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포퓰리즘이 국가 장래 위협한다”는 이명박:
부자 증세로 복지 확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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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에 연 첫 기자회견에서 이명박은 최근 중요한 사회적 의제가 되고 있는 복지 확대 요구에 어깃장을 놓았다.
“많은 나라의 예가 보여 주듯이 복지 포퓰리즘은 재정 위기를 초래하여 국가의 장래는 물론, 복지 그 자체를 위협한다.”
진보진영의 무상급식, 무상의료 요구가 국민적 지지를 받자 민주당도 말로나마 ‘보편적 복지’를 당 강령에 포함시키고, 심지어 박근혜조차 ‘한국형 복지’를 내세운 상황에서 그것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의 ‘복지 위기론’은 아주 간단한 사실들만 살펴봐도 완전한 허구임이 드러난다.
이명박은 “한정된 국가 재정으로 무차별적 시혜를 베풀고 환심을 사려는 복지 포퓰리즘”을 비난했는데 현재, 이 나라의 국가 재정이 부족해진 가장 큰 원인은 이명박 자신이 기업주·부자 들의 세금을 깎아 줬기 때문이다.
이명박이 깎아 준 세금만 다시 거둬도 무상급식, 무상의료를 당장 시행할 수 있다.
더구나 2010년 상반기 상장기업 5백52곳의 잉여금만해도 무려 3백38조 5천4백43억 원이었다.(〈연합뉴스〉 2010년 9월 5일)
OECD 평균 수준의 복지 지출을 따라잡는 데 추가로 필요한 연간 재정 1백10조 원의 세 곱절이다. 이런 재벌·대기업 들에게 세금까지 깎아 주고는 이제 와서 ‘한정된 국가 재정’ 운운하는 게 말이 되는가.
복지 확대가 재정 위기를 초래한다는 얘기도 거짓말이다.
“많은 나라”를 볼 것도 없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를 봐도 전 세계에서 가장 복지가 잘 돼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스웨덴은 이번 경제 위기에서도 가장 잘 버텨 낸 나라 중 하나였다. 반대로 가장 복지가 형편없는 미국이 이번 경제 위기의 진원지였다.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를 두고 ‘과도한’ 복지를 문제 삼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그리스는 유럽에서 가장 복지가 형편없고 노동시간이 긴 나라 중 하나였다.
오히려 “그리스 위기의 근본적 요인으로는 유로 가입으로 인해 야기된 취약한 거시경제 환경에서 우파 정부가 추진했던 감세정책을 들 수 있다.”(정세은 충남대 교수)
아일랜드의 재정 파탄도 금융 자본들의 투기 때문이었다는 것은 보수 언론들조차 인정하는 사실이다.
복지 확대가 아니라 한미FTA, 부동산 투기 규제 완화, 감세 등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이런 나라들의 위기를 낳은 정책과 닮은 꼴이다.
“복지 포퓰리즘” 운운하는 이명박 정부는 슬그머니 자기들 연봉은 인상시켰다. 대통령 연봉은 총 2억 1천9백5만 4천 원으로 지난해보다 1천만 원가량 인상했고, 국무총리도 1억 6천1백4만 1천 원으로 8백만 원 올랐고, 장관들도 6백만 원씩 인상했다.
결국 복지 확대가 위협하는 것은 ‘국가 재정이나 나라의 장래’가 아니라 재벌·대기업·부자 들과 그들을 대변하는 이명박 정부의 기득권일 뿐이다.
고령화
한편, 지난 12월 30일 영국 노동연금부가 “현재 영국 인구의 17퍼센트 정도는 수명이 1백 세 이상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노동연금부 장관 스티브 웹은 “이것이 우리가 연금 시스템을 개혁하려는 이유”라고 말했다. 노인들이 더 오래 살게 됐으니 연금을 삭감해야 한다는 얘기다.
인구의 5분의 1 가까이가 1백 세 이상 살 것이라는 이 발표가 얼마나 사실일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노동자들이 장수하게 됐다는 사실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 연구 자체가 연금 삭감의 근거를 마련하려고 기획됐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5월에 2008년 출생아를 기준으로 한 영국인의 기대수명이 평균 80세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복지 삭감을 위한 이 논리는 나흘 만에 지구 반대쪽까지 날아왔다.
발표가 난 지 나흘 만에 이명박 정부가 “1백 세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하며 복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나섰다.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가 기초노령연금 삭감 계획을 몰래 추진하던 사실이 폭로돼 대중적 반발을 사자 어떤 식으로든 근거를 만들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실질임금 수준 등을 고려하면 한국의 국민연금은 영국 정부의 삭감 계획이 성공할 경우에 영국 노동자들이 받게 될 연금에도 한참 모자라는데 덩달아 연금 삭감을 준비하고 나선 것이다. 영국 같은 무상의료 제도도 없는 이 나라에서 쥐꼬리 만한 연금마저 깎으려는 것은 더욱 악랄한 짓이다.
기대 수명이 늘어나 복지 지출이 늘면 그 나라 경제가 감당할 수 없게 된다는 얘기에는 아무 근거가 없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 동안 기대 수명이 빠른 속도로 늘었지만 경제도 성장하고 복지 지출도 늘어났다.
고령화를 빌미로 한 이명박 정부의 복지 삭감 시도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