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8일 쌍용차 파업 18일차 현장 소식:
“공장에 들어와야 할 것은 경찰력이 아니라 공적자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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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8일 쌍용차 사측은 노동자 9백76명 해고를 강행했다. 이미 1천7백여 명이 희망퇴직이란 이름으로 직장에서 쫓겨났지만 이도 부족하다며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노동자들과 가족들의 염원을 끝내 외면한 것이다.
하지만, 쌍용차 노동자들은 에에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기존에 제시했던 노조의 양보안들을 철회하며 더 강력한 투쟁을 결의했다. 이날 오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쌍용차 지부는 “이미 1천7백여 명의 노동자들이 떠나버린 상황에서 회생을 위한 보증액과 비정규직 출연액의 산출 근거 자체가 무너졌다”며 이전에 노조가 제안했던 “1천억 원 담보 부담과 비정규직 기금 12억 원 출연, 일자리 나누기 등의 회생 방안”을 모두 폐기하고, “정리해고와 분사가 완전히 철회되지 않는 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총력 투쟁할 것”을 밝혔다.
한상균 지부장은 “공장에 들어와야 할 것은 공권력이 아니라 공적자금”이라며 “정부가 즉각 공적자금을 투입해 쌍용차를 공기업화하라”고 분명히 요구했다.
AIG와 씨티은행을 국유화한 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노동자들이 국유화를 주장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명박 정부가 재벌과 건설사 등에게 쏟아 붓겠다고 하고 있는 돈이 4백5조원에 달하는데 이 중 일부만 가져와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노동자들의 기세가 높아지자 사측은 공권력 투입 요청, 분사화, 징계 해고 등 온갖 협박을 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을 흔들기에는 역부족이다. 보수 언론조차 “지금 공권력을 투입했다가 자칫 쌍용차 사태가 전국으로 번질 수 있”다며 “공권력 투입의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6월 10일 범국민대회를 계기로 폭발할지 모르는 반정부 시위와 화물연대, 금속노조의 파업 예고로 정부가 궁지에 몰려있는 지금이 승리를 움켜쥘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흔들림 없이 파업을 유지해서 정리해고 철회뿐 아니라 분사화 철회, 비정규직 고용 보장 등을 쟁취해야 한다.
6월 8일에 사측이 관리자들과 일부 노동자들을 동원해 공장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었지만 오히려 파업에 참가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승리는 우리에게 있다”며 궐기대회에 나온 노동자들을 설득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일부 조합원들이 파업 대오에 새롭게 합류하기도 했다.
“승리는 우리에게 있다”
6월 8일 저녁 촛불집회에서도 노동자들은 사측에 대한 분노와 투쟁의 결의를 밝혔다.
정비지회에 있는 한 노동자는 “98년에는 정비 조합원이 1천6백 명이었는데 대우차로 구조조정되면서 6백 명이 됐고, 다시 쌍용에 와서 3백80명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또다시 분사로 내치고 있다. 하루에 한번은 고객에게 쌍소리 듣고, 한 달에 한번은 멱살 잡히는 노동자들이 무슨 죄가 있어 분사 당하고, 정리해고 당해야 하나”, “오늘부로 이 안에 있는 사람은 직원이 아니라고 했다. 내 손으로 키워낸 회사다. 우리가 이 안에서 끝까지 버티면 어쩔 거냐. 직원이 아니라면 우리가 되게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정리해고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한 조합원은 “내가 지금 해고되지 않았지만, 남아 있다고 해서 회사가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가 책임 있게 공적자금을 투입해 회생시켜야 한다”며 “투쟁으로 지부의 요구안을 관철시키는 것만이 진정으로 모두가 사는 길”이라고 생각해 “끝까지 함께 투쟁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발언해 큰 박수를 받았다.
연대를 넓히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6월 7일과 8일에 기아차에 찾아가서 연대를 호소했다는 차체팀 노동자는 “어제는 기아차 소하리 공장에 갔고, 오늘은 기아차 화성 공장에 갔다. 우리가 선봉에 설 테니 제발 연대해서 이 싸움 승리하자고 호소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조금씩 힘내라는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 주었다. 연대를 조금씩 넓혀 가면 승리할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연대 활동에 나서자고 호소했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6월 10일 서울에서 열리는 범국민대회에도 적극 참가할 계획이다. 광범한 반정부 정서와 노동자들의 투쟁이 만나는 것이야 말로 이명박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