 단체들은 이런 열망을 교원평가제로 교사들 사이의 경쟁을 격화시키고 구조조정에 이용하고 전교조를 공격하는 데 교묘하게 이용하려 한다.

따라서 학생들이 교사 개개인과 교육 내용을 평가하고 그 내용이 교육에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것 자체를 전교조가 반대한다면 이명박의 ‘미친 교육’에 맞서 싸우길 원하는 사람들이 선뜻 전교조를 지지하지 않을 수 있다.

전교조는 성과급이나 인사와 연계된 이명박의 교원평가제에 단호하게 반대하면서도 학생들의 민주적 참여를 보장하는 교사 평가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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