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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책임을 금융 노동자에게 떠넘기지 마라

은행연합회 회장 유지창은 10월 2일 금융노조에 임금 동결을 촉구했다. “고임금 시비로 인한 … 부정적 인식도 해소할 수 있”고 “고객인 가계·기업과 어려움을 함께”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금융 위기의 책임이 노동자에게도 있는 듯 포장하려는 비열한 술책이다.

유지창의 발언 일주일 뒤, 한 증권사 직원이 고객들의 손실액을 감당 못해 자살했다. 현재 국내 펀드는 손실률이 30퍼센트대를 넘어섰고, 해외 펀드는 원금이 절반 이상 날아갔다. 이 탓에 일선 금융 노동자들은 항의의 초점이 되고 있다. 똥을 포장해 보낸 고객이 있는가 하면 지점에 온 가족이 항의를 오고, 자해 소동이 벌어진다.

그러나 정작 책임져야 할 작자들은 무사태평이다. 이명박은 이 와중에 “나라면 지금 펀드에 가입할 것”이라며 약 올렸다. 이명박 발언 뒤 주가는 1백 포인트나 더 폭락했다.

투기 거품에 금융 노동자가 원인을 제공한 것도 아니다. 동북아 금융허브 운운하며 금융 투기를 부추긴 것은 노무현 정부였다. ‘당선하면 주가 3천 달성' 운운하며 환상을 키운 것은 이명박 정부였다. 복잡하기 그지없는 신(新)파생상품을 내용 숙지도 없이 마구잡이로 내다 팔도록 강요한 것은 금융사 경영진들이었다.

한편, 정부는 ‘키코'로 손실을 본 기업에 대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을 통해 40퍼센트까지 보증을 서겠다고 발표했지만, 서민 고객의 반 토막 난 펀드에 대해선 모르쇠다.

노인들의 쌈짓돈을 날려 버렸다는 가책에 일부 노동자들은 자기 돈을 털어 손실액 일부를 메워 주고 있지만, 막상 금융사들은 실정법을 앞세워 지원이나 보상을 거부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임금 동결을 수용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금융 노동자들은 지배자들의 가증스러운 행태를 폭로하면서 임금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의 고유한 요구와 함께 금융 위기 피해 서민들에 대한 사회적 구제와 지원 등을 요구하며 강력하게 투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