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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존 몰리뉴의 “사회주의는 가능하다”를 읽고

〈레프트21〉에 연재되는 존 몰리뉴의 칼럼은 항상 쉽고 명쾌해 맑스주의의 기본 원칙들을 이해하는 데 더없이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12호에 실린 “사회주의는 가능하다” 칼럼 역시 나에게 매우 유익했다. 민주적 계획에 따른 분배가 가능하다는 것을 설득력있게 기술한 이번 칼럼은 많은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을 것이라 믿는다.

그간 활동해 오면서 많은 주변 사람들한테서 사회주의에 대한 갖가지 질문들을 받았다. 특히 ‘모든 것이 분배된다면, 누가 힘들게 일하려 하겠는가? 아무도 일하지 않는다면 사회가 발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나와 토론한 주변 사람들의 단골메뉴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장, 학교에 가는 것을 고통스러워 한다. “귀신보다 무서운 건 내일이 월요일” 이라는 TV 광고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누구나 금요일 오후만 되면 기분이 ‘급’ 좋아지고 일요일 오후가 되면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 사람들이 일하기 싫어 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대한 결정권 없이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하는 소외 때문이 아닐까? 쥐꼬리만한 월급이라도 받으려면 조용히 일만 해야 하는 현실이 우리로 하여금 일할 의욕을 떨어뜨린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국가, 지역사회는 물론 우리가 일하는 조그만 작업장 운영에 대해서 결정할 권리가 사실상 없다. 회사의 경영은 사장과 이사들이 해 왔는데도 구조조정 같은 고통은 ‘함께’ 나눠야 한다. 내가 일한 결과로 만들어진 부가가치는 나보다 사장과 대주주들의 호주머니를 채운다. 국가나 지역사회 운영은 어떤가?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우리에겐 4년이나 5년마다 10초도 채 걸리지 않는 투표할 권리가 전부 아닌가? 그 잠시가 지나가면 모든 법과 제도를 만들고 고치는 일은 ‘금뺏지를 다신 분들’의 몫이다. 우리는 그저 한탄하거나 관심을 아예 꺼버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몰리뉴가 지적했듯이 1871년 파리코뮌에서처럼 우리들이 모든 공직자들을 선출하고 소환할 수 있다면, 또 러시아 혁명의 경험처럼 집단적 토론을 통해 작업장과 사회를 우리들이 운영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이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을 것이고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의미있고 보람찰 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사회에서는 이윤만을 쫓는 사회와는 다르게 모든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따뜻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공급해 누구나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민주적 사회 운영과 충분한 의식주 공급은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 생산적으로 사회운영에 동참하고 필요한 노동을 기꺼이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경기도에서 “전체 학생에게 무상 급식을 실시하는 것은 의타심만 기르고 교육상 좋지 않다고 본다” 며 무상급식 예산을 깎아 버린 지배자들에게 이 사회를 계속 맡겨 놓는 것은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로 하여금 의욕을 잃게 하고 고통을 더 가중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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