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은 북한 핵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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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은 동아시아의 민중에게 실질적 위협이므로 북한 핵개발을 지지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진보진영은 북한 핵개발이 미국의 대북 압박이 낳은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강대국들의 위선을 비난하고 제재와 강경 대응에 우선적으로 반대해야 한다.
북한 핵보다 강대국들의 핵과 제국주의적 압박이 평화를 해치는 훨씬 커다란 위협이기 때문이다. 참여연대·진보신당 등처럼 북한에 대한 비난에 더 치중하다 보면, 북한 핵을 빌미로 한 강대국들의 제국주의적 개입 강화나 이명박 정부의 군비 증강과 반정부 활동가 탄압에 힘 있게 맞서기 어렵게 될 수 있다.
물론 일부 좌파 민족주의 단체들처럼 북한 핵개발을 미국의 대북 압박에 대한 “자위권”으로만 여겨 무비판적으로 대하는 것은 잘못됐다. 북한 핵개발이 추구하는 “자위력”은 동아시아에서 끔찍한 핵경쟁 도미노를 불러올 수 있으므로, 동아시아 민중의 공포를 담보로 한 것이다.
게다가 북한 핵이 항구적인 “자위력”을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다. 미국이 현재까지 북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하지 못하는 이유는 미국의 군사력이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 중동 전선에서 수렁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런 상황에서 중국·일본·러시아 등의 열강이 밀집해 있는 곳에서 치를 전쟁의 대가를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다.
제국주의 체제의 논리
그러나 체제의 위기가 더욱 극심해져 강대국들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면, 미국은 위험을 무릅쓰고 동아시아에서 군사적 옵션을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대국들과의 첨예한 갈등도 불사하려는 미국이 북한이 가지고 있는 고작 몇 개의 핵무기를 두려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제국주의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군사력 증강에 의존하는 것보다 미국이 현재 치르고 있는 전쟁에서 패배해 개입력이 약해지도록 아래로부터 저항을 건설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북한의 군사력 증강이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주요한 수단이라고 여기다 보면, 진보진영은 아래로부터 투쟁의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기껏해야 ‘선군정치’의 부차적인 보조수단으로 여길 수 있다.
제국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북한 관료들처럼 반드시 군비 경쟁이라는 제국주의 체제의 논리를 따라야 하는 것도 아니다. 북한이 그런 논리를 따라 북한 주민들이 만들어 낸 부의 상당 부분을 군비 경쟁에 쏟아 부은 대가로 오늘날 북한의 평범한 주민들은 극심한 곤궁에 처하게 됐다.
진보진영은 북한의 핵개발을 지지하지 않으면서도, 북한 핵을 빌미로 한 강대국들의 제국주의적 개입과 이명박 정부의 군비 증강에 반대하는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