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의 간’을 빼 먹는 이명박의 비정규직법 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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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국회에서 투쟁으로 저지해야
3월 13일 이명박 정부는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며 비정규직법 개악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법도 ‘악법’이던 차에 더 개악해 최악으로 만들려 한다.
개악안은 기간제·파견제 노동자들의 사용 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파견업종도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또, 법 자체를 적용 받지 않고 무한정 쓸 수 있는 단시간 노동의 범위도 주 15시간에서 20시간으로 늘렸다.
개악안은 비정규직을 더욱 양산하고 차별을 심하게 할 것이 분명하다. 비정규직 평균 근속년수가 1.9년에 지나지 않는 상황에서 사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는 것은 노동자들더러 영원히 비정규직으로 남으라는 얘기고, 이참에 정규직도 비정규직으로 전환시키겠다는 얘기다. 비정규직을 더 오래 부려 먹고 필요없으면 언제든 해고할 수 있는 “기업 요구에 충실한”(한국비정규노동센터 김성희 소장) 법안인 것이다.
개악안이 워낙 ‘막장’안이다 보니 법안을 제출하려는 한나라당 의원이 한 명도 없어 정부가 직접 발의한 것이다.
개악안 발표 후 조중동은 기다렸다는듯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조선일보〉)니 “일자리의 질을 따지는 것은 사치”(〈중앙일보〉)란다. 경총과 전경련은 개악안을 내심 반기면서 아예 기간과 파견 대상 업무 제한을 없애라고 목청을 높인다.
이명박이 비정규직 죽이기 ‘속도전’을 하는 이유는 경제 위기와 관련 있다. 저임금의 비정규직을 늘려 기업의 ‘비용’을 줄이고 이윤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제 위기로 인한 실업과 고통이 정부에 맞선 대규모 저항으로 표출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연초부터 들먹인 ‘7월 1백만 고용대란설’은 비정규직법 개악을 위한 협박이었지만 단순한 괴담은 아니다. 이미 구직 단념자와 취업 준비자 등을 합한 ‘사실상 백수’는 3백6십만 명에 이른다.
그래서 비정규직 개악안을 발표하며 정부는 “실업자가 2백만 명을 넘으면 폭동과 소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걱정했다.
이들에게 저임금 비정규직 고용 기회라도 늘려줘야 한다는 게 이명박 정부의 어처구니없는 ‘대책’이다.
이명박 정부는 비정규직법 개악뿐만이 아니라 최저임금 삭감, 대졸 초임 삭감, 청년 인턴제 확대 등 노동 계급 전반의 희생을 통해서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 한다. 〈조선일보〉는 비정규직법 개악뿐 아니라 “정규직을 과보호하는 현행 노동법의 개정”도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오민규 정책위원은 기자에게 “결국 이들이 노리는 것은 해고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되지 않은 더 열악한 비정규직에게 먼저 칼을 휘두르지만 그 칼 끝은 정규직 노동자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명박의 순차적 공격에 맞선 분산적 대응이 아닌 전면적 투쟁이 필요하다. 민주노총 정규직 노동자들이 이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여기고 단호한 투쟁의 태세를 갖춰야 한다.
한편, ‘이명박 표’ 비정규직법에 반대함과 동시에 ‘노무현 표’ 비정규직법도 지지해선 안된다.
일각에서는 현행 비정규직법 시행 1년 동안 정규직이 증가하고 비정규직이 감소했다며 ‘노무현 표’ 법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한다.
그러나 정규직이 증가한 것은 “하청용역업체의 직원으로 신분이 전환된 ‘위장 정규직’”과 ‘무늬만 정규직’인 “무기근로계약을 정규직으로 판단하는 통계”(민주노동당)에 기인한다. 오히려 가장 열악한 용역, 파견, 호출직 등 ‘악성 비정규직’이 증가해 고용의 질이 나빠졌고 정규직과의 임금격차도 증가했다. 이는 노무현 정부 때 비정규악법에 반대해 싸웠던 노동·사회단체들의 주장이 옳았음을 입증한다.
따라서 지금의 개악에는 반대하지만 기존의 ‘악법’이 “옳았다”(민주당 대표 정세균)고 주장하는 원조 ‘비정규직 죽이기’당인 민주당은 신뢰할 수 없는 세력이다. 혹여나 민주당 눈높이로 요구 수준을 낮춰 타협한다면 민주당에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
국회 밖에서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주저하지 않고 파괴력 있는 파업과 시위 등으로 ‘돌격’할 때만 개악 시도를 저지할 수 있다.
‘노무현 표’ 비정규직법 반대 투쟁 당시처럼 국회 의사 일정에 맞춰 파업과 파업 철회를 지루하게 반복해 스스로 진을 빼는 과정을 재현해선 안된다. ‘뻥 파업’이 아닌 위력적인 투쟁을 해야 한다. 그럴 때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문제에 립서비스만 한다’는 비방을 사라지게 하고 진정한 혁신도 이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