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오바마는 이미 이스라엘과 같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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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가자 공격으로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부시와 곧 취임할 오바마는 이 공격에서 어떤 구실을 하고 있는가?
많은 점에서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과 가장 비슷한 사례는 2006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략이다. 그 때도 지금처럼 이스라엘이 내세운 목표는 급진 이슬람주의 운동 ─ 2006년에는 헤즈볼라, 오늘날에는 가자의 하마스 ─ 이 이스라엘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2006년에도 지금처럼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적들을 완전히 섬멸하겠다고 장담하며 판돈을 키웠다. 이스라엘 부총리 하임 라몬은 지난주 금요일 이렇게 말했다. “내 생각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마스가 더 이상 [가자를] 통치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때도 지금처럼 조지 부시는 이스라엘의 침략을 옹호하면서 국제적인 즉각 휴전 요구를 묵살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부시의 목적은 이스라엘이 성공적으로 전쟁을 끝마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성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략은 재앙이었다. 이스라엘이 공중 폭격으로 민간인들이 무참히 학살하자 국제적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공격을 견뎌냈고, 당황한 이스라엘 정치인들이 명령한 혼란스런 지상 작전에서 이스라엘군은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
많은 논평자들은 이스라엘이 가자를 공격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2006년 패배의 기억을 제거하고 이스라엘 군사력의 위엄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것은 군사 작전이 성공해야 가능할 것이다.
과연 이 작전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전문가들은 엇갈리는 의견을 내놓는다. 지난 일요일[1월 4일] 〈뉴욕 타임스〉는 한 이스라엘 군사 전략가의 말을 소개했다. “가자는 남부 레바논보다 작고 평평하며, 무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 나라 ─ 예컨대, 시리아 ─ 와 국경을 접하고 있지도 않다. … [이스라엘은] 이집트 시나이반도에서 가자로 연결되는 밀수 터널을 파괴하고 [하마스의] 무기고와 발사대를 완전히 파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가자를 공격해 하마스의 군사력·정치력을 약화시키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이스라엘군도 위험에 빠질 것이다.
팔레스타인 점령지의 군정장관이었던 퇴역 장군 쉴로모 가지트는 〈워싱턴 포스트〉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상군이 가자지구에 투입돼 1백5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에 둘러싸이는 것은 가자 사람들뿐 아니라 이스라엘군에게도 재앙이 될 것이 뻔하다.”
그러나 설사 이스라엘의 공격이 하마스를 심각하게 약화시키더라도 ─ 실제로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 ─ 근본적 상황은 조금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고통받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여전히 가자와 서안지구에 고립돼 있을 것이고, 그들의 분노도 여전할 것이다. 하마스를 대체할 세력은 파타가 아니라 무장 투쟁에 헌신하는 더 급진적 운동 세력일 것이다.
대중이 오바마에게 기대가 큰 것은 그가 이런 절박한 상황을 해결하려고 진지하게 노력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부시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가자를 공격하려 했다는 관측이 흔하다. 예컨대 〈뉴욕 타임스〉는 이렇게 보도했다. “이스라엘 정부 관료들은 오바마 당선인이 과거에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했음에도, 그가 부시 정부만큼 이스라엘에 무조건적 지지를 보낼 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오바마가 미국의 이스라엘 정책을 변화시킬 것이란 증거는 전혀 없다. 오바마의 수석 보좌관 램 에마뉴엘은 심지어 이스라엘 국방부에서 일한 적도 있다.
지금까지 오바마는 이스라엘을 노골적으로 두둔하지는 않았다. 이것은 오바마가 중동 정책에서 계속 주도권을 쥐고 싶어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랍 세계에서 그의 침묵은 이스라엘의 가자 파괴에 대한 암묵적 지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전쟁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은 엄청난 희생과 고통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전쟁은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인들의 땅을 강탈해 건설한 시온주의 국가는 영원히 전쟁상태일 수밖에 없다.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라는 구호가 지금처럼 절실한 적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