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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구제금융은 부자들을 위한 수혈

유럽연합과 IMF는 그리스 노동자들을 더욱 강도 높게 공격하라고 주문하면서 금융 자본가들에게는 1조 달러를 더 퍼 주려 한다.

유럽연합과 IMF가 제공하기로 한 “구제금융”은 그리스 민중을 위한 돈이 아니다. 구제금융의 용도는 국제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막고 그리스 등의 디폴트 위험 국가에 돈을 빌려 준 은행들을 보호하는 데 있다.

오바마는 독일의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단호한 행동”을 주문했다.

〈뉴욕 타임스〉는 “유럽의 국가채무 위기가 리먼브라더스 파산 직후에 전개된 것과 같은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걱정했다.

그래서 유럽 지도자들은 그리스 등의 국채에 대한 보증을 서는 데 공금 수천억 달러를 쓰겠다고 약속했다. 2008년의 상황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부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긴축에 혈안이 돼 있는 지금 상황에서도 은행에 퍼 줄 돈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구제금융 기금 1조 달러는 단 한 푼도 공짜로 지급되지 않는다. 구제금융을 받는 나라는 임금을 삭감하고 공공서비스를 처참한 수준으로 축소하며 은퇴 연령을 최고 14년 연장하는 등의 조건을 따라야 한다.

반격

그리스 민중이 저항하는 것도 그 때문이며, 그들의 저항이 유럽 전체에 그토록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관련 기사 3면)

스페인·포르투갈 정부는 금융 투기꾼들의 다음 표적이 되지 않으려고 긴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긴축이 확산되는 것과 더불어 반격의 가능성도 확산되고 있다. 이미 IMF의 손에 고통 받고 있는 루마니아 노동자들은 대중 파업을 논의하는 중이다.

그리스의 불길한 앞날을 예고하듯 루마니아 대통령 트라이안 바세스쿠는 올 6월부터 공공부문 임금이 25퍼센트 삭감될 것이고 연금과 실업수당도 15퍼센트 깎이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로 손꼽히는 룩셈부르크의 연립정부는 최근 긴축 계획을 둘러싼 논란으로 붕괴 직전까지 갔다.

지난 몇 달 동안 간신히 유지돼 왔던 벨기에 연립정부는 최근 와해됐다.

구제금융 기금으로 1조 달러가 과연 충분할지도 의문이다. 지난 화요일(5월 11일)자 〈파이낸셜 타임스〉 1면 헤드라인은 “유럽연합 구제금융 발표에 증시 급등”이었다.

그러나 같은 날 오전 8시 20분에 〈파이낸셜 타임스〉 온라인 판은 “월요일(5월 10일)의 극적인 랠리는 아시아 증시가 유럽 증시한테서 바통을 이어받지 못하고 유로화가 흔들리는 바람에 힘을 잃은 듯하다”고 보도했다.

유로화 사용 국가들이 빌려야 할 돈은 올 한 해에만 1조 2천억 달러를 넘을 전망이다. 경제 성장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부자들은 발작을 일으키는 자신들의 심장을 계속 뛰게 하려고 끊임없는 수혈을 요구할 것이다. 다름아닌 노동자들의 피로 말이다.

은행 구제에 들어간 비용을 누가 치를 것인지를 둘러싼 전투가 곳곳에서 불붙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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