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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휘감는 긴장Q&A

한반도 긴장이 계속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남북한이 서로 호전적인 말을 주고받다가 최근에는 8년 만에 개성공단 철수까지 추진되는 등 여전히 한반도 평화는 안갯속이다. 한반도 위기 상황과 관련해 제기되는 물음들에 답한다.

01 최근 긴장의 주된 원인과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미국과 한국(이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남한으로 표기)의 지배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북한이 협박과 도발을 하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했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이들은 북한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미국은 1만 기가 넘는 핵무기를 갖고 있으며, 실전에서 핵무기를 사용한 적이 있는 유일한 국가다. 남한도 해마다 북한 GDP보다 더 많은 돈을 군비에 쏟아붓고 있다.

대북 공격 훈련 중인 남한 군대 남한은 해마다 북한 GDP보다 더 많은 돈을 군비에 쏟아붓고 있다. ⓒ사진 출처 국방부

미국은 2002년엔 북한을 이란·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이라고 규정하며 ‘핵 선제 공격 대상’으로 지목했다. 사실, 북한이 본격적으로 핵무기 개발에 나선 것도 이때부터다.

최근 긴장 국면도 그 출발점은 미국이 주도한 유엔 대북 제재와 한미 연합군사훈련이었다. 미국은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를 빌미로 대북 제재 결의를 통과시켰다.

북한 공격과 점령 훈련이라고 할 수 있는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은 어느 해보다도 강도 높게 진행됐다. 미국과 남한의 군대는 핵폭격기와 핵잠수함을 총동원해 북한 전역을 공격권에 둔 핵 공격 연습까지 했다.

이런 움직임들이 북한에 큰 압력이 됐고 호전적인 맞대응을 불러왔다. 따라서 지금 한반도 위기의 주된 책임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02 왜 미국은 북한을 제재하고 압박하는가?

제2차세계대전이 끝났을 때 미국은 세계 산업생산의 50퍼센트를 차지했지만, 1980년대에 그 비율은 25퍼센트로 하락했다.

반면 중국 경제는 지난 30년 동안 연평균 8~10퍼센트씩 성장했다. 그리고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급격히 군사력을 증강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제국주의 서열 꼭대기 자리를 지키려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이것이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회귀(재균형)’ 전략의 배경이다.

여기서 북한의 존재는 좋은 명분이 됐다. 즉, 미국은 북한 핵무기라는 ‘악마’를 힘으로 다스림으로써 동아시아 국가들한테 자신의 패권을 각인하고,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남한과 일본 같은 동맹국들도 단단히 묶어 둘 수 있었다.

미국은 ‘북한 위협’을 이용해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에 일본을 손쉽게 끌어들일 수 있었다. 또, 미국은 2010년 연평도 사태가 일어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항공모함 조지워싱턴 호를 서해로 보냈다.

최근 오바마가 동아시아에 주한·주일 미군 수를 크게 늘리며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는 것도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의 일부다.

이번 한반도 위기 상황의 가장 큰 수혜자도 역시 미국이다. 미국은 이번 기회에 동아시아 MD 구축을 한 단계 전진시켰다. F-35 같은 최신 무기도 남한이 구매케 하려 한다.

미국 서부 해안에 요격 미사일을 50퍼센트 증강 배치하기로 했고,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THAAD)도 조기에 괌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03 박근혜 정부는 그 나름으로 적절하게 위기에 대처했는가?

이번에 박근혜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실체가 드러났다. 박근혜가 고른 외교·안보 인사만 봐도 김장수, 남재준, 김관진 등 군부 출신의 대북 강경파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또, 박근혜는 이명박 정부의 ‘능동적 억제전략 개념’을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교전에서 ‘쏠까요 말까요 묻지 말고 선 조치 후 보고하라’는 것이다. 박근혜는 “일체의 정치적 고려를 하지 말고 초전에 강력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는 미국과 ‘공동 국지도발 대비계획’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군이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국지전에 자동 개입할 근거가 마련됐다. 이로써 서해 등지에서 우발적 충돌과 확전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그러므로 박근혜의 대북 정책은 사실상 이명박과 별로 다르지 않다. 강경하고 호전적인 대북 정책을 유지하며 한반도 위기의 요인인 한미동맹 강화에 힘쓰고 있다. 심지어 이제는 개성공단 철수까지 추진하기 시작했다.

