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투쟁 승리·공동행동 계획 수립을 위한 대학생 토론회:
등록금 투쟁의 올바른 방향을 둘러싼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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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읽기 전에 “대학 내 민주주의 공격: 저항을 싹부터 자르려는 것”을 읽으시오.
2월 5일 6기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전체학생대표자회의 사전 토론으로 ‘등록금 투쟁 승리·공동행동 계획 수립을 위한 대학생 토론회’가 열렸다.
한대련 성정림 대학교육실장이 주발제를 했고, 전국학생행진(학생행진) 한차영 활동가, 대학생다함께 김지윤 정치위원, 연세대학교 정다혜 총학생회장, 인하대학교 총학생회 김희선 집행위원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한대련 성정림 실장은 취업 후 상환제 개선과 등록금 인하를 위해 올해 ‘4월 초 전국 동시다발 투쟁’과 ‘4월 30일 3백만 권리선언대회’를 제안했다.
발제 후 단체들은 약 3시간 반 동안 열띤 토론과 논쟁을 벌였다.
주된 논쟁은 연세대 총학생회의 입장을 둘러싸고 벌어졌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1월 말 학교와 등록금 2.5퍼센트 인상을 합의했다.
정다혜 연세대 총학생회장은 다양한 이유를 들어 등록금 인상 합의를 정당화했다. 정다혜 총학생회장은 “‘의형제’ 맺은 정부·대학의 연결고리를 타격”하려면 “학교 본부와 [학생들이] ‘전술적 공동전선’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등록금 고통을 전가하고 있는 학교가 공동전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립대학들은 등록금액 상한제는커녕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조차 못마땅해 이명박 정부에 압력을 넣을 정도로 등록금 인상에 혈안이 돼 있다. 결국 연세대 총학생회의 입장은 사립재단에 면죄부를 주는 것일 뿐이다.
대학생다함께 김지윤 정치위원은 “등록금 폭등 문제에서 사립재단들에게 결코 면죄부를 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전체 사립대학들이 쌓아 놓은 적립금은 7조 원이 넘는다. 또, 김지윤 씨는 연세대 총학생회와 학교가 등록금 인상을 합의한 이후 눈치를 보던 다른 대학들이 줄줄이 등록금을 인상했다며 연세대 총학생회를 비판했다. 성정림 실장도 “학교 본부와 정부에 맞선 투쟁 모두 필요하다”며 연세대 총학생회를 비판했다.
일단 학교에 면죄부를 주기 시작한 연세대 총학생회 활동가들은 사립 재단을 두둔하는 것으로 나아갔다. 연세대는 “대학가의 삼성이라고 불릴 만큼 투명한 재정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학교 당국에 맞서 투쟁하기 어려운 ‘특수성’이 있다는 것이다.
면죄부
그러나 연세대는 매해 예산을 뻥튀기해 적립금을 3천억 원 넘게 쌓았다. 전체 대학 중 셋째로 많은 액수다. 현 연세대 총학생회 경향의 활동가들은 2008년 적립금으로 펀드 투기를 하고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학교를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연세대는 적립금 내역 공개를 거부했는데도 학교가 투명하다니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연세대 총학생회장은 “신입생 입학금·기성회비 인상 등의 방식으로 대부분의 대학이 등록금을 변칙적으로 인상”했다며 학부 재학생 등록금 동결이 신입생과 대학원생에게 고통을 전가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외국어대 동양어대 학생회장은 지난해 한국외대 학생들이 등록금 투쟁을 통해 신입생 차등책정제를 폐지한 사례를 들며 등록금 동결 투쟁이 신입생의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모순되게도, 현 연세대 총학생회 활동가들은 지난해 한대련이 이명박 불신임 운동을 할 때는 등록금 투쟁을 해야 한다며 반대했고, 이번에는 오히려 정부가 문제라며 사립재단에 맞선 투쟁을 회피했다.
연세대 총학생회 활동가는 등록금 인상 합의를 합리화하며 더 “본질적인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면한 투쟁을 회피하면서 본질에 맞서는 투쟁을 할 수 있을까?
단기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방식에만 집착해 필요한 투쟁을 회피하다 보면 운동의 동력은 오히려 줄어든다. 또한, 권력자들이 받아들일 만한 수준으로 투쟁의 요구를 제한하게 되면 대중의 행동을 소수 협상가들의 보조물로 전락시킬 것이다. 투쟁을 가능한 더 진전시키는 것이 ‘성과’를 내는 방법이기도 하다. 설사 투쟁이 목표를 1백 퍼센트 성취하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투쟁 참가자의 의식과 조직력이 성장한다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
신자유주의 반대와 등록금 투쟁
이날 토론회에서는 학생행진의 등록금 투쟁에 대한 관점도 논쟁됐다. 학생행진 한차영 활동가는 대학기업화와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투쟁의 우선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학생행진은 신자유주의 반대를 전제하지 않은 등록금 투쟁은 교육 상품화에 제대로 맞서지 못한다며 사실상 등록금 투쟁에 힘을 싣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러나 등록금 투쟁은 그 자체로 학생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맞서는 투쟁의 일부다.
등록금 고통 때문에 투쟁에 나서는 사람들이 신자유주의 반대에서 출발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투쟁을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등록금 투쟁에 나서면서 투쟁의 필요성, 학교 당국의 비민주성, 파병에는 투자해도 교육에 투자하지 않는 체제의 문제점 등을 깨닫고, 다른 투쟁에도 참가할 수 있다. 따라서 김지윤 씨 주장처럼 “등록금 문제와 신자유주의 교육 문제를 대립시키지 말고 함께 싸워 나가야 한다”.
또한, 김지윤 씨는 등록금 문제는 노동계급 가정의 교육비 문제이므로 노동자와 학생의 연대투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