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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고려대 환경미화 노동자 투쟁:
청소 노동자들의 폐지 수입까지 강탈하려는 용역업체

고려대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한달 임금은 최저임금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학내에 굴러다니는 광고지, 버려진 책, 신문 등 폐지를 수거해 생계비에 보태왔다. 그래봤자 한 달에 2만 원~7만 원 정도다.

그런데 고려대와 계약을 맺은 청소용역업체 성일환경은 앞으로도 계속 폐지를 주워 팔면 “사규 등에 의거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노동자들을 협박했다. 용역업체인 성일환경은 황당하게도 ‘등록금 동결로 용역비가 줄어’ 용역업체가 폐지 수입까지 챙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주식에만 7백30억 원을 쏟아붓는 고려대에서 벌어진 일이다. 고려대 환경미화 노조는 폐지 수거를 하지 않는 대신 월 1만 5천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양보안까지 제시했지만, 업체 측이 거부했다.

이 황당한 조처에 노동자들은 분노했다. 조합원 총회에 2백57명의 조합원 대부분이 참석했다. 22년 동안 학교에서 일해 온 최경순 씨(70세)는 “22년 동안 고대에서 설움을 겪어왔다. 그런데 지금 폐지마저 빼앗아 가려 한다”며 분노했다. 고대 환경미화 노조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 일부를 떼 1천7백만 원의 투쟁기금을 모아 왔는데, 이번 투쟁을 위해 이 기금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조합원들은 “원청인 고려대학교에게 문제 해결을 요구”하면서 매일 4시에 총회(집회)를 여는 투쟁 계획을 압도적 지지로 통과시켰다.

고려대 학생들의 분노도 컸다. 학생들은 학생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성명서·리플릿을 작성하고 노동자들과 함께 점심선전전을 하기로 결정했다. 총학생회, 문과대·정경대 학생회, 동아리연합회, 대학생다함께 고려대 모임, 전 출교생들 등은 집회에 참가해 노동자와 학생들의 끈끈한 연대를 과시했다.

전 출교생인 김지윤 학생은 “출교 때, [환경미화 노조가] 1백만 원씩 모아서 우리에게 주셨을 때 몸둘 바를 모를 정도로 고마웠다. 이제 우리가 받은 연대를 돌려드리고 싶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나는 투쟁을 알리는 유인물을 배포했는데, 학생들은 “어떻게 도울 방법이 없겠냐. 서명운동 같은 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지지를 표시했다. 다른 대학 환경미화 노조, 민주노총 서울본부 북부지구협의회, 진보신당 성북구위원회 등 단체들도 연대하고 있다.

그동안 대학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투쟁은 학생들과 노동자들이 연대했을 때 힘을 발휘했다. 지난해 9월 성신여대 환경미화 노동자들은 학생들과 연대해 승리했다. 당시 학생들은 3일 만에 6천 5백 명이나 서명에 참가해 뜨거운 지지를 보여 줬다. 연세대에서도 학생들이 연대하면서 환경미화 노조가 설립되고 해고자들을 복직시켰다.

원청인 고려대 당국은 ‘폐지 투쟁’을 모른척 하고 있다. 용역업체와 원청인 고려대 당국에 맞서 노동자와 학생 들이 연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