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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삭감과 서민 증세가 ‘친서민’인가

‘친서민’ 노선을 내세우는 이명박 정부의 예산안 기조는 여전히 친재벌·친부자에 고정돼 있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도 총예산 중 복지예산 ‘비중’이 “역대 최고”라고 했지만, 눈속임에 불과하다. 정부는 복지예산 총81조 원이 2009년도 ‘본예산’의 복지 항목과 비교해 8.6퍼센트 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 집행된 예산인 올해 추경예산(예산이 성립한 이후 발생한 사유로 변경한 예산)과 비교하는 게 옳다. 그리 비교하면, 내년도 본예산 총규모는 오히려 9조 원이 줄었다. 복지 지출 ‘비중’이 커진 것은 이처럼 총예산 규모(분모)가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추경예산까지 포함해 비교하면 복지 부문은 겨우 6천억 원(0.7퍼센트) 증가했다. 공식 물가인상률(3퍼센트)을 감안하면 오히려 삭감된 셈이다.

사상 최대의 경제 위기를 정부 지출로 떠받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예산을 줄이는 것은 경기가 회복돼서일까. 이명박이 “내년 상반기까지 출구 전략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못박은 걸 보면 정부가 경기 회복 속도를 낙관하는 것 같진 않다.

오히려 내년 국가채무는 4백7조 원으로 41조 원이나 늘어난다. 이처럼 예산(지출)을 줄이는데도 정부 재정이 악화되는 건 정부의 수입이 줄었기 때문이다. 진보 단체들이 지목하듯이, 5년간 90조 원에 달하는 부자 감세 정책이 예산 부족의 근본 원인이다.

한편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는 “4대강 사업 예산이 다른 예산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고 비판한다. 4대강 사업에는 9조 원 가까운 예산이 들어간다.

이런 재정 구조 탓에 국가채무 이자만 매년 20조 원이 넘는다. 부자 감세 기조를 버리고 ‘4대강 죽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이 국가채무의 부담은 복지 축소와 서민 증세로 되돌아 올 것이 뻔하다.

빈 깡통이 요란했네

이렇게 재정 구조가 취약해진 결과, 교육과 복지 예산이 큰 폭으로 깎였다.

정부가 역대 최대로 늘었다는 복지 예산에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제도적 자연증가분 3조 원이 포함돼 있다. 9월 28일 야당과 진보 단체들이 함께 한 ‘예산결의대회’ 자료집에 따르면 보금자리주택 2조 6천억 원 예산은 건설사와 입주자에 대한 융자 사업용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복지 예산은 ‘역대 최고로’ 삭감됐다.

저소득층 월세 지원 예산 60억 원, 에너지 보조금 9백2억여 원을 전액 삭감했다. 결식아동급식 지원금마저 전액 삭감했다.

교육 예산은 총 규모 자체가 감소했다. 2009년 본예산 대비 5천억 원, 추경예산 대비 1조 4천억 원이 깎였다.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원하는 연4백50만 원의 장학금, 차상위계층에게 지원하는 연1백5만 원의 장학금, 43만 명 무이자 대출 지원 예산이 모두 삭감됐다. 허울 좋은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의 대가로 사라진 예산들이다.

일자리 예산도 줄어

현금 복지만 준 게 아니라 소득을 얻을 일자리 예산도 줄었다. 정부는 올 추경예산보다 27.1퍼센트 줄어든 8조 8천4백7억 원만 배정했다.

우선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대책 추진단 운영, 비정규직근로자 장학금 지원 예산도 전액 삭감됐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중소기업에 주는 1인당 30만 원의 세액공제 혜택도 폐지한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중소기업 청년인턴제 예산도 삭감했다. ‘희망근로사업’은 25만 명에서 10만 명으로 대상자를 줄였다.

취업 포기자 등을 감안한 실질실업률은 13퍼센트대다. 실업률이 아니라 고용률로 계산하면 취업자 수는 63.8퍼센트에 불과하다.

정부는 상황이 이런데도 평범한 사람들에게 유일한 소득원이 될 고용 예산을 줄이고 있다. 그러면서 서민저리대출을 ‘친서민’ 정책이라 내세운다. 정부 재정만이 아니라 서민 가정도 빚더미에 앉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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