한편 민주당도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하며 박근혜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텅 빈 남북출입국관리사무소 출입경 게이트 고조되는 남북 긴장 속에 개성공단도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이윤선

04 왜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가?

분명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한반도 긴장 고조의 주된 책임이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핵무장도 지지할 수 없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남한 노동자·민중을 불안하게 할 뿐 아니라, 북한 노동자·민중의 삶도 희생시킨다. 가용 자원을 군사 분야로 최대한 집중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미국 제국주의가 동북아 개입을 정당화하고 일본이 재무장하는 데 빌미로 이용돼 왔다.

이는 북한 사회가 ‘사회주의’가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착취·억압 체제임을 보여 준다. 북한 정권의 목표는 제국주의를 타도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 ‘체제 보장’을 받고 세계 자본주의 질서에 편입되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다른 자본주의 국가와 경쟁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협상력을 높이려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착한다.

05 한반도 전쟁 위기는 실질적인가?

〈레프트21〉이 그동안 지적했듯이, 당장 북한과 미국·남한 간에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북한 ‘악마화’의 배경인 중·미 갈등도 단기간에 정면 충돌로 나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일각에서처럼 우리의 제국주의 분석을 중·미 간 세계대전 일보직전이라는 식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

‘테러와의 전쟁’ 실패와 경제 위기로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당장 또 다른 전쟁을 벌일 여력이 없다. 미국은 심각한 재정 적자로 군비도 줄여야 하는 처지다.

또한 중국도 아직 미국의 패권에 정면 도전할 처지가 아니다. 중국이 급속히 경제 성장을 하고 있고 군비를 엄청 늘렸지만, ‘G2’라고 보는 건 과장이다. 중국은 미국에 비해 여전히 경제력과 군사력 모두 많이 뒤쳐져 있다.

따라서 미국은 당장 동아시아에서 전쟁을 벌이려는 게 아니다. 대신에 북한을 핑계 삼아 중국을 포위하고 견제를 확고히 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미 간의 경제적 상호 의존만 보는 일부의 시각도 일면적이다. 동아시아가 불안정해지는 것은 중국이 부상하면서 미국 주도의 기존 질서가 흔들리는 데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1930년대 이래 최악의 경제 위기는 강대국들 사이에 경쟁과 긴장을 더 키울 수 있다. 그래서 최근 수년 동안 동아시아는 불안정이 점차 증대해 왔다. 특히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이 격화했다.

비슷한 시기에 한반도에서도 국지적 충돌의 횟수와 강도가 높아졌다.

중·미 갈등 속에 동아시아는 치열한 군비 경쟁의 무대가 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 남한 등 주요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군비를 곱절 이상 늘렸다.

따라서 동아시아와 한반도에서 우리는 단기간에 전쟁을 겪지는 않겠지만, 국지적 충돌 가능성은 존재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06 ‘한반도 비핵화’를 평화 운동의 요구 조건으로 내놓아야 하는가?

진보운동 일각에서는 평화 운동이 ‘한반도 비핵화’를 요구 조건으로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위험천만한 핵과 핵무기에 대한 반감은 이해할 만하다. 북한 핵무장에 대한 비판도 타당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 핵무장을 비판하는 수준을 넘어, ‘한반도 비핵화’를 운동의 요구로 제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이 북한에 핵무기 폐기를 요구할 때 사용하는 전문용어이다. 이 요구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압박이 한반도 불안정의 근본 원인이라는 점을 흐려 효과적으로 운동을 건설할 수 없게 만든다.

현재의 구체적 상황에서 미국 지배자들과 남한 정권은 모두 대화의 조건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내세우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1만 기가 넘는 핵무기를 갖고 있고, 며칠 전에도 온갖 최신 전략 핵무기를 한반도에 들여온 미국이 말이다.

따라서 ‘한반도 비핵화’ 요구는 그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맥락에서는 미국 제국주의자들과 남한 정권의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 요구는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되풀이되는 미국의 합의 폐기와 악의적 무시 속에서 핵 개발에 매달려 온 북한이 핵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한반도 비핵화’를 요구한 운동은 결국 마비될 것이다.

또, 이 요구는 운동을 분열시킨다. 북한 핵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들 때문에 운동은 힘을 모아서 전진하기 어려울 것이다.

