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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노동자들이 전투에서 이기려면

그리스 정부와 IMF의 긴축 조처에 맞선 대중 저항이 국제 지배계급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 노동자들이 승리하려면 투쟁이 시급히 확대돼야 한다.

그리스 노동자들은 유럽 지배계급, 나아가 전 세계 지배계급의 힘에 맞서고 있다. 만약 이들의 투쟁이 사장들을 한발 물러서게 한다면 전 유럽의 지배계급이 위기에 빠질 것이고 다른 나라 노동자들도 싸움에 나설 자신감을 얻을 것이다.

5월 13일 그리스 의회 앞에서 열린 노동자대회

그리스 노동자들에게는 나라 전체를 마비시킬 힘이 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이 힘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무기한 총파업으로 산업을 마비시키고 정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노동자들이 직장을 점거하고 스스로 운영함으로써 국가 권력에 도전할 수도 있다.

이러한 행동은 국가 운영의 주체가 누구냐는 물음을 제기한다.

이는 단순히 생산을 멈춤으로써 정부에 경제적 압력을 가하는 문제가 아니다.

자신들의 직장을 직접 운영함으로써 노동자들은 기존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유형의 권력과 민주주의를 창조할 수 있다.

파업 조율 위원회

총파업이 장기전으로 가게 되면 노동자들은 필요한 물자를 조달하기 위해 고도로 조직화해야 한다.

파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그리고 파업 참가자들이 버틸 수 있도록) 식량을 배급하고 운송을 조직하는 등의 매우 실질적인 일들이 처리돼야 한다.

노동자, 실업자, 연금 생활자, 학생 등이 참가하는 파업 조율 위원회가 꼭 필요하다. 파업 조율 위원회는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 그때그때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처하는 방법 등을 의논해야 한다.

이 과정은 노동자들을 변화시킨다. 성차별, 인종차별, 동성애 혐오 등 우리를 분열시키는 낡고 억압적인 사상들은 사람들이 투쟁으로 하나되는 과정에서 녹아 없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세계 지배계급이 하루 만에 무릎 꿇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한데, 그 과정을 거치면서 노동자들은 스스로 사회를 운영할 자신감을 얻게 된다. 이 자신감이야말로 투쟁을 전진시키는 열쇠다.

그리스에서는 이미 수많은 노동자들이 자발적 행동에 나서고 있다. 수백만 명이 국가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급진화하고 있다.

투쟁은 여러 번 고비를 맞이할 것이다. 가령 그리스 정부가 공공부문 임금 동결은 그대로 추진하는 대신 정년 연장 혹은 부가세 인상 문제에서는 양보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다음과 같은 물음이 제기될 것이다: 정부가 긴축 정책을 모두 철회할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인가, 아니면 얻어낸 양보에 만족할 것인가?

이 같은 상황에서는 정치적 조직과 지도가 사활적으로 중요해진다. 노동자 투쟁이 혁명으로 발전할 잠재력이 있었지만 지도력이 부재한 탓에 기회를 날려버린 경우가 그동안 너무 많았다.

2001년에 아르헨티나 정부를 전복했던 대중 반란은 오늘날의 그리스와 매우 유사한 상황에서 촉발됐다. 아르헨티나도 IMF의 구제금융을 받았고, 그 대가로 긴축을 요구받았다.

그래서 아르헨티나 정부는 공공지출에서 90억 달러를 추가로 삭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여러 차례 긴축 조처를 감내해 온 노동자들은 마침내 분노가 폭발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경제부 장관이 사임했고 데 라 루아 대통령은 해외로 도망쳤다. 바로 며칠 뒤에는 의회에 시위대가 난입해 데 라 루아의 후임자인 로드리게스 사아를 쫓아냈다.

아르헨티나 민중은 시위를 조율하기 위해 민중회의를 조직했고, 단 몇 주 사이에 대통령 넷을 갈아치웠다.

2002년에 아르헨티나 정부는 결국 IMF에게 빌린 돈을 갚지 않았다. IMF 차관의 많은 부분이 사실상 탕감됐다. 대중 운동이 혁명적 상황을 조성한 끝에 상당한 승리를 얻어낸 것이다. 그러나 이 운동은 권력을 장악하고 체제를 전복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기반

일부 노조 지도자들은 대중 시위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노동자들에게 사아를 지지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불행히도 민중회의는 작업장에 기반을 두고 있지도 않았고, 책임 있는 대표자들의 기구도 아니었다.

주요 공장, 사무실, 공공기관 등에 전투적 노동자 대표들(동료 노동자들의 민주적 통제를 받는)이 있다면 이들은 수많은 노동자들을 전투에 합류시킬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필요하다면 노조 지도부의 보수적 책략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것이다.

단호한 지도력이 없으면 사람들은 ‘우리가 이런다고 뭐가 바뀔까’ 하는 회의에 빠지기 쉽고 운동도 비틀거린다.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지배계급이 단호하게 행동할 것이다.

지배계급의 자신감도 중요한 변수다. 그리스 노동자들은 그리스를 포함한 유럽 각국 정부에 그들이 양보하기보다 긴축을 밀어붙였을 때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거라고 위협해야 한다.

세계경제 위기는 투쟁이 쉽게 확산할 수 있는 휘발성 높은 상황을 만들어 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 체제의 정당성을 의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배계급은 불안에 떨고 있다.

대중 투쟁은 그리스 문제의 해결 방법을 둘러싼 지배자들 사이의 분열을 심화시킬 수 있다. 지배계급은 현재 취약하다. 어쩌면 그들은 그리스의 위기를 해결하는(그리고 자신들의 권력을 보전하는) 최선의 방법은 그리스의 부채를 전액 탕감해 주는 것이라고 결론 내릴지도 모른다.

나아가 그리스 정부가 유로존을 탈퇴하고 IMF의 긴축 요구를 무시할 수도 있다.

이 같은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려면 노동자들에게 조직과 자신감, 그리고 전투적 행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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