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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아이티에 군대가 아니라 구호 물자를 보내라

이명박 정부가 아이티 파병을 추진하고 있다. 국방부는 곧 실사단을 아이티에 보내 2월 중순에는 아이티에 군대가 주둔할 수 있게 하겠단다. 경계 병력 50여 명과 공병 2백20명 규모다.

지난 연말 국회에서 유엔 평화유지군(PKO)을 신속하게 파병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킨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번에는 합심해 아이티 파병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발벗고 나섰다.

△한국군 파병은 평범한 아이티인들에게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출처 Nicolas Jolliet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진정으로 아이티인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재건하는 데 열의가 있을 리 없다.

반전평화연대(준)는 정부의 아이티 파병 방침에 대해 “지금 아이티에 절실한 것은 무장 군인이 아니라 구호품, 의료진, 인간 존엄 회복이다” 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미국 CNN은 말할 것도 없고 국내 언론들은 아이티 참사를 보도하면서 “굶주림에 미쳐 가는 사람들”, “아비규환”, “치안 부재”, “혼란과 약탈” 등 온갖 선정적인 수식어들을 동원해 각국 정부의 아이티 파병 정책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구호와 재건을 위해서라도 치안을 회복하는 게 먼저라며 말이다.

그러나 치안 문제는 오히려 군대가 ‘점령’한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월 22일 아이티 경찰이 구호품인 쌀가마를 옮기려는 시민 2명에게 총을 쏴 1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각국은 아이티로 파병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파병된 군인들은 전 세계에서 아이티로 보내오는 식량과 의약품을 제때 공급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미군과 유엔은 구호활동을 펴는 민간인들에게 구호 물자를 아이티인들에게 직접 전달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은 아이티의 공항 관제권을 직접 통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허락을 받지 못하면 구호 물품을 실은 비행기는 아이티에 들어올 수도 없다.

미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도 왜 미군이 비행기로 구호 물자를 투하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랬으면 폭동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답했지만, 미군이 점령군처럼 행동하고 있어서 “폭동이 일어”날 지경이다.

따라서 군대는 아이티에서 구호와 재건의 걸림돌이 되거나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PKO는 다를까?

인권침해

2004년 2월 민주적으로 선출된 아리스티드 대통령이 미국의 지원을 받은 쿠데타로 쫓겨났다. 그 직후 유엔아이티안정화지원단(MINUSTAH)이 아이티를 실질적으로 통치해 왔다.

유엔아이티안정화지원단은 과거 군부정권에서 인권침해로 악명 높았던 이들을 아이티 국립경찰로 등용했다. 심지어 2005년과 2006년 PKO는 시테 솔레이유 빈민가에서 수십 명을 학살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의 PKO 파병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아이티인들의 고통을 가중하는 문제의 일부가 될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각국 정부가 경쟁적으로 아이티에 파병하려는 것은 “이번 비극을 활용해 군사적으로 아이티를 점령”하고 남미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다.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따라가는 나라에서 이끌어 가는 나라”로 성장해야 한다는 파병 철학을 가진 이명박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결정으로도 성이 안 차 이제는 아이티인들의 비극을 앞세워 강대국들의 패권을 둘러싼 경쟁의 틈바구니에 한 발 걸치려 한다.

따라서 아이티인들이 하루빨리 재난에서 벗어나 삶을 재건하길 염원하는 사람들은 정부에 파병이 아니라 더 많은 경제 지원과 의료 지원을 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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