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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한국기후행동캠프:
운동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 주다

우리는 지난 9일부터 1박 2일로 남산에서 열린 “2010 한국기후행동캠프”에 참가했다. 이번 캠프의 가장 큰 특징은 기후변화 해결책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들과,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는 것이다.

올해 캠프에는 1백40여 명이 참가했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세 곱절 이상 늘어난 것이다.

지난 9일 남산유스호스텔에서 열린 "2010 한국기후행동캠프" ⓒ이윤선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부족한 점으로 홍보 문제가 지적됐을 정도로 홍보가 잘 되지 않았는데도 이만한 수가 참가한 것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특히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대거 참가했다. 광주에서는 전남대학교와 조선대학교 연합동아리 소속 회원 24명이 단체로 참가하기도 했다.

토론 주제도 다양했다. 대학이나 도시에서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들, 채식, 정부와의 협력, 교육, 주민 참여 등 사회를 바꾸기 위한 수단들을 주제로 토론하기도 있었고 스마트그리드, 핵발전, 탄소시장 등 정부가 내세우는 해결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까지 총 아홉 개의 토론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토론시간에 자유롭게 질문과 주장을 할 수 있었다.

"2010 한국기후행동캠프"에서 자유롭게 토론중인 참가자들 ⓒ이윤선

참가자들은 아홉 개의 세션 토론이 끝난 뒤 열 두 조로 나뉘어 전체 토론을 진행했다.

각 조는 “2012년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한국에서 열린다면”, “한반도에 큰 기후재난이 닥친다면”,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 의무당사국이 된다면”, “내년에 5백 명을 기후캠프에 모으려면” 기후운동이 어떤 활동들을 펼쳐야 할지를 주제로 고민해서 발표하도록 돼 있었다.

우리가 속한 조는 “한국이 의무당사국이 된다면”이라는 주제를 선택했다.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조별 모임이었지만, 기업들의 의지부족을 고민하는 환경공학과 학생들, 학교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고민하는 환경과목 예비교사와 농업을 통한 해결을 모색하는 귀농 대안학교의 고등학생, 친환경 기술 개발을 위해 ‘시장 형성’을 고민하는 지역 활동가, 국제적으로 압력이 있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과연 의무감축국으로 지정되는 것을 우리가 반겨야 할지 고민하는 새내기 대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다른 조들이 발표한 내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야 하고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저녁 늦게까지 이어진 조별 친목시간에도 참가자들은 서로 다양한 의견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우리와 함께 참가한 다함께 활동가 다섯 명이 제기한 급진적 해결책을 캠프에 참가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2010년 10월 10일 오전 10시 10분, 전 세계 각지에서 시민들이 온실가스를 1년에 10% 감축하자는 전 세계 공동행동을 벌였다. 한국에서도 같은 시각 남산 한옥마을에서 공동행동이 있었다. ⓒ이미진
"이 팻말은 정치적이라서 안 돼?!" 경찰은 한 참가자가 든 "이명박의 녹색 성장은 사기다" 라는 팻말을 문제 삼아 팻말을 빼앗으려 하자 행진 참가자들이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이미진

그럼에도 우리가 이 운동의 시작에 가장 진지하고 열의있는 활동가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점은 명백했다.

참가자들은 다음날 오전에 남산 한옥마을에서 출발해 인사동을 거쳐 안국동까지 10:10 국제캠페인의 일환으로 행진을 했다. 정말 오랜만에 서울 도심에 다양한 색깔의 배너와 홍보물들이 활기차게 행진했다.

단순한 에너지절약 홍보 활동으로 생각한 경찰 관계자들은 “이명박의 녹색 성장은 사기다” “4대강 말고 온실가스 감축에 투자하라” 하고 쓰인 다함께 팻말을 보고는 깜짝 놀라 팻말을 내리지 않으면 행진을 할 수 없다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경찰은 다함께 팻말만 내리면 된다며 대열을 분열시키려 했지만 행진 참가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길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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