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레프트21〉의 민중전선 비판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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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전선’의 해악을 비판한 〈레프트 21〉의 관련 기사들에 상당부분 동감합니다. 그런데, 기사들 가운데 잘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더군요. 예컨대, ‘‘반MB 선거연합’ 노선은 왜 문제인가’ 기사에서 최미진 기자는 “진보대연합은 민주당과 진보정당 사이의 빈 공간을 메우려는 적극적인 시도 … 반한나라당·비민주당을 지향하는 세력까지 결집하는 선거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저도 이런 모델이 성공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이 단지 형식상으로 진보대연합에서 배제된다고 해서 기사가 풍기는 인상처럼 반한나라당·비민주당 세력들이 민중전선(민주대연합) 노선을 정치적으로 배제할까요?
2MB 정권의 출범과 민주당의 야당 전락과 무기력, 과거 집권기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겹치면서, 안 그랬다면 대체로 민주당 성향이었을 사람들이나 그룹들이 현재는 민주당 외곽에 존재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대표적인 정치 결사체로는 친노 국민참여정당이나 시민주권 모임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들도 종종 민주당을 비판하고 민주당 중심성을 부정하곤 합니다. 이들이 기사에서 비판하는 민중전선(민주대연합) 노선을 포기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정당은 아니지만 암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NGO들이 ‘진보대연합’에서 무시못할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다분합니다.
두번째로, ‘반MB연합을 정당화하는 ‘좌파적’ 논리의 문제점’ 에서 김인식 씨는 “일부 민주노동당 사람들은 반MB연합을 비판하는 우리에게 힐문한다.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게 급선무다. 이명박 정권에 맞선 반MB연합의 승리는 독재에 대한 민주주의의 승리다.’ 물론 양자 사이에서 적대적 충돌이 벌어질 경우, 당연히 민주적 권리 수호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썼습니다.
그런데 민주대연합은 제한적으로 대중투쟁을 전개하기도 하지만, 선거가 주요한 목적이기도 합니다. 김인식 씨에게 힐문을 던진 사람들은 후자도 염두에 두었던 것 같은데, 이에 대한 김인식 씨의 대답은(이어진 추가 설명도) 다소 모호해 보입니다. 이명박 정권과 반MB연합 사이의 선거 경쟁 또한 ‘적대적 충돌’로 볼 수 있는지, 더 나아가 민주대연합에 대한 비판과는 별도로 선거에서 반MB연합을 지지할 수도 있다는 것인지 분명치 않아 보입니다.
최미진 기자의 답변
우선, 저는 현재의 친노 국민정당이나 시민주권모임 등은 지난 노무현 정부 정책의 계승자이므로 범(凡) 민주당 세력이지, 비민주당 세력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세력들이 현재 반MB연합의 한 축으로서 별다른 두각을 보이고 있지도 않기 때문에 굳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들을 염두에 두고 진보대연합을 주장했던 것은 아닙니다. (단, 친노 정치인 중 일부가 민주당과 분명히 정치적으로 단절하고 좌선회한다면 이들을 진보대연합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열어 놓을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친노세력과 NGO를 구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NGO(와 진보진영 내 주요 개혁주의 세력들)는 지금까지도 내용적으로 민주당을 추수하는 민중전선주의에서 자유롭지 않았음을 제 기사에서도 비판했습니다. 그럼에도 NGO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수행자가 아니라, 비판자 구실을 해 왔고, 자본가 계급에 기반을 두고 있는 민주당이나 친노세력들과는 기반 자체가 다른 진보진영의 일부입니다. 따라서 NGO도 진보대연합에 포함돼야 합니다. 그리고 NGO가 민주당과 별도로 진보대연합의 후보를 세우는 데 동의한다면 민주대연합의 논리를 거스르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다만, 진보대연합이 성사되더라도 그 내에서 논쟁은 계속 필요할 것입니다. 좌파는 진보대연합 진영이 한나라당에 효과적으로 맞서기 위해서라도 민주당과는 다른 진보적 대안을 선명히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좌파의 요구를 1백 퍼센트 관철시키지 못하면 진보대연합은 무의미하다는 식의 최후통첩주의는 피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저는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반노동자 정책의 수행자였던 친노 정치인들과 MB에 실망해 친노 정치인들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는 대중은 구별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자는 진보대연합이 배제해야 할 대상이지만, 후자는 진보대연합이 견인해야 할 대상입니다.
김인식의 답변
저는 이미 지난호 기사에서 특정 쟁점들(언론악법이나 집회·시위의 자유 침해 등)을 놓고 진보진영과 민주당이 일시적 제휴를 맺는 것(전술적 제휴)과 민주대연합(반MB 선거연합)은 구별해야 하고, 반MB 선거연합에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우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반MB 선거연합이 이뤄질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남습니다. 반MB 선거연합의 후보가 진보 후보이고, 상대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라면 진보 후보에게 비판적 투표를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반MB 선거연합의 후보가 민주당 후보라면, 그것은 상황과 대중의 정서를 선거구마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