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건의료노조 지도부는 건강보험 보험료 인상을 전제로 한 보장성 확대안을 단협안에 포함시켰다. 고소득 정규직 노동자들이 보험료를 6천 원 정도만 올리면 건강보험 보장 범위를 90퍼센트까지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성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은 〈프레시안〉에 쓴 글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은 임금에 비례해서 건강보험료를 더 부담하게 될 것”이지만 “국민 모두가 이기는” 싸움이라고 이를 치켜세웠다.
그러나 내가 본지 5호 기사에서 지적했듯이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라는 요구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것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추가 부담이 아니다. 이미 2002~2007년 사이에 보험료가 50퍼센트나 올랐는데도 보장성이 확대되지 않고 있는 것은 정부의 건강보험 국고 지원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설사 노동자들이 양보한다고 해서 정부와 병원도 양보할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4차 산별중앙교섭에서 병원 측은 보장성 확대 요구에는 회의적 태도를 보이면서도 “저수가를 적정수가로 올린다는 데 많은 관심과 기대가 있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또 이성재 정책위원도 인정한 것처럼 “이명박 정부는 [보장성을 확대할] 생각이 별로 없[다].”
무엇보다 이런 제안은 정규직 양보론에 문을 열어 두는 것이다. 그러면 정부와 기업주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이간질하는 논리로 이를 활용할 것이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이 이명박이 2009~2012년에 부자들에게 감세해 주겠다고 한 96조 원이나 수백조 원에 이르는 사내 잉여금, 시중에 떠도는 부동자금 8백조 원 등을 동원하면 보장성 확대가 아니라 무상의료도 가능하다.
물론 이런 재원을 이용하려면 정부와 기업주들에 맞선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정규직 노동자들이 아니라 기업주들과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