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를 경제 위기의 속죄양 삼지 말라
〈노동자 연대〉 구독
경제 위기가 심화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이주노동자 공격이 본격화하고 있다.
9월 25일 이명박이 직접 주재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회의에서 내놓은 ‘비전문 외국인력 정책 개선방안’의 핵심 내용은 이주노동자들을 더욱 쥐어짤 수 있도록 법·제도를 정비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주노동자 임금이 ‘내국인에 비해 상대적 고임금’이라는 해괴한 논리로 이주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 유예 기간을 6개월로 연장하고, 숙박비와 식비를 본인에게 부담시키고, 출국만기보험(퇴직금) 의무 가입을 폐지하겠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을 예외적으로 세 번만 허용하는 고용허가제조차 ‘경직’된 제도라며 ‘지나친 사업장 변경을 자제하도록 유도하겠다’고 한다. 또 이주노동자들의 입국 선발 조건으로 기능 시험을 추가해, 한국 입국을 위한 경쟁을 강화하고 비용을 증가시키려 한다.
한마디로 악명 높은 산업연수제 시절 노예 상태로 시계를 되돌리려 하는 것이다.
비용 절감
한술 더 떠 이주노동자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겠다고 호들갑을 떤다. 정부가 말하는 ‘사회적 비용’이란 ‘외국 인력의 효율적 관리’, ‘장기 체류로 인한 출산·의료·주거 문제’, 그리고 ‘노조 결성(즉 이주노조)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 유발’이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을 초(超)저임금으로 부려 비용을 절감하고 초과이윤을 누려 온 기업들과 정부가 ‘사회적 비용’ 운운하는 것은 위선의 극치다.
이명박 정부는 한국 정부의 이런 치부를 드러내 온 이주노조 지도부를 연이어 강제 추방한 것으로도 부족해 이제는 ‘가담자’ 전원을 단속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국제노총, 국제엠네스티, 심지어 국가인권위원회까지 모두 이주노동자들의 정당한 노조 결성권을 인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도 외면하고 있다.
정부는 이주노조 해체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인간 사냥을 위해 올 10월에 법무부, 노동부, 경찰, 해경 등을 동원해 3백50명 규모의 합동단속반을 편성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무자비한 인간 사냥을 합리화하려고 이주노동자를 ‘불법’, ‘범죄자’ 코드와 연계한다.
이것은 경제 위기와 관련 있다. 정부는 호황기 때는 값싼 노동력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을 환영하지만 경제 위기 때는 경제 위기의 속죄양 삼아 무자비한 공격을 퍼붓고 ‘실업의 주범, 복지 도둑, 범죄 집단’으로 매도한다.
사회적 비용, 범죄 운운하며 이주노동자를 공격하는 것은 내국인 노동자들의 분노의 표적을 흐리고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는 비열한 목적을 위한 것이다.
정부의 위선과 책략에 속지 않고 전체 노동자들의 권리 후퇴를 막기 위해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에 함께 맞서야 한다.
살인적인 인간 사냥의 실태
9월 27일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소에 구금된 한 버마 이주노동자가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평소 심장병을 앓고 있던 이 노동자는 공장에 쳐들어 온 단속반에게 붙잡혔다.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소는 그가 위중한 병을 앓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구금했고 그는 하루 만에 사망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8월 26일 부산에서는 밤에 자고 있던 한 중국 이주노동자가 기습적으로 쳐들어 온 단속반에 놀라 4층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머리부터 떨어진 그는 안면과 두개골이 함몰되고 뇌출혈을 일으켰고 전신에 심각한 골절을 입었다. 그러나 부산 출입국관리소 측은 치료비도 책임지지 않았다.
경남 지역에서는 단속반이 가스총, 등산 스틱 등을 휘두르고, 단속 과정에서 이주노동자가 도주라도 시도하면 무참한 폭력을 휘두르곤 한다.
8월 25일 부산 정관에서 단속된 이주노동자는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에게 수차례 폭행을 당해 실신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심지어 단속 건수를 올리려고 이주노동자들에게 프락치를 강요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으니 출입국관리소는 지금 인간 사냥에 미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올해 들어서만 1만 5천여 명이 추방됐다. 그러나 정부는 이 단속을 더 강화하겠다고 한다. 이 야만적인 인간 사냥을 당장 멈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