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아래서는 정말 못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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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이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깊은 연민과 상실감을 느꼈다. 사람들의 슬픔과 눈물 속에는, 민주주의와 인권이 후퇴하고 서민들의 고통만 늘어난 이명박 정부 아래서 켜켜이 쌓인 분노와 원한이 녹아 있다.
취임 직후 맞닥뜨린 거대한 촛불항쟁 속에서 이미 국민에게 버림받은 이명박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오로지 방패와 몽둥이, 거대한 차벽과 명박산성으로만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이번에도 이명박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애도하는 수많은 이들의 슬픔마저 가로막고 짓밟았다. “경찰 버스로 막아 주니 아늑하다는 사람도 있다”며 덕수궁 돌담길 속으로 몰아넣고 시청 광장도 폐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추도사도 막고 만장도 들지 못하게 하며 ‘계엄장’을 만들었다. “소요 사태가 일어나게 될까 봐 정말 걱정”(한나라당 안상수)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이명박 정부는 명박산성을 더 높이 쌓아 올렸다.
국민여론의 75퍼센트가 시청 광장 개방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명박이 지시한 “한 치 어긋남없는 예우”는 한 치 어긋남없는 경찰 차벽이었을 뿐이다.
이명박이 만드는 나라, 정말 싫다
국민장을 치르는 것을 두고 “세금 아깝다”고 한 변희재 등 뉴라이트들이 이명박의 진정한 속내를 보여 준다. 이명박은 지난 대선 당시에도 “[뉴라이트가] 지향하는 우리 나라의 미래상은 저와 똑같다”고 한 바 있다.
그 미래상은 지금 슬픔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염원하는 민주주의, 개혁, 진보와 완전히 어긋난다. 이런 염원을 철저히 파괴한 잿더미 위에서 만들려는 비민주적·반역사적인 ‘재벌천국 서민지옥’이 이명박이 꿈꾸는 미래상이다.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긴 뜻이 ‘국민 통합’이라며 정권에 대한 비판을 입막음하는 것은 정말 역겹다. 따라서 이명박이 봉하마을에 보낸 화환이 산산조각난 것도, 인터넷과 대한문 분향소 앞에서 ‘이명박 탄핵 서명’에 수십만 명이 동참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명박의 역주행을 끝장내야 더 큰 비극을 막을 수 있다. 전임 대통령까지 죽음으로 몰아간 정부가 노동자·서민에게는 어떻게 할지 말해 뭐하겠는가.
이명박 정부의 경제 위기 고통전가 때문에 실질 실업자가 3백40만 명을 넘어섰고 수백만 명이 최저생계비도 못 받고 있다. 기업주들에게는 수십조 원의 세금을 감면해 주고 수백 가지의 규제를 풀어 주는 정부가 노동자들더러는 임금을 줄여 고통분담에 동참하라고 요구한다. 지난 1년 동안 재산을 4억 원이나 늘린 이명박이 몇만 원 임금 인상 요구를 비난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2년 더 비정규직 하고 잘리라’는 비정규직법 개악을 6월 국회에서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삽질에 방해되는 건 모조리 걷어 내겠다는 불도저식 밀어붙이기 속에 용산에서 철거민 다섯 명이 불에 타 숨졌다. 검찰은 이 끔찍한 사건의 진실을 숨기려고 법원의 명령조차 따르지 않고 있다.
‘4대강 정비’라고 이름만 바꾼 대운하를 다시 강행하며 여기저기서 삽질하고 있으니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생태계가 파괴될지 모를 일이다.
이런 역주행에 맞선 저항이 터져 나오는 것을 막으려는 민주주의 역주행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고 체포하고,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은 ‘전문시위꾼’이라며 줄줄이 소환장을 보내고 있다. 어제(5월 28일)는 촛불을 대변해 온 ‘고대녀’ 김지윤 씨도 긴급 연행해 갔다. 집회나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을 모조리 잡겠다는 기세로 ‘마스크법’도 만들려 한다.
비판적인 목소리는 어디서도 나올 수 없게 언론도 장악하려 한다. 이명박이 ‘속도를 내라’고 주문한 언론 악법은 모든 언론과 방송을 조중동처럼 만들려는 법이다.
범민련 활동가들을 체포하는 등 박물관에 가야 할 국가보안법의 낡은 칼을 이용해 진보적 활동가들을 마녀사냥하는 데도 혈안이 돼 있다.
대법관 신영철의 촛불 재판 개입은 과거로 회귀하는 사법부의 현주소를 보여 준다.
따라서 이제 이 모든 가증스러운 역주행과 반동, 죽음의 행진을 끝장낼 강력한 항의 행동이 필요하다. 민주주의, 개혁, 진보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과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투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