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시행 유예 추진:
정부는 해고되기 싫으면 영원히 비정규직으로 살라고 협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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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7월 해고대란설’을 얘기하며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규정한 비정규직법 시행을 유예하려고 한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여력이 없는 기업주들이 정규직 전환 대신 해고’를 할 수 있으니 법 적용을 유예해 해고를 막자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주요 대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은 4백조 원에 이른다. 이 상황에서 기업주들이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것은 경제 위기 고통전가일 뿐이다. 이런 고통전가 때문에 이미 실질 실업자가 3백만 명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를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는 대신 기업주들이 더 한층 멋대로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해고할 수 있게 해 주려 한다.
물론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비정규직법이 ‘2년마다 해고’를 낳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나 또한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비정규직으로 5년간 상시지속적인 일을 했지만, 정규직 전환은 고사하고, 끝내 일자리마저 빼앗겼다.
이것은 애초부터 ‘비정규직 보호법이 아니라 해고법’이라며 비정규직 악법에 반대해 싸웠던 노동계의 주장이 완전히 옳았음을 보여 준다. 또한 이것은 비정규직법이 폐기돼야 할 이유이지, 개악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언제든지 해고
한편 ‘정규직 전환 지원 기금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비정규법 적용 유예에 합의해 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조차 ‘비정규직을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되는데, 어느 기업주가 전환기금을 가져다 쓰겠는가’ 하고 비판할 정도로 이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사실 민주당은 노무현 정부 때 한나라당의 도움을 받아 비정규직 악법을 만든 장본인이다. 이처럼 비정규직 ‘해고’법을 만든 그 때 그 사람들이 또다시 ‘5인 연석회의’를 통해 악법마저 더 개악하려 했다.
따라서 민주노총 지도부가 들러리가 될 것이 뻔한 ‘5인 연석회의’에서 나와 뒤늦게나마 ‘총파업’을 선언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최근에 비정규직 해고에 맞서 끈질기게 싸운 강남성모병원 파견 노동자들은 파견업체가 아닌 강남성모병원의 직원으로 당당하게 일터로 돌아갈 수 있었다. 또 하루아침에 해고되었던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도 완강하게 싸워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냈고 ‘국립합창단원으로 전원 고용’을 받아낼 듯하다.
화물연대 대한통운 노동자들도 전국적인 파업과 연대 덕분에 모두 복직됐다.
2006년 프랑스에서는 두 달 반에 걸친 파업과 대중시위로 비정규직 확산법인 CPE(최초고용계약법)을 철회시킨 바 있다.
결국 단결과 투쟁의 힘으로 비정규직법 개악을 막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 힘을 더 발전시켜, ‘2년 마다 해고’의 원인이 되는 현재의 비정규직 악법을 아예 폐기해 버려야 한다. 그리고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제시하는 기간제 사유제한, 파견제 폐지, 특수고용직 노동권 보장을 담은 비정규직 권리보장법을 쟁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