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여대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감동적인 승리:
“뭉치면 산다는 말이 딱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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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집단 해고를 당한 후, 대학 행정관에서 점거 농성을 벌인 성신여대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단 2주 만에 통쾌한 승리를 거뒀다. 성신여대 총장 심화진은 지난해 성신여고에서 학교 비정규직 정수운 씨를 해고하는 데도 관여했다. 당시 정수운 씨는 끈질기게 투쟁해 복직했다. 이런 투쟁이 이번에도 밑거름이 됐다.
강력한 노학연대 덕분에 성신여대 당국과 용역 업체는 조합원 전원에 대한 고용승계, 노조 활동 보장, 농성 기간에 대한 임금 보전 등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성신여대 노동자들의 승리는 이명박 시대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투쟁해서 승리할 수 있음을 보여 준 소중한 경험이다.
공공노조 서울경인서비스지부 성신여대분회 나종례 분회장과 정미순 조합원을 만나 인터뷰했다.
Q. 노조를 만들기 전에는 어땠나요?
정미순(이하 정)_ 땡볕에 잔디밭 풀 뽑으라고 시키는데 아줌마들이 진짜 일사병 걸리고 그래요. 쉴 데도 없고, 밥 먹을 마땅한 데도 없는데 한겨울에는 도시락 싸 와서 찬밥을 먹어야 했어요.
나종례(이하 나)_ 총무처장은 흰 장갑을 끼고 창틀 먼지, 변기에 묻은 때 같은 걸 묻혀 가며 청소 좀 제대로 하라고 하고 다녔어요. 우리들을 너무 볶아댔어요. 자기들은 심지어 화장실도 냉방을 하면서, 우리는 더워서 얼굴 시뻘겋게 돼 일하고 있으면 낮술 먹었냐고 소리 지르더라구요.
Q. 노조를 만들고 나서 무엇이 달라졌나요?
나_ 그 전에는 63만 원밖에 못 받다가 노조 만들고 72만 원을 받게 됐어요. 그 전에는 1년에 겨우 5일 놀았는데, 노조 만들고 월차도 생겼어요.
노조하기 전에는 파업하는 사람들 소식을 뉴스에서 보면, 왜 파업하고 노조를 만드냐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노조가 있어야 할 말을 할 수 있단 생각이 들어요. 소장 같은 작자들이 우리들더러 툭하면 제대로 된 노가다 맛을 보여 주겠다는 둥, 삼청교육대 같은 데를 보내 주겠다는 둥 협박해댔지만, 노조를 만들고 나서는 무서울 게 없어졌어요.
Q. 이번 투쟁 때 전교생이 9천 명인 성신여대에서, 3일만에 6천5백 명이나 지지서명을 했다면서요?
정_ 우리가 농성 시작하자마자 학생들이 제일 먼저 와 줬어요. 개강하던 날에는 “총장님은 거짓말쟁이”라고 크게 써서 학교 안을 도배했어요. 우리 월급을 1백20만 원씩 준다고 했던 거짓말을 알린 거예요. 그 대자보를 보고 학생들은 기가 막혀 했어요.
강의실 선전전도 같이 들어갔어요. 교수님들도 대부분 흔쾌히 허락하셨어요. 어느 날은 제가 사회대 학생회장이랑 선전전을 들어갔을 때, 학교 직원이 와서 “니들 나와!”하고 소리지르는 거에요. 그런데도 사회대 학생회장이 꿋꿋이 연설을 했어요. 직원이 소리소리 지르는데 얘기하는 학생회장도 울고, 얘기를 듣는 학생들도, 저도 울었어요.
총학생회 학생들은 우리가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이불 덮고 누우려는 새벽 2~3시에도 농성장에서 다음 날 붙인다고 벽보를 쓰더라구요. 우리 엄마도 이런 일 하셨다고 눈물 흘리면서 얘기하는 학생들도 있었죠. 정말 학생들 아니었으면 못 이겼을 거에요.
나_ 졸업생들도 1백 명 넘는 사람들이 돈을 모아서 〈경향신문〉[9월 9일자]에 하단 통 광고를 실었어요. 학생들만이 아니에요. 교수님들도 만나면 힘내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운수노조는 우리 농성한다고 쌀도 몇 포대씩 보내 주시고, 다른 노조에서도 지지금을 많이 보내 주셨어요. 연대 집회 때 4백 명씩 와 주시고 그랬죠. [9월] 9일 연대집회는 총장이 직접 계속 내려다봤다고 그러더군요. 이틀 뒤에 학교 쪽에서 먼저 보자고 연락을 해 왔어요.
연세대랑 고려대 조합원들이 연대 집회 때 정말 많이 와 줬어요. 연세대 조합원들은 1백 명 넘게 오고 그랬어요. 우리보다 노조는 먼저 만들었는데, 학교가 협상에 나서지 않는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우리한테 기대가 더 크다고도 했어요.
우리가 그 분들한테 다 빚진 거라고 생각해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딱 맞아요.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2주일 동안 잠을 자서 몸이 성한 데는 없지만, 동료들을 서로 믿고 끝까지 함께 한 게 정말 중요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