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미국 실업자 운동의 교훈
〈노동자 연대〉 구독
1930년대 대공황 때문에 파시스트들이 실업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조건에서, 미국 공산주의자들은 실업자 운동과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건설했다.
1930년 3월 6일 대중적 실업자 운동이 벌어졌다. 25개 도시에서 50만 명이 참가했다. 이 시위들은 미국 노동자들의 등골을 뽑아 대공황을 벗어나려던 당시 미국 대통령 허버트 후버의 전략에 일격을 가했다.
이 시위는 실업자평의회가 조직했다. 실업자평의회는 공산당이 1929년에 결성한 실업자 단체였다.
1920년대 말에 공산당은 대규모 경제 붕괴가 임박했다는 스탈린주의의 ‘제3기’ 전망을 따랐다. 이 전망에 따라 공산당은 개혁주의자들과 공동전선을 맺기를 거부했고, 미국노동총연맹(AFL)을 느닷없이 “사회 파시스트” 조직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혁명적” 노조 연맹인 노동조합통일연맹(TUUL)을 창설했다.
그러나 노동조합통일연맹 결성은 지난 10년 동안 공산주의자 수천 명이 힘겹게 이룬 영향력과 명성을 파괴했다. 노동자들이 해고와 임금 삭감에 맞서 노동운동의 단결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3기 전망’은 역설적 효과를 냈다. 코민테른(스탈린이 주도한 국제 공산당 조직)은 대규모 경제 붕괴에 대비해 각국 공산당들이 실업자 단체를 건설하라고 지시했다. 미국 공산당은 주식시장 붕괴 두 달 전인 1929년 8월에 실업자평의회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공산당은 두 가지 핵심 전략을 제시해 실업자 운동에 기여했다.
첫째, 급진적 요구를 성취하려면 노동자 운동과 실업자 운동이 연대해야 한다.
공산당은 디트로이트에서 이런 연대를 훌륭하게 건설했다. 디트로이트의 실업자들은 거의 자동차 공장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이었다. 디트로이트 실업자평의회와 청년공산주의자동맹은 자동차 공장들로 향하는 행진을 주도했다. 그들은 공장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실업자들이 파업 파괴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성명서를 낭독했다.
특히, 1932년 3월 7일 실업자평의회와 노동조합통일연맹 소속 자동차노동자노조가 이끈 포드 기아 행진은 그 뒤 10년 동안 벌어진 미국 자동차기업의 노조 결성에서 첫 장을 기록한 사건이었다.
둘째, 인종 차별과 민족 차별은 실업자 운동이 직면한 또 다른 장애물이었다.
미숙련 노동자들과 실업자들 중에는 흑인과 이주자들이 많았다. 이 때문에 숙련 노동자들의 편견과 인종차별주의가 흔히 뒤섞였다.
단결의 본보기
공산당은 흑인과 백인 실업 노동자들이 함께 조직을 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실업자평의회가 구호 기관, 농장주, 지방정부와 연방정부의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를 포함해야 한다고 선동했다.
이렇듯 공산당은 인종과 고용의 분열을 넘어 노동운동의 단결이라는 훌륭한 본보기를 보여 줬다.
그러나 경쟁 조직들을 모두 “파시스트”라고 공격하는 종파주의 정치가 그 명성을 갉아 먹었다. 게다가 공산당은 공공연하게 실업자평의회를 통제하려 들었다. 실업자평의회가 조직한 시위들은 종종 소련 방어를 호소하는 연설들로 채워졌다.
한편, 실업자 운동은 노동자 투쟁의 뇌관을 폭발시키는 기폭제 구실을 했다. 1934년은 미국 노동운동의 전환점이었다. 뉴잉글랜드 주와 조지아 주 등에서 섬유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고, 톨레도·미니애폴리스·샌프란시스코에서도 파업이 일어났다. 실업자 단체들이 이 파업들에서 중요한 구실을 했다.
당시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는 급진적 운동을 약화시키려고 1935년에 친노동법들(노동관계법, 사회보장법)을 통과시켰다. 이것이 이른바 “제2차 뉴딜”이다(1933년에 발표된 “제1차 뉴딜”은 불확실한 약속으로 가득찼다).
그러나 1938년 경기 침체 때는 더는 1930년대 초반 같은 분노의 폭발이 없었다. 공산당의 민중전선 전략 때문이었다.
공산당은 민중전선 전략을 채택하며 ‘제3기’ 전망에 따른 광적인 종파주의를 포기했지만, 그와 동시에 혁명적 사회 변화 비전도 포기했다. 공산당은 루스벨트를 지지하기 시작했다.
실업자 운동은 급진적 중심을 잃었고, 그 결과 제3차 뉴딜은 없었다.
하지만 공산당은 민중전선 전략으로 말미암아 타락하기 전까지 지배자들의 분리주의에 맞서 훌륭하게 투쟁했고, 실업자 운동과 반자본주의 전망을 결합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