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민주주의 공격:
저항을 싹부터 자르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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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일 중앙대학교에서 학생들은 ‘대학 언론 장례식’을 치렀다. ‘언론 자유’ 영정 앞에 흰 국화를 바치고 관을 멘 채 교정을 돌았다.
중앙대 당국은 최근 갑작스레 교지 《중앙문화》와 《녹지》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교지대를 학생들이 자율납부하도록 바꾸겠다고 통보했다. “[교지] 발행인이 총장인데 학교에 비판적인 게 맞지 않다”는 것이다. 《중앙문화》는 대학의 기업화와 총장의 독선적 학교 운영을 비판한 바 있다. 중앙대 당국은 이미 지난 11월, 교지를 강제로 수거하는 ‘공격’을 개시했다.
대학 내 민주주의는 곳곳에서 질식당하고 있다.
서강대학교 당국은 총학생회 선거 과정을 문제 삼아 총학생회 “퇴출” 결정을 내렸다. 실제로 선거 절차상 문제가 있었지만 학생들은 논의 끝에 총학생회 재신임 투표를 결정하는 등 자체적으로 해결책을 찾아 나가고 있었다. 무엇보다, 학교 당국은 멋대로 학생들의 자치활동에 간섭할 자격이 없다.
대학 당국이 이렇게 학생들을 통제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학 구조조정, 등록금 인상 등을 시도하면서 반발이 터져 나올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중앙대는 두산 재단이 들어선 이후 기업식 운영을 속속 도입했다. 이명박의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을 지낸 중앙대 총장 박범훈은 ‘MB맨’답게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이에 걸림돌이 될 만한 요소는 착착 제거해 나갔다. 지난해 여름 진중권 교수를 해임했고 이에 항의한 학생들에게는 징계 위협을 했다. 《중앙문화》구예훈 편집장은 “2008년 두산 재단이 들어왔을 때부터 [학교 당국이] 논조를 문제 삼았고 언론 통제가 심해졌다”고 전했다.
중앙대 당국은 총학생회가 주관하는 새내기 새로배움터(새터, 신입생 수련회) 개최도 방해했다. 임지혜 총학생회장은 “구조조정을 진행할 때 진보적 총학생회가 목소리를 내는 걸 경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서강대 당국이 등록금 인상을 감행하고 그 직후 등록금 인상에 항의한 총학 “퇴출” 결정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얼마 전 몇 년치가 한꺼번에 드러난 숙명여대 당국의 학생 사찰 기록을 봐도, 감시의 눈길은 등록금이 비싸다고 비판하는 학생, 촛불집회에 가는 학생 등 학내 비판 세력이 될 만한 이들을 주시했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앞장서 추진한 학교들에서는 이런 공격이 이미 몇 년 전에 밀려 왔다.
고려대에서 학생회 활동을 한 한 졸업생은, 2005년 삼성 회장 이건희 명예박사 학위 수여에 항의한 시위 이후 고려대 당국이 “자치권 탄압 4종 세트”를 내밀었다고 말했다. 강의실 대여 기준 강화, 일방적인 학생회비 분리납부 통보, 학생회 주최 새터 방해, 총학생회 부정투표 시비(보건대 학생 투표 자격을 둘러싼 이 논란은 학생 일곱 명 출교로 이어졌다) 등, 지금 여러 대학에서 벌어지는 탄압을 꼭 닮았다.
이는 대학 당국들이 학내 비판 세력을 억누르는 법을 서로 본받고 공유하기 때문이다. 숙명여대 학생 사찰 자료에도 이런 ‘상부상조’ 정황이 드러난다.
그렇다면 학생들 역시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 지난 2월 5일에는 한국대학생연합 등이 ‘대학 내 비민주 학생탄압 사례 증언대회’를 열었다. 이렇게 대학 당국의 비민주적 탄압에 맞서 싸우는 여러 학교 학생들이 함께 대응을 논의·투쟁할 수 있도록 조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