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다수는 4대강 사업 중단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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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각 파동과 유명환 딸 특채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에서만큼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대운하 전도사를 자처하던 이재오를 특임장관으로 임명하고 4대강 사업 주무부처인 국토부, 환경부 장관은 유임시켰다.
그러나 4대강 삽질에 대한 이명박의 집착은 이 정부가 강력하기는커녕 여기서까지 밀리면 더는 설 곳이 없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일 잘하는 사람이 좋다’던 이명박 정부가 하려던 일 중에 제대로 마무리 지은 게 거의 없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여론은 여전히 높다. 공사 현장에서 40일 넘게 고공농성을 벌인 환경 활동가들을 지원하려고 현장에 방문한 사람만 7천여 명이고 후원금도 6천3백만 원이 모였다.
대중을 설득하지 못한 정부가 불법적으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정부가 대형 건설사에 특혜를 주는 ‘턴키 방식’을 도입해 예산 1조 원대를 낭비했다고 비판했다. “현대·대림·GS건설·삼성물산 등 상위 10대 건설회사가 총수주액의 60퍼센트를 독차지했다.”
환경운동연합과 참여연대는 서울시장 오세훈과 전 인천시장 안상수 등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국가·지방계약법에 따라 입찰 참여가 금지된 건설업체를 4대강 사업에 참여시켰다는 것이다. 이 건설사들은 지하철 7호선 입찰 과정에서도 담합을 해 처벌받은 바 있다.
4대강 사업이 강을 살리기는커녕 엄청난 환경 파괴와 홍수, 오염 등 물 문제를 낳을 것이라는 지적도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대운하 추진 당시부터 4대강 사업까지 줄기차게 이론적 비판을 해 온 김정욱 서울대학교 교수는 최근 《나는 반대한다》를 출판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낱낱이 들춰냈다.
얼마 전에는 독일의 하천 전문가인 알폰스 헨리히프라이제 박사가 방한해 “현재 한국 정부에서 추진 중인 4대강 사업이 (독일의) 라인강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헨리히프라이제는 33년 동안 독일연방 자연보호청에서 일하면서 라인·도나우·엘베·오더·잘레·베저강 등 독일의 주요 하천 복원과 범람원 분야를 연구해 온 전문가다.
해외 환경 단체들도 4대강 사업을 비판하고 있다. 지구의벗 국제본부는 “4대강 사업은 강을 복원하거나 개선하지 못할 것이며, 파괴만 초래할 것”이라며 전 세계 환경단체와 후원자 등을 대상으로 한국의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항의 메일 보내기 운동을 시작했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해 싸워 온 국내의 다양한 단체들은 9월 11일에 이어 9월 25일에도 대규모 행동에 나설 것을 호소하고 있다.
행동
그런데 4대강 사업 반대를 내걸고 지방선거에서 대거 당선한 민주당은 운동과 거리를 두며 동요하고 있다.
당선하면 4대강 사업을 중단시키겠다던 충남도지사 안희정은 “당선되면 백지수표를 날리듯 마음대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건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하며 궤변을 늘어놓았다. 전남도지사 박준영은 말할 것도 없고 경남도지사 김두관도 당선 직후 “전면 중단 요구는 아니다” 하며 목소리를 낮췄다. 박지원도 “완공시기와 예산 조정” 수준에서 타협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선거에서 심판할 수밖에 없다거나 이미 공사가 많이 진행돼 되돌리기 어렵다거나 하는 것은 모두 설득력이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강을 복구하는 데 어마어마한 자원과 시간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이 정신 나간 짓을 중단시키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따라서 이럴 때일수록 민주당에 의존하지 말고 대중 운동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
다들 인정하듯이, 이명박 정부가 이 문제에서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다. 이 때문에 한편에서는 불만이 계속 커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행동에 나선다고 저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공존한다.
이명박 정부를 물러서게 하려면 4대강 사업 저지 운동을 더 키우는 한편, 이 운동과 이명박 정부에 맞선 다른 투쟁들을 결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