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마르크스주의 ⑥:
저들의 역사와 우리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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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뉴캐슬대학교 역사학 강사인 매트 페리는 유사 이래 지배자들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지배가 당연하다고 납득시키려고 과거를 신비화했으며, 왕조의 계보 같은 최초로 기록된 역사는 지배자들의 정통성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됐다고 지적한다.
아서 왕짐이 너희의 왕이니라.
여인어, 저는 당신한테 투표한 적도 없는데요.
아서 왕왕은 투표로 선출되는 것이 아니다.
여인그러면 어떻게 왕이 되신 건가요?
아서 왕반짝이는 금실 비단으로 덮인 호수의 여신의 팔이 호수 한복판에서 엑스칼리버를 높이 들어올린바, 바로 나 아서가 엑스칼리버를 가지는 것이 신의 뜻임을 알리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내가 너희들의 왕이다.
데니스이보시오, 물 속에 누워 칼이나 나눠 주는 이상한 여자를 근거로 정부를 구성할 수는 없지요. 최고 권력은 시시한 수중 쇼가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얻는 것이죠.
─ ‘몬티 파이선과 성배’
[1975년작 영화] 중에서
오늘날 과거에서 정통성을 찾는 체제는 주로 국민국가이지 왕정이 아니다. 그래서 BBC방송은
칼 마르크스가 역사 서술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었던 것은 “동시대의 환상”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는 인간의 역사를 사상의 발전과 위대한 사상가를 통해서가 아니라 유물론적으로 설명하려 했다. 인간만의 고유한 특징과 인간의 역사를 이해하는 열쇠는 노동과 생산이었다.
인류가 진화를 거듭하며 지구 전체로 퍼져 나가자 동물적 본능만으로는 부족했다. 인간은 의식적으로 행동해야 했다.
인간은 의식주를 얻기 위해 집단으로 노동했다. 그것은 처음에는 간단한 도구 제작과 집단적 수렵이었지만, 나중에는 어마어마하게 복잡한 현대 자본주의적 생산으로 발전했다. 생산의 성격 변화가 정치 제도와 사상, 사회의 전반적 성격을 결정하는 배경이 됐다.
초기 인류 역사의 대부분 기간에 인간은 평등했고 이동하며 살았다. 인류가 농업과 수공업에 종사하며 마을이나 촌락 혹은 도시에 정주하기 시작하자 사유 재산과 계급 분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배자들은 자신의 특권을 타고난 것이거나 신에게서 받은 것으로 보여야 했다. 아시리아 제국의 왕 에사르하돈을 기념하는 거대한 비석에는 왕 앞에서 무릎을 꿇은 시종들이 왕에 비해 아주 작게 새겨져 있다. 이 부조는 절대 권력의 힘과 저항의 무익함을 설파한다. 그러나 계급 사회가 등장하면서 부와 권력의 불평등에 대한 자각도 나타났다. 고대 수메르의 격언은 이렇게 경고한다. “지배를 당하면 저항이 나타난다.”
가난한 자들은 대부분 착취를 일상적이고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지배자에게 순종했고, 지배자들은 그러한 복종을 자신의 정통성을 입증하는 증거로 여겼다. 그러나 때때로 숨겨진 갈등이 표면에 드러났다. 고대 이집트의 데이르-엘-메디나는 파라오의 피라미드를 건설하는 장인들이 사는 마을이었다. 이 마을 쓰레기장이 남긴 유물 덕분에 우리는 이 장인들의 삶을 고대 사회의 다른 어떤 하층민보다 더 잘 알 수 있게 됐다. 십장들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승진을 좌우했다. 일부 십장은 권력을 남용해서 성적 괴롭힘이나 부역과 뇌물을 강요했다. 때때로 임금이 체불되면 노동자들도 일을 멈추고 신전으로 행진하고 농성을 벌였다.
가난한 사람들은 최후의 전쟁이 선과 악 사이에 벌어지거나 최후의 심판 날이 찾아오면 자신에게 고통을 준 자들에게 보복할 수 있다는 묵시론적 신앙에 빠져들기도 했다. 1420년대 보헤미아에서
묵시론
그러나 이런 혁명의 시기에 종교 사상은 세속의 정치 사상이나 민주주의적 미래상, 심지어는 디거스
사회적 갈등을 통해 오늘날의 세상이 탄생했다. 16∼18세기에 발생한 네 번의 위대한 혁명 ― 네덜란드 독립전쟁, 영국 내전, 미국 독립전쟁과 프랑스 대혁명 ― 과 그 여파로 유럽과 미국의 정치·사회 구조가 변하면서 근대 자본주의가 탄생했다.
자본이 세계를 정복한 20세기에는 세계대전과 파시즘, 인종 학살, 스탈린주의, 환경 파괴와 핵무기라는 전례 없는 재앙이 일어났다. 자본주의 덕분에 평화롭고 풍요로운 발전이 지속될 거란 19세기의 믿음은 무색해졌다.
동시에 20세기는 세계 노동계급이라는 역사상 가장 반항적인 주체가 탄생하면서 인류 역사에서
이런 역사는 교과서와 TV에 나오지 않는 역사다. 이런 역사는 평범한 사람들이 희생만 당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창조하기도 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질 스콧 헤론의 노래 가사를 빌려 결론을 내리자면, ‘만약 사람들이 더 나은 내일을 찾으러 거리에 나선다면, 왕후장상은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존재가 될 것이다.’
출처 영국의 반자본주의 월간지 《소셜리스트 리뷰》 2008년 1월호
번역 천형석
이 주제에 대해 더 심도 있게 탐구하고 싶은 독자들은 《민중의 세계사》(크리스 하먼, 책갈피)와 《칼 맑스의 혁명적 사상》(알렉스 캘리니코스, 책갈피)을 읽어 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