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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재게재]대다수 대자본가들이 개성공단을 “블루오션”이라 생각할까?

 이 글은 김영익 기자가 2009년도에 썼던 독자편지다. 최근 개성공단의 상황을 예견한 듯한 글로서, 독자들이 현 상황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재게재한다.

정병호 기자가 〈레프트21〉 6호에 쓴 개성공단 기사에 전반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기사의 일부 서술에 의문이 있다. 다만, 내가 감옥에 갇힌 몸이라, 불완전한 기억에 의존해 이 글을 쓰고 있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정병호 기자는 “남한 정부와 기업들은 … 남북경협의 성과로 … 유라시아 대륙으로 진출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지적하며, 남한 정부와 기업들(즉, 남한 지배계급)에게 개성공단은 “블루오션”이라고 했다.

남한 지배자들이 대륙으로 가는 길목으로 북한이 갖는 지정학적 이점에 관심이 있다는 점에서 이 진술은 일반적으로는 옳을지 모른다. 이명박 정부도 지난해에 러시아와 북한, 남한을 잇는 가스전 개발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남북경협을 “평화와 번영”으로 가는 첩경으로 이해하고 이를 비교적 일관되게 추진한 세력은 남한 지배계급 내에서 여전히 상대적 소수다. 반면 지배계급 내 우익들은 지난 10년 동안 남북경협과 대북지원을 대북 퍼 주기라 규정하고 비난해 왔다.

우익들은 6.15와 10.4 공동선언을 탐탁치 않아 했고, 처음부터 개성공단 건설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명박 집권 초에 김하중 당시 통일부장관의 “비핵화 이전까지 2단계 불가”가 개성공단 관련 첫 발언인 것으로 기억한다. 이들은 북한이 우선 (친시장적이고 친자유민주주의적으로) 변해야 남북경협과 대북지원이 가능하다는 대북 상호주의 원칙을 고수해 왔다.

다수의 대자본가들도 남북경협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있을 것 같지 않다.

물론 남한의 대자본가들에게 북한의 풍부한 광물자원, 지리적 이점, 낮은 임금의 노동시장 등은 매력적인 요소다. 그래서 김대중 집권 후에 현대 등 일부 대기업들이 남북경협을 선점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남북관계에 따라 현대 그룹이 겪은 흥망성쇠를 보며 동료 대자본가들이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래서 주로 저임금에 관심이 큰 남한 중소기업들만 개성공단에 진출한 것 아닐까?

따라서 우파 정치인들의 개성공단 폐쇄 주장은 “본심이 아니라 데마고기일 가능성이 높다”며 간단하게 일축하는 정병호 기자의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나도 남한 정부가 개성공단을 지금 당장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상황변화에 따라 개성공단이 문을 닫는 게 그저 공갈이 아닌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남북관계가 악화함에 따라 개성공단 유지 문제는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북한의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추가적 제재 조처와 군사적 압박으로 개성공단에 대한 우익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조선일보〉 등 일부 우익 논자들은 머지 않아 벌어질지 모르는 남북의 국지적 충돌로 개성공단이 북한의 ‘인질’이 될 수 있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또한 심각한 경제 위기와 정치적 불안정의 증대로 이명박 정부의 앞날이 어두운 가운데, 이명박 정부가 국내의 심각한 위기를 돌파하려고 대북 강경노선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하면 안 된다. 남한 우익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북풍’이 국내적 위기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뼛속 깊이 각인해 왔다.

아직까지 우익의 대다수가 개성공단 폐쇄를 지지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북미관계가 호전되지 않고 남북관계도 계속 악화한다면, 국내 위기의 증대로 이명박 정부가 탈출구를 절박하게 찾는 상황이 펼쳐진다면, 대북 적대 정책을 더욱 강화하는 가운데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이명박 정부와 다수의 우파 정치인들의 견해가 변할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그것이 일부 중소기업의 이익을 침해하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