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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 소사이어티’의 김대중 복지 정책 평가에 대해:
김대중 정부의 복지 정책은 노동자에게 비용 떠넘기기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사망한 후 진보 진영에서도 그의 공과를 평가하는 여러 논평을 발표했다. 김대중 정부를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하는 곳조차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신자유주의 정책이 문제였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그래서 그동안 의료민영화 등 신자유주의 정책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 온 ‘복지국가 소사이어티’가 “[김대중 정부는] 신자유주의의 높은 파도 앞에서 공공성 중심의 국가의료제도를 끝까지 지켜내고 발전시켰다”(〈레디앙〉 8월 20일치)고 극찬한 것은 대단히 아쉽다.

‘복지국가 소사이어티’의 주장대로 김대중 정부 시절 의약분업, 건강보험 통합 등 ‘개혁적 제도’들이 실시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복지 수준을 단순히 개혁적 제도의 도입으로 환원할 수는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비용을 누가 부담했느냐다. 1998년 당시 건강보험 통합에 필요한 재정 마련을 위해 노동자들의 보험료가 33~42퍼센트나 인상됐다. 김대중 정부는 의약분업에 반대하는 의사들을 달래려고 수가를 대폭 인상했고 그 결과 다시 의료보험료가 대폭 인상됐다. 그럼에도 국민건강보험은 한 차례 재정 고갈 위기를 겪었고 다시 그 부담을 평범한 노동자들에게 지웠다. 보험 재정 고갈의 책임이 노동자들에게 있는 것인 양 건강보험공단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했다. 반면 정부 재정 지원은 거의 늘지 않았다.

기업주들이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도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대신 기업주들은 비정규직 고용을 확대해 비용 부담을 대폭 줄였다. 비교적 안정된 일자리를 가진 노동자들에게는 보험 적용 범위와 수준이 확대됐지만 김대중 정부가 양산한 비정규직은 아예 복지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래서 당시 시민사회단체들과 민주노총 등이 김대중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그토록 반대했던 것이다.

김대중 정부의 복지 정책은 그가 추진한 신자유주의 정책의 연장선이다.

‘복지국가 소사이어티’는 김대중 정부 시절 사회복지 지출이 늘어난 것을 성과로 꼽는데, 그것은 김대중 정부가 의도한 것이라기보다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투쟁한 결과다. 김대중 정부보다 앞서 신자유주의적 복지 삭감을 추진한 OECD 여러 나라들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는 되도록 많은 비용을 노동자들이 부담하게 함으로써 애초에 의도한 바 ― 기업주들의 부담을 줄여 주기 ― 를 관철시키려고 애썼다. 시장 논리에 따라 복지 부문에서 비용을 인상하거나 민간으로 이전하는 등의 정책들이 그것이다. 당연히 노동자들은 이런 정책에도 맞서 싸웠다.

그러므로 김대중 정부가 복지 확대를 추진했다고 보는 것은 부정확한 평가다. 이런 평가는 김대중 정부 때 신자유주의적 복지 정책에 반대하며 복지 확대를 요구해 온 운동의 구실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우리는 무상 의료 등 진정한 복지 확대를 요구하며 싸워야 한다. 그리고 김대중 정부와 달리 기업주와 부자들이 더 많은 부담을 지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