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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노조의 이주노동자 취업 제한 요구는 왜 해결책이 아닌가

경제 위기 때문에 곳곳에서 대량 실업, 임금 삭감, 빈곤이 나타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일하는 사람들의 고통에는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기업·부자 들에게는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주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주 들의 고통 전가에 맞선 투쟁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이런 집단적 저항을 두려워하는 정부와 기업주 들은 늘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려 애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성과 남성, 내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 …

분열

경제 위기 시기 노동자들의 보수적 정서를 겨냥한 지배자들의 이런 시도는 때로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예컨대, 올초 영국 건설·석유정제 공장 노동자들은 “영국인 일자리는 영국인들에게”라는 구호를 내걸고 비공식 파업을 벌였고, 지난 5월 한국의 전국건설노조 대구경북지부의 파업 슬로건 중엔 “건설현장 이주노동자 즉각 철수를 요구한다”, “이주노동자 제한하여 고용안정 쟁취하자” 등이 있었다. 원칙 있는 노조지도부라면 해선 안 될 타협을 한 것이다.

일자리와 임금 삭감에 맞서 파업과 시위를 벌여 싸우는 것은 정당하다. 노동자들을 서로 경쟁하게 만드는 하도급 체제에 맞서 싸우는 것도 옳다. 그러나 앞서 인용한 요구들은 엉뚱한 사람들을 적으로 삼고 있다.

내국인 노동자들의 생활조건이 하락하는 것은 이주노동자들의 책임이 아니다. 우리가 예전에 먹고 살려고 중동·독일 등으로 이주했듯 이주노동자들도 먹고 살려고 이 나라에 온 것뿐이다. 이런 이주노동자들을 불안정한 처지로 내몰아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것이 누구인가? 또 열악한 처지의 이주노동자들을 내국인 노동자들과 경쟁시켜 임금과 노동조건을 하향평준화시키는 것은 누구인가? 정부와 기업주 들이야말로 이런 문제의 주범이다.

“영국의 일자리는 영국인들에게”라는 구호를 맨 처음 사용한 것은 영국 총리 고든 브라운이었다. 이명박은 취임 초부터 “불법 체류자가 활개쳐선 안 된다” 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마녀사냥을 부추겼다. 이런 분열 지배 덕분에 이주노동자들이 많은 영국의 정유사와 한국의 건설사 들은 경제 위기에도 높은 순익을 기록할 수 있었다.

이런 요구들은 문제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헷갈리게 하고 우익과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게 된다. 이명박 같은 우파 정부가 힘을 받게 될 것이고, 우파 정부는 그 힘으로 우리의 일자리와 임금을 공격할 것이다.

따라서 이런 요구는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하지 못한다. 설사 이 요구가 성취돼 당장 이득을 보는 것처럼 느껴질지라도, 그것이 노동자들 사이 또 다른 분열의 씨앗을 심고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이주노동자들을 노동조합에 가입시켜야 한다. 또 이주노동자들에게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것에 반대하는 투쟁에 내국인 노동자들이 함께해야 한다. 이런 분열의 싹을 잘라내는 과정을 통해서만, 경제 위기 시기 지배자들의 고통 전가에 맞서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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