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민주당과의 전략적 동맹에 대한 반대는 옳은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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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 독자편지 중 revolution 님(이하 존칭 생략)의 〈민주주의 혁명을 위해서는 ‘악마’와도 연대할 줄 알아야〉라는 글에 이견이 있다. 그는 ‘연대의 철학과 원칙’의 재확인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정작 자신은 ‘연대의 철학과 원칙’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다.
‘MB를 거꾸러뜨리기 위해서는 악마와도 손을 잡아야 한다.’라는 구절은 〈트로츠키의 반파시즘 투쟁〉에서 인용한 듯하다. 그러나 트로츠키는 정확히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사민당 또는 독일 노동조합 지도자들과의 공동 강령, 공동 출판물, 공동 깃발, 공동 플래카드는 결코 안된다! 행진은 따로 하되 공동으로 적에게 타격을 가해야 한다! 타격의 방법, 대상, 시기에 대해서만 동의해야 한다! 이러한 동맹은 악마 자신, 악마의 할머니, 심지어는 노스케, 그레진스키[필자 주: 로자 룩셈부르크와 같은 혁명적 사회주의자를 깡패들을 시켜 살해한 사회민주주의자들]와도 체결할 수 있다. 단 하나의 조건이 있다. 우리의 손발을 묶지 않아야 한다.
오히려 9호에 실린 ‘민주당과의 전략적 동맹 반대를 강조했어야’라는 독자편지는 이런 의미에서 옳다. 〈레프트21〉이 전술적 제휴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전략적 동맹을 맺기에는 못 믿을 정치세력이라는 점도 지적해야 한다는 것이 내용의 핵심이다. 그것이 왜 ‘소부르주아적 조급증’인가? revolution은 ‘반MB전선’을 주장하는데, 이 말은 자칭 ‘한나라당 2중대’라는 민주당과 손잡자는 말 아닌가? 그리고 그게 바로 ‘소부르주아적 조급증’ 아닌가? MB 퇴진을 부담스러워하는 민주당과 함께 MB를 거꾸러뜨리자는 것은 그야말로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 마시는 격’이다.
한편, 악마와도 손을 잡아야 한다는 말은 ‘악마’를 이용하라는 뜻이지 악마에게 영혼을 뺏기라는 뜻이 아니다. 전술적으로, 각 사안별로, 그리고 진보 세력의 독립성을 가지고 민주당과 제휴해야 한다. 하지만 전략적 동맹은 안 된다. 민주당은 참여정부 시절 한미 FTA 같은 노동유연화 정책을 적극 추진한 이들이며, 지난해 촛불 때 제일 늦게 들어와서 제일 빨리 도망간 점, 노무현의 죽음 직전에 ‘한나라당 2중대’가 돼도 좋다고 발표한 점 등만 비추어 봐도 믿을 수 없다. 민주당이 올바른 말이나 행동을 할 때는 ‘따로 또 같이’ 행동하되, 헛소리를 늘어놓을 때는 가차 없이 버릴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한국 정부는 더는 4월 혁명 때처럼 1백만 명 정도의 시위로 물러날 만큼 취약하지 않다. 강력한 경찰과 군대를 가졌고, 선진국 수준의 막대한 자본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의 무덤을 파는 사람들, 노동자 계급의 힘이 중요하다. 민주당이 하루 쉰다고 해도 큰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노동자들이 멈추면 당장 나라가 멈춘다. 그렇기에 이명박 퇴진의 진정한 핵심 고리는 노동자 운동에 있다. 그리고 민주당은 진보 세력의 ‘덤’과 같은 존재로 생각해야 한다. 있으면 좋으나, 없어도 그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