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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7일 쌍용차 파업 37일차 현장 소식:
“국민 여러분 쌍용차로 와 주십시오”

쌍용차 공장의 노사간 대치는 밤새 이어졌다.

오전 3시경 용역 깡패들이 본관 뒤 운동장 쪽으로 방패를 들고 진입해 한때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문 앞 주차장에서 잠깐 잠을 청하던 가족대책위 회원들은 다시 나와 용역깡패를 규탄하고 동원된 직원들에게 돌아갈 것을 호소했다.

아침이 밝아오면서 새벽에 귀가했던 연대 단체 회원들이 모이고 있다.

오전 11시 경에는 용역 깡패 1백여 명이 헬멧을 쓰고 조합원들이 지키고 있는 바리케이드 쪽으로 이동해 잠시 긴장이 벌어지기도 했다. 용역깡패들이 채증 비디오를 찍고 연대 단체 회원들과 가족들에게 욕설을 해 몸싸움이 벌이지기도 했다.

오전 10시 반에는 ‘일방적 정리해고 반대, 자동차산업의 올바른 회생을 위한 국민대책위원회’, 경기도 대책위, 인권단체연석회의 주최로 정부와 쌍용차 사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는 가족대책위 회원들과 민주노동당 권영길·홍희덕 의원,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와 연대 단체 회원들이 참여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정부와 사측의 살인적 해고 정책과 공장 침탈을 규탄하고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근본적 해결을 촉구했다. 가족대책위 회원들은 “국민 여러분 쌍용차로 와 주십시오”라는 팻말을 들고 연대를 호소했다.

권영길 의원은 “쌍용차 부실의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게 있는데도, 정부와 산업은행은 묵묵부답하며 오로지 ‘살인 해고’를 강행하려고만 할 뿐”이라며 정부와 사측을 규탄했다.

노회찬 대표는 “떡볶이, 오뎅을 먹으며 서민 행보 한다더니 하루 만에 용역깡패를 앞세워 경찰 병력을 투입했다”고 규탄했다. 이어 “언론은 노노 갈등이라고 호도하면 안 된다. 사측이 돈 주고 고용한 용역깡패가 침탈한 것이다. 노노 갈등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홍희덕 의원은 “경찰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병이 됐다. 이명박 정권은 이 사병 없인 단 하루도 잠을 자지 못할 것이다”라고 충돌을 빌미로 한 경찰 투입을 비판했다.

유원일 의원(창조한국당)은 “확인해 보니 산업은행에 운영자금을 요청한 적도 없다고 한다. 돈도 없는데 해고만 하면 된다는 법정관리인은 뭐하는 사람이냐”고 지적했다.

허영구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는 “용역깡패와 헬기 동원은 무슨 돈으로 하는지 법정관리인을 조사해야 한다”며 “쌍용차 헐값 매각시 산자부 장관이 현 민주당 대표인 만큼 민주당은 쌍용차 공적자금 투입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족대책위 이정아 대표의 발언은 기자회견장을 눈물로 적셨다. 이정아 대표는 임신 5개월의 몸을 이끌고 두 달째 농성과 각종 연대 호소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하루라도 눈물 나지 않은 날이 없다”는 이정아 대표는 “너무 억울해 이 싸움을 멈출 수 없다”며 연대를 호소했다.

밤새 공장에서 만난 쌍용차 노동자들은 어제 침탈 사태에 분통해 했지만, 용기와 투지는 여전하다. 돈이 없어 ‘해고만이 회사가 살 길’이라는 사측은 하루 20만 원짜리 용역을 수백 명 고용해 노동자들을 협박하고 있다. 인간 같지도 않은 사측은 수십 년 한솥밥을 먹던 동료를 구사대로 앞장세워 노동자들의 가슴에 피멍이 들게 하고 있다.

사측은 26일 제시한 ‘복잡한 해고 방안’에 대한 답변을 일요일까지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용역깡패와 직원들을 동원한 24시간 공장 봉쇄를 일요일까지 계속 하겠다는 것이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용역깡패와 경찰에 둘러싸여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미래를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해 공장을 지키고 있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정당하기 때문에 승리할 것이라 믿고 있고, 고통받는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도 꼭 승리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오늘 오후 쌍용차공장 정문 앞에서는 금속노조 쟁대위 회의와 파업을 지지하는 경기도민대회가 오후 4시에 열릴 예정이다.

전국의 노동자·시민이 연대 투쟁으로 답할 차례다. 특히, 금속노조가 연대 파업을 결정할 때가 됐다.

6월 27일 기자회견에서 가족대책위 이정아 대표 발언

“고통받는 노동자들을 위해, 희망을 위해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억장이 무너진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인가 싶습니다. 가대위 회원들이 공장 안팎에 있습니다. 이 엄마들도 모두 억장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어제 공장 철조망이 갈고리로 뜯겨 나가고 우리 남편들이 지키던 공장 정문의 컨테이너가 무너져 내릴 때, 우리 엄마들이 두 달 동안 매일 출근하던 천막이 갈갈이 뜯겨 나갈 때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두 달 동안 하루라도 눈물이 나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주저앉아 울고 싶지만, 우리를 무너뜨리려는 저들에게 눈물을 보이는 것도 아까워 꾹 참고 지냅니다.

거리로 나온 지 두 달입니다. 우리 두 손으로 아이들 밥해 먹인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합니다. 처음엔 금방 끝날 줄 알았습니다. 절규하고 호소하면 될 줄 알았습니다. 이 나라가 그 정도 양심은 있을 줄 알았습니다.

옥쇄파업이 40일을 맞고 있고, 묵숨 걸고 굴뚝에 올라 굴뚝 농성을 시작한 지 50일입니다.

그렇게 반대했는데도 쌍용차를 상하이차에 헐값 매각한 건 이 나라 정부입니다. 단돈 1원도 투자 않고 오히려 기술유출과 돈만 챙겨 도망간 건 상하이 자본입니다. 왜 이런 자들을 두고 우리가 책임져야 합니까.

살이 타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6월 땡볕에 우리 상황을 알리고 연대를 호소하러 온갖 곳을 왔다 갔다 하는데 피부가 타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 키우면서 그냥 옆집 사람들처럼 그렇게 살겠다는 게 왜 이리 힘이 듭니까. 여기는 민주주의 공화국 아닙니까. 민주주의 공화국에서 먹고살겠다고 생존권 하나 보장해 달라는 게 이리도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힘들게 싸워야 되는 일입니까.

정부는 우리에게 눈꼽만치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 높은 양반들은 도대체 뭘하고 있는지 죄 없는 우리를 길바닥에 내동댕이 쳐내고도 말 한마디 않는 겁니까.

저는 너무 억울해 이 싸움을 멈출 수 없습니다. 정당하기 때문에 승리할 거라 믿습니다. 꼭 승리할 것입니다. 고통받는 노동자들을 위해, 희망을 위해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여러분 함께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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