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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지난 호 김문성 기자 기사에 대한 반론:
진보대연합 프레임의 함정

본지 37호 기사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당권 1년 정지] 규율 조처가 아니라 정치적 논쟁 필요'에 대해 김하영 동지가 반론 '지난호 김문성 기자 기사에 대한 반론- 진보대연합 프레임의 함정'을 보내 왔습니다. 〈레프트21〉은 김하영 동지의 반론을 수용하며, 그 내용을 싣습니다.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의 징계 문제를 다룬 지난 호(〈레프트21〉 37호) 기사에서 김문성 기자는 “규율 조처가 아니라 정치적 논쟁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심 전 대표를 방어하고 나섰다.

그러나 심 전 대표가 경기도지사 후보를 사퇴하고 참여당 후보를 지지한 것은 계급연합에 이바지한 것으로, 진보신당의 규율뿐 아니라 독립적 노동계급 운동의 원칙과 규율을 어긴 것이다. 규율을 형식적으로 이해하지 않고 원칙의 자연스런 발로, 원칙이 몸에 밴 사람들의 자연스런 습관으로 이해한다면 말이다. 심 전 대표는 징계받을 만한 행위를 한 것이다.

유시민과 악수하는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 그의 중도 사퇴는 독립적 노동계급 운동의 규율 위반이라는 점을 <레프트21>은 꿰뚫어 봤어야 했다.

진보신당의 심 전 대표 징계 소동을 보면서 혀를 끌끌 차게 되는 것은 심 전 대표를 조금이라도 방어할 만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진보신당이 지방선거에서 보인 혼란과 동요와 우경화가 하도 심각해 누가 누구를 단죄하기도 낯뜨거운 지경이기 때문이다. 진보신당 지도부는 ‘5+4 협상’에 참가했다 탈퇴했고, 부산시당 등이 민주대연합을 추진하는 것을 묵인했다.

김문성 기자가 “심 전 대표의 중도 사퇴는 정치적으로 비판받아야 할 잘못”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 그를 방어하는 혼란을 보인 이유는 이 문제를 전적으로 진보대연합이라는 프레임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김문성 기자는 진보대연합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고 그것을 잣대로 이 문제를 다루다 보니, 진보신당 내 독자론에 맞서 심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는 데로 나아간 듯하다. 심 전 대표의 후보 사퇴로 촉발된 “연합정치” 논쟁이 “반MB 정서를 어떻게 진보 쪽으로 끌어올 것이냐 하는 과제와 연관”돼 있다고 의의를 부여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심상정 전 대표는 “진보연합”이라는 연막 아래 실제로는 민중전선(계급연합)을 추구하고 있다. 그는 “진보정치를 감싸고 있는 협소함과 관성을 넘는 몸짓”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바로 자유주의 세력인 참여당 일부와의 연합을 뜻한다(“새 진보정당” 추진).

진보신당은 민주노동당 분당 때 자민통 경향을 열우당 2중대라고 비난하며 분당을 정당화했는데, 이제 심 전 대표는 열우당의 적자들과 함께 새 중대를 만들자고 한다!

좌파 신문은 연막 아래 숨어 있는 진실을 들춰 내야 한다. 이 점에서도 김문성 기자가 심 전 대표를 진보정당 분열의 무고한 ‘희생자’처럼 보이게끔 서술한 것이 부적절했다. 심 전 대표는 김문성 기자가 그리고 있듯이 진보정당의 분열로 진보세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거센 사퇴 압력에 직면해야 했던 무고한 한 진보 후보가 아니라, 실제로 민주노동당 분당을 주도한 책임자다.

진보대연합을 원칙으로 격상시키고 그 잣대로 모든 것을 보려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변혁적 입장에서 하나의 전술로서 진보대연합 문제를 다뤄야 한다.

만약 진보대연합에 원칙적 가치를 부여한다면, 현실에서 그것이 잘 되지 않았을 때 크게 사기가 떨어지거나, 실제로는 민중전선을 추구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진보대연합” 논의에 큰 기대를 걸고 스스로 발목 잡히는 꼴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