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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노동자ㆍ학생의 연대 투쟁이 중요한가

오늘날 대학생들은 고액의 등록금과 청년실업이라는 ‘이중의 굴레’ 속에 신음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그들만의 문제일까?

사실 해마다 가파르게 오르는 등록금 때문에 울상짓는 것은 등록금 고지서를 받아든 대학생들만이 아니다. 자식 하나 대학에 보냈으니 이제 한시름 놨다고 생각한 부모들에게도 ‘등록금 1천만 원 시대’는 피하고 싶은 고달픈 현실이다.

지난 30년 동안 대학교육 이수자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늘어나면서 대학생 수가 10곱절 넘게 급증했고, 늘어난 대학생의 압도 다수는 노동자 가정 출신이었다. 이것은 대학 등록금 문제가 단지 대학생들만이 아니라 그들의 부모인 노동자들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청년실업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기업주들은 청년실업이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경직성 탓이라고 비난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의 경험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되도 기업은 신규채용을 늘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당시 정규직 노동자들이 ‘양보’한 결과는 오늘날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는 끔찍한 현실이다. 이번에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해 인턴을 늘리겠다는 게 저들의 대안이다.

정부와 기업주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정규직 노동자들과 청년실업자들을 이간질시켜 경제 위기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뿐이다. 따라서 “40대와 50대 남자가 주축이 된 한국 경제의 주도 세력이 10대를 인질로 잡고 20대를 착취[한다]”(《88만 원 세대》, 우석훈·박권일)는 규정은 이간질에 취약할 수 있고, 현실과도 맞지 않다.

오늘날 상당수 대학생들의 이해관계는 노동자들의 이해관계와 공통점이 많다. 이것은 대학생과 노동자 들이 정부와 기업주들에 맞서 연대 투쟁할 수 있는 가능성이 과거보다 더 커졌음을 의미한다. 최근 역사에서도 학생과 노동자 들의 투쟁이 서로 강화하며 전진한 고무적인 사례가 많다.

연대의 경험

2006 년 프랑스 정부는 교외 빈민가에 사는 아랍계·아프리카계 이주자들의 고용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CPE(26세 미만의 청년 노동자들을 수습기간 2년 동안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게 만든 법)를 도입하려 했다. 그러면서 이 법안에 반대하는 학생들을 자신들의 특권을 고수하는 이기적 집단으로 매도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시도를 비웃듯 교외 빈민가의 적지 않은 청년들이 거리에 나와 학생들과 함께 정부에 맞서 싸웠다. 학생들은 고등학교·대학교를 점거했고 노동자들의 연대를 호소했다. 학생들의 강력한 투쟁으로 정부가 주춤거릴 때, 투쟁에 마침표를 찍은 것은 노동자들이었다. 정부는 시간을 끌며 투쟁의 열기가 식기를 기다렸지만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면서 투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3월 28일 파업한 노동자와 동맹휴업한 학생 3백만 명이 시위를 벌이며 투쟁이 오히려 확대될 기미를 보이자, 정부는 결국 CPE를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1987년 항쟁도 학생과 노동자 들의 대중 투쟁이 폭발적으로 분출해 승리한 사례다.

전두환 독재정권의 폭압 통치에 신음하던 사람들은 1987년 1월 박종철군 고문 치사 사건과 4·13 호헌조치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반정부 투쟁에 나섰다. 초기에 이 운동을 이끈 것은 학생들이었다. 그러나 투쟁이 갈수록 발전하여 6월 중하순 시위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는 집회 참가자의 상당수가 노동자들이었다. 노동자들은 거리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작업 현장에서 투쟁을 벌였고 그것은 7·8·9월 노동자 대투쟁으로 이어졌다.

사실 정부는 6·29 선언이라는 양보를 한 뒤 반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지만 노동자들이 대중파업으로 쐐기를 박자 감히 반격에 나설 수 없었다.

역사가 거듭 보여 준 것은 이윤 체제의 심장부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승리에 핵심적 구실을 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학생들의 폭발적 투쟁은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고무해 노동자 투쟁의 방아쇠 구실을 했다.

이런 노학연대의 전통은 오늘날에도 이어져야 한다. 고무적이게도 최근 이명박 정부와 기업주들의 대졸초임 삭감에 반대해 학생 단체와 노동 단체가 한목소리를 냈고, 5월 1일 노동절 집회도 공동으로 열 계획이다. 이런 연대 투쟁이 더 확대된다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킴과 동시에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과 청년실업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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