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 불공정 정부를 대표할 최적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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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이 위기에서 허우적대다 꺼내든 ‘공정사회’ 카드가 점점 더 정부 자신의 목을 조이고 있다. 김태호·유명환 낙마에 이어 “공정사회의 최적임자”라던 국무총리 후보자 김황식마저 ‘비리 의혹 백화점’이라는 조롱을 받고 있다.
병역 기피, 누나 대학 특혜, 딸 특채, 권력 남용, 막장 판결들, 주민등록법 위반 등 숱한 의혹들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해마다 수입보다 2천8백만 원이나 많은 돈을 써대며 온갖 비리의 오물을 뒤집어 쓴 자가 총리가 돼 “공정사회”니 “법치질서”니 떠드는 꼴을 봐야 한다니!
특히, “유신시대 긴급조치 판결에 참가”(인권단체연석회의)한 김황식이 우파도 좌파도 아닌 소외계층을 살피는 “저파(低派)”라고 자처한 것은 참으로 가관이다.
탄압
김황식은 국가보안법이라는 몽둥이로 좌파 활동가들을 탄압하는 데 앞장서 온 대표적 보수 우익 판사였다.
김황식은 1993년에 남한사회주의과학원 운영을 이유로 조국 교수를 구속했고, 1994년엔 남매간첩 조작 사건에 힘을 보탰다. 그는 북한에 비판적인 좌파 활동가들에게도 국가보안법을 휘둘렀다. 1994년 ‘노동자계급 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사회주의자들’의 이정임 씨에게 ‘반국가단체 동조’ 혐의를 씌우며 “피고인의 신념은 북한의 주장과 다를 바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2008년 범민련 활동가 방북 사건에 관해선 “민족통일대축전 개막식에 참석해 연설을 듣고 박수를 친” 것이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에 대한 실질적 해악”이라고 했다.
더구나 김황식은 국가 조찬기도회에서 이명박을 위한 기도문을 낭독할 정도로 확실한 MB맨이다.
감사원장 시절 이명박의 측근을 감사위원으로 앉혀서 그에게 4대강 감사를 맡기는가 하면, 천안함 감사 결과 비공개 등 MB 정부의 충복으로 활약했다.
또 감사원장으로서 공기업 노동조합에 임금·복지 삭감, 단체협약 해지 등을 권장하는 등 ‘공기업 선진화’ 정책의 친위대 노릇을 했다.
판사 시절에도 1996년 금호타이어 노조의 쟁위행위를 불법으로 몰아 노동조합원 7명에게 15억 원의 손해배상을 판결했고, 2004년 전교조의 민주노동당 지지 서명운동과 시국선언에 유죄 판결을 내렸다.
김황식의 이런 면모 때문에 그를 내정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환멸이 커지고 있고, “공정사회를 밀고 나가면 ‘가진 자 정당’ 이미지를 희석시킬 수 있다”는 청와대의 기대는 산산조각 나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대다수인 73퍼센트가 한국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답했다.
사실 이명박 정부에게 딜레마는 부정부패, 부도덕, 반노동, 반민주 등이 한국 자본주의의 권력구조에 뿌리 깊이 아로새겨져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자신이 내뱉은 ‘공정사회’에 어울리는 인물과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와 마찬가지로 기업주들과 지배권력에 돈줄·연줄을 대고 있는 민주당은 계속 왔다갔다하고 있다. 민주당 대표 박지원이 호남 출신의 김황식을 “훌륭하시더라”고 평가했다가 곧바로 여론의 반발에 부딪힌 것이 최근의 사례다.
민주당은 “현미경 청문회”를 약속하고 있지만, 한나라당과 사전 협의해서 청문회에서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을 배제했다. “봐주기 청문회”, “시늉 청문회”가 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큰 이유다. 김황식이 대법관에 임명된 것은 바로 민주당 정부 시절이었다.
따라서 진정한 ‘공정사회’와 반이명박 투쟁의 승리를 바라는 사람들은 ‘공정사회’라는 어쭙잖은 슬로건이 부메랑이 돼 이명박 정부를 위협하고 있는 현실을 이용해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