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매각 기도:
공기업화가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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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닛산과 인도의 마힌드라 등 6개 기업이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또다시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금속노조, 사회단체들은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과 해고자 복직을 위해 ‘쌍용차 제2의 졸속 매각 저지 대책위’를 결성했다.
공장 안팎의 노동자들 사이에선 쌍용차의 새로운 인수자가 일자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매각이 이런 노동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2004년 상하이차는 고용 보장을 약속하는 공증까지 섰지만 결국 노동자들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매각 자체가 구조조정으로 더 많은 이윤을 뽑아내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책위는 쌍용차 매각에 분명하게 반대하며, 고용보장을 위한 실질적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금속노조 담당자가 ‘매각 반대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우려스럽다.
특히, 대책위에 참가하는 대부분의 단체들이 “어떤 기업이 인수해도 노동자들의 처지는 마찬가지”라며 대안 문제를 회피하는 것은 유감이다.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 공동실천위원회, 사노주의노동자연합 등의 단체들은 지난해 제시했던 모호한 국유화 입장조차 뒤로 미룬 채 생존권 투쟁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
그러나 매각에 대한 분명하고 올바른 대안은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높이고 지지와 연대를 확대하는 구실을 할 수 있다.
쌍용차는 지금 정부 소유의 공기업이나 다름없다. 그렇지만 일시적 공기업 상태다. 그래서 정부는 고용 보장에 투자하지 않고 어떻게든 매각하려 한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려면 일시적 상태의 공기업화가 아니라 진정한 공기업화가 필요하다.
물론, 정부가 일부 공기업조차 민영화하려는 마당에, 공기업화가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냐는 물음이 있을 수 있다.
현실에서 국가가 특별히 개혁적이지도 않고, 자본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구실을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부도기업 공기업화
그러나 국가는 그 본질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중교통 체계를 만들거나 선거제도를 도입하거나 사회복지를 마련하거나 하는 등의 공적 사업을 집행하는 데 필요한 강제력과 정당성을 가진 기구다.
실제로 지난 수십년 동안 많은 국가들이 공기업 민영화에 반대하는 대중의 반란에 밀려 민간에 팔아넘긴 기업들을 다시 회수하곤 했다.
역사적으로 국가가 사기업을 공기업화 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제2차세계대전 직후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경제를 회복시킬 대안으로 국가의 대규모 보조와 공기업화를 추진했다.
영국의 애틀리 정부는 은행·석탄·가스·전력·교통 산업을 공기업화했다. 정부는 이 산업들을 모두 공기업화하는 법령까지 제정했다. 당시의 공기업화 정책은 기업 운영이나 방향에서 그 어떤 진보적 가치도 실현하지 못했지만, 고용을 보장하는 효과는 분명했다. 공기업화는 경제활동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2백만~3백만여 명의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우파 정부 드 골 정부도 나치 점령군에 부역했던 르노 자동차 사장으로부터 기업을 회수해 공기업화했다. 1970년을 전후로 한 경기 침체 속에서 미테랑 정부는 공공지출 확대와 공공부문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계획을 추진했다.
최근의 세계경제 위기의 여파 속에서 국제적으로 많은 진보정당과 운동 단체들이 공기업화를 운동의 요구로 제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공기업화 요구는 국가에 도전하게 하며, 투쟁의 급진적 발전을 꾀할 ‘행동강령’으로서 의미를 갖고 있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부도·파산기업 공기업화 요구가 “노동자들에게 적어도 사태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고 현상이라도 유지하기를 원한다면 자본가 계급에 도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볼리비아 모랄레스 정권에서 진행된 석유와 천연가스 산업의 공기업화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대중운동의 압력과 계급투쟁의 발전은 대안적 경제 모델을 사회적 의제로 떠오르게 할 수도 있다.
경제 위기 시기에 국가의 책임을 제기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투쟁 요구다. 쌍용차 운영의 실질적 권한이 정부에 있는 마당에, 정부가 고용 보장의 책임을 회피하고 쌍용차를 매각하게 게 놔둬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