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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비판:
복지국가는 계급 정치의 문제

9월 16일 민주당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건강보험 보장률을 2015년까지 OECD 평균 수준으로 올리고 본인부담 상한액을 1백만 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내놨다.

6월 9일 오전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준) 발족식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는 보험료 인상을 통한 보장성 강화를 주장하다가 갈수록 처지가 군색해지고 있다.

건강보험 급여 대상 범위를 대폭 확대해 간병 서비스 비용도 지급하고 입원 기간 중 소득을 보전해 주는 상병수당도 도입하겠다고 했다.

특히 재원 마련 방안에서 정부지원금을 30퍼센트 수준으로 확대하고 “불공평한” 보험료 부과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 부자, 건강보험 재정지출의 수혜자 등이 우선적으로 추가소요재정을 부담”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금융소득, 종합소득 등 부유층의 소득에도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물론 민주당이 야당 시절에 내놓은 공약과 집권시 추진하는 정책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최상위 부동산 부자들에게만 부과하던 종부세조차 제대로 시행하지 못한 그들이다.

게다가 민주당의 방안은 ‘의료민영화 저지 및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 등이 요구해 온 개혁 방안에는 크게 못 미친다.

범국본은 재정 마련을 위해 1천대 대기업과 민영보험사들에게 사회보장목적세를 부과하고 모든 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라고 요구한다. 정부가 노인의료비의 50퍼센트를 부담하고 기업주들의 부담을 늘리라고 요구한다.

여기에 전임 정부들이 하지 않은 것 곧, 병원·제약회사·보험사 등을 강력하게 통제하지 않는다면 무상의료 수준으로 가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이런 방안을 들고 나온 것은 대중의 복지 확대 바람이 얼마나 큰지 보여 준다.

따라서 범국본 등 진보진영은 대중의 복지 확대 여망에 실질적으로 부합할 수 있는 개혁 방안을 민주당의 그것과 불필요하게 타협하는 일 없이 민주당과는 독립적인 운동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의 처지가 더한층 군색해졌다. 시민회의는 보장성을 높이려면 노동자들이 먼저 보험료를 더 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불공평한

시민회의는 민주당의 방안이 “국민을 현혹하는 감언이설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보험료 인상안이 없다는 이유에서다(우리는 시민회의와는 정반대의 이유에서 민주당의 안을 의심한다). 한나라당 대변인이 할 법한 얘기다.

시민회의를 주도하는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는 현재 한국의 국가 재정에서 간접세 비중이 높기 때문에 “국고지원 방식은 국민건강보험료 인상 방식에 비해 우리 나라의 조건에서는 훨씬 더 나쁜 결과를 빚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진정한 쟁점은 국가 재정 지출의 우선순위 문제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다른 복지 지출도 국가 재정으로 할 것이 아니라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해야 할 것이다.

이상이 대표는 무상의료를 위한 사회보장세 신설 요구도 ‘반대’한다. 사회보장세는 훨씬 우선순위가 높은 복지 과제들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복지를 늘리려면 조세 개혁이 필수적이다. 복지를 늘리려면 국가 재정 규모를 늘려야 하고 그러려면 기업주·부자 들에 대한 증세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보진영은 그동안 꾸준히 정부의 감세 정책에 반대하며 조세개혁과 부유세 신설을 요구해 왔다.

시민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김종명 진보신당 건강위원장은 기업주들의 보험료 부담 비율을 높이거나 국고 지원을 늘리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당장 국회에서 관련법을 개정할 힘이 부족하다는 현실론을 편다.

국회 내 역관계만 보면 맞는 말이다. 그래서 국회 밖 투쟁이 결정적이다. 시민회의의 노동자 보험료 선제 인상안은 그러나 이런 투쟁 건설에 해악적이다.

복지국가는 명백히 계급 정치의 문제다. 다시 말해 국가 재정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지, 기업주·부자 들의 저항을 어떻게 물리칠지 하는 문제다. 이는 노동계급의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얼마나 강력한지에 달려 있다. 보험료 인상으로 이를 손쉽게 우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비현실적이다.

진정으로 실현 가능한 방안은 결국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노동계급의 양보를 요구하는 시민회의의 선 보험료 인상은 오히려 그 실현 가능성을 낮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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