진보운동은 지난 미국의 이라크 전쟁 반대 운동의 경험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시 국제 반전 운동은 ‘테러 반대, 전쟁 반대’라는 식의 양비론에 빠지지 않고, 사태의 핵심인 (테러를 빌미로 한) 미국의 전쟁 몰이를 정확히 간파해 강력한 반전 운동을 건설할 수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진보운동은 정견의 차이를 넘어 한반도 긴장을 부추기는 미국의 패권 추구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07 평화 협정이 해결책이 될까?

진보진영에서 나오는 제안들 중에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 특사 파견’, ‘6자 회담 재개’, ‘평화 협정 체결’ 등 국가 간 대화와 합의를 촉구하는 게 많다.

물론 대결과 긴장보다 대화와 평화를 바라는 심정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설사 양자 회담이나 다자 회담을 통해 모종의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불안정한 평화일 수밖에 없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은 북한과의 합의를 번번이 깨뜨려 왔다.

그래서 고(故) 리영희 선생은 2005년 9·19 합의 직후 “미국이 조약을 단 한 번도 지킨 사례가 없으므로 이 사실로부터 출발해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 문제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판단의 단서를 잡아야 한다. … 종이 조각을 토대로 해서 상황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하고 경고한 바 있다.

자본주의 국가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국가 간 합의는 안정적인 평화는커녕, 순식간에 휴지 조각이 되는 경우가 숱하게 많다.

예컨대 1972년 말 미국 대통령 닉슨은 북베트남과의 평화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12월 하순 동안 베트남전 기간 중 최대 규모의 폭격으로 수많은 베트남인들을 학살했다. 협정은 한달 뒤인 이듬해 1월 23일에 체결됐지만, 전쟁이 끝난 것은 2년 뒤인 1975년 4월이었다.

1993년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오슬로 평화 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이는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가져다 준 게 아니라 저항을 가로막는 구실만 했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억압과 학살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국가 간 외교와 이를 통한 민족화해를 가장 중시하는 관점으로는 반전평화 운동을 아래로부터 강력하게 건설하기 어렵다. 예컨대 통합진보당 지도부는 “박 대통령이 대화를 통한 해결을 일관되게 추구한다면 적극 돕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진보진영은 지배계급에 외교적 조언이나 도움을 주려 할 게 아니라 독립적인 대중 운동을 건설하려 해야 한다.

08 한반도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과 대북 압박이 동아시아의 불안정을 증대시키고 있음을 분명히 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즉, 한반도 불안의 진정한 원인은 미국 제국주의와 남한 지배자들의 친제국주의 정책에 있다.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이런 관점에서 현 사태를 분석하고, 우리의 과제가 무엇인지 주장해야 한다.

그리고 한반도 긴장을 악화할 대북 제재와 대규모 한미 전쟁 연습을 중단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한일군사협정, 미사일방어체제(MD) 참가 등 한미일 3각군사동맹을 강화할 조처들에 맞서는 것도 중요하다.

한반도 긴장을 부채질하는 박근혜 박근혜는 호전적 대북정책을 유지하며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 출처 박근혜 플리커

박근혜 정부의 무기 수입과 군비 증강, 제주 해군기지 건설도 막아서며 그 돈을 복지 확대에 돌리라고 요구하며 싸워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아래로부터 반제국주의와 평화를 위한 운동을 꾸준히 착실하게 건설해 나아가야 한다. 역사적으로 제국주의는 아래로부터 강력한 저항에 부닥쳤을 때 여러 차례 한계를 보여 줬다.

한반도에서도 이런 저항 등으로 미국 제국주의의 기가 꺾였을 때 위기에서 벗어나는 일이 나타나곤 했다. 예컨대 1968년 푸에블로 호 사건으로 터진 위기가 더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하지 않은 이유는 미국이 베트남 전쟁의 수렁에 빠진 데 있었다.

2005년에 부시 정부가 북한과 대화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이라크에서 수렁에 빠졌기 때문이다.

한편, 지금의 제국주의 간 긴장과 갈등은 심각한 세계 자본주의 위기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을 봐야 한다. 끝을 알 수 없는 경제 위기 때문에 지배자들은 긴축과 사영화, 구조조정 등으로 노동자들에 위기의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서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저항하고 있다.

우리는 이 저항이 노동계급이 단결해 싸우는 계급투쟁으로 발전하는 전략적 방향 속에 자리 잡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계급의 반자본주의 투쟁이 장차 반제국주의 투쟁과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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