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부도 위기의 주범인 경영진이 아니라 노동자를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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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채권단, 보수언론이 한목소리로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강요하고 있다. 사측은 명예퇴직을 받는 것으로 1천3백37명(1천6명은 비정규직화)에 대한 대량 해고에 착수했다. 안타깝게도 2월 23일 현재 1백78명이 ‘절망퇴직’인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사측은 2월 22일에 노조가 구조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3월 3일에 해고예고 통보를 하고 4월 2일에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지원은 없을 것”이라며 항복문서인 워크아웃 동의서 제출을 노조에 강요하고 있다.
이들 ‘노동자 죽이기’ 동맹세력들은 부도 위기의 모든 책임이 고임금과 노조의 구조조정 거부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유는 노조가 밝혔듯이 “금호자본의 무리한 인수합병과 과잉 차입금에 의한 것”임을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금호그룹 경영진은 무리한 대우건설 인수합병으로 회사에 수조 원의 손해를 입혔고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렇게 책임이 분명함에도 저들은 금호를 망친 박삼구 일가의 경영권은 보장하면서 노동자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다.
20년을 근무한 한 노동자는 “부도의 책임을 져야 할 경영진이 산업은행에게 엄청난 특권을 받아 경영권을 돌려받았다”며 “정말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노조의 요구대로 이런 무책임한 경영진은 퇴진해야 하며 산업은행은 경영진이 아니라 노동자들을 살리기 위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
사측과 채권단은 이번 기회에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것도 모자라 대규모 비정규직화와 임금삭감 등 노동조건 후퇴를 추진하고 있다.
사측은 “과거 10년 동안 경쟁사[한국타이어]에 비해 인건비와 복리후생비로 1조 1천1백90억 원이나 초과”했기 때문에 “과도한 인건비 삭감”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측의 자료를 보더라도 총매출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15퍼센트에 불과하다.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은 것은 낮은 기본급에도 밤낮으로 잔업과 특근을 했기 때문이다.
경력이 11년인 한 노동자는 “1년 동안 새해 첫날, 체육대회, 여름휴가, 명절을 제외하고는 쉬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휴일도 없이 잔업과 특근을 해서 그나마 높은 임금을 받았습니다” 하고 말했다.
‘죽음의 공장’
게다가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의 평균 근속년수는 한국타이어보다 5~6년 더 길다. 그러나 잔업과 특근이 줄어든 지난해에는 연봉이 5천만 원 이하로 30~40퍼센트나 떨어졌다. 올해는 그보다 더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런데도 사측은 임금을 40퍼센트나 삭감하여 반토막 내고, 아웃소싱(외주화)을 통해 비정규직을 확대하여 한국타이어처럼 ‘죽음의 공장’을 만들고 싶어한다.”(현장조직 활동가)
현재 노조는 사측의 구조조정안을 거부하면서 경영진 퇴진과 함께 산업은행을 상대로 “조건없는 자금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1천만 원이 넘는 체불임금을 해결하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경영진이 아닌 노동자를 살리는 자금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
거기서 더 나아가 계속될 구조조정을 차단하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공기업화라는 확실한 대안까지 제시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혈세로 빚을 갚고 겨우 살려 낸 기업을 다시 박삼구 일가나 국내외 사기업주에게 돈벌이 수단으로 넘기는 것은 어떠한 정당성도 없기 때문이다. 국가가 책임지고 운영하면서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는 게 가장 타당한 대안이다.
이런 요구는 단호한 파업과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연대를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사측은 2월 23일 교섭에서 “정리해고 예고통보를 일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노조는 “사측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상경투쟁에 이어 선봉대도 모집하고 2월 26일 금속노조의 권역별 집회에 참가할 계획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해고 중단을 전제로 “(임금 등의)한시적 반납도 논의할 수 있다”(수석 부지회장)며 “양보 교섭을 진행할” 계획도 내비쳤다.
그러나 본격적인 투쟁을 해 보지도 않고 양보안을 제시하면 사측은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할 것이다. 조합원들의 사기진작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노조 지도부는 양보교섭보다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한 파업을 조직하기 위해 실질적 준비를 해야 한다. 현장의 활동가들도 이런 투쟁 건설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 단체들과 함께 시민홍보전도 진행하며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어야 한다.
금속노조도 한진중공업과 금호타이어를 묶어서 연대집회를 개최하는 등 두 노조의 노동자들에게 힘을 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