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는 부자 맞춤형 교육을 위한 줄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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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13~14일 전국 초·중·고교에서 일제고사가 실시된다.
일제고사가 시행된 지 2년, 학교 현장은 참혹했다. 학년을 막론하고 모든 교육과정이 일제고사 성적 올리기에 맞춰졌다. 초등학생들에게도 0교시와 야간 자율학습을 강요하는 것은 물론, 방학과 명절마저 빼앗았다.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은 ‘부진아’로 낙인찍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아예 전학을 강요하기도 했다.
시·도 교육청과 학교를 일제고사 점수에 따라 평가하고 예산 배분, 인사와도 연계하겠다고 하자 학교 현장은 더욱 파행으로 치달았다. 지난 ‘임실 기적’처럼 성적을 부풀리려는 비리가 벌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아예 중간고사를 일제고사로 대체하겠다는 학교도 생겼다.
이미 엄청난 경쟁으로 시름하는 학생들은 한층 더 극심한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다.
교과부 장관 안병만은 일제고사를 통해 “학생들의 학업성취 수준을 제대로 파악”해 “학력격차[를]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사고, 특목고 확대 정책을 펴면서 “학력격차 해소” 운운하는 것은 역겨운 일이다. 게다가 최근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교과부는 외국어고에 일반계고의 9곱절이나 되는 교부금을 지원했다. 외고(86만 원)의 ‘학생 1인당 평균 특별교부금’은 일반계고(3만 원)의 30곱절 가까이 많았다.
안병만은 지난 2월 일제고사 성적을 공개한 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로 갈수록 기초 학력 미달 학생 비중이 높아진 것을 두고 “하향 평준화 현상을 확인했다”며 평준화 공격에 나섰다.
또, 고려대 등은 암암리에 고교등급제를 실시해 왔는데, 일제고사 성적 공개는 “학력 격차를 확인”해 줌으로써 대학에 고교등급제를 정당화할 명분을 줬다.
결국 학교를 줄세워 그나마 명목상으로나마 남아 있던 평준화를 완전히 해체하려는 것이 일제고사를 실시하는 진짜 이유다.
고등학교마저 서열화하고 고입경쟁이 심해지면, 당연히 부유층 자녀들이 경쟁에서 유리하다. 당장 지난해 일제고사에서도 ‘사교육 1번지’ 서울 강남은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 영어·수학 과목에서 보통 학력 이상 학생의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일제고사가 이런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점은 이미 일제고사가 시행되기 전부터 예고된 바 있다.
영국에도 이미 1980년대 말에 당시 보수당 정부는 학생들에게 일제고사를 치르게 하고, 시험 결과에 따른 학교 순위를 공개해 학부모들에게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각 학교에 책정되는 예산도 이런 기준에 따라 결정됐다.
그러자 각 학교들은 ‘부진아’를 골라서 퇴학시켰고 5년 동안 퇴학생이 5곱절이나 늘었다. ‘일류’ 학교로 전학갈 수 있는 여력이 없는 빈곤층 학생들은 ‘쓰레기’ 같은 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경쟁에 뒤진 이른바 ‘똥통’ 학교들은 재정난에 허덕이다 결국 폐교되기 일쑤였다.
이것이 바로 이명박 정부가 바라는 바다. 일제고사를 통해 학교를 줄세워서 평범한 노동자 자녀들의 교육받을 기회를 박탈하고 부자들만을 위한 교육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편,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일제고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현행 법률에 따라서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 이는 국제중·특목고·자립형사립고 증설 반대, 일제고사 반대 등 이명박 ‘특권교육’ 심판을 내세운 그를 지지하고 당선시킨 유권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 줄 것이다. 이명박 ‘특권교육’을 심판하려면 법률에 얽매이거나 압박에 굴하지 말고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행동을 호소하고 조직해야 한다.
교과부는 이번에도 “체험학습을 불허하고 평가 시행을 거부하는 학교나 교사를 징계조처한다는 방침은 작년과 동일하다”며 으름장을 놨다. 그러나 청소년·학부모·교원 단체가 가입돼 있는 ‘일제고사폐지전국시민모임’은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체험학습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일제고사로 해임된 교사들도 전국 순회 투쟁에 나섰다. 이런 일제고사 반대 행동에 대한 지지와 연대가 확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