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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신입생과의 진땀 빼는 토론 후기

1월 28일 〈레프트21〉이 주최한 ‘튀니지외 21세기 혁명’ 토론회가 끝난 뒤, 나는 〈레프트21〉과 대학생 다함께가 공동주최한 미니맑시즘 ‘대학생, 무엇을 할 것인가’에 참가했다가 가입한 다함께 신입회원과 새벽까지 토론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올해 대학에 입학한 11학번이었고,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에 대한 궁금증과 불만 때문에 “대학생,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미니맑시즘의 제목에 끌렸다고 했다.

아래는 그와 나눈 많은 대화 중 특히 나를 진땀 빼게 만들었던 토론을 적은 것이다. 급진화하는 청년들에게 사회주의 정치를 소개할 때 도움이 될 듯해서 써 봤다. [기억과 간단한 메모에 의존해서 쓰는 것이라 부정확할 수는 있다]

그: 왜 굳이 ‘사회주의’나 ‘맑시즘’ 같은 어휘를 사용하는 것이죠? 자본주의의 대안이 사회주의만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솔직히 아직 나는 사회주의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아요. 자본주의도 필요하고, 사회주의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 아무튼 토론회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는 데 맑시즘이라는 제목이나, 사회주의라는 단어는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처음에는 더 ‘부드러운’ 내용으로 시작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나: 굳이 사회주의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을 것 같은데, 하나는 우리 사회의 레드컴플렉스에 도전하는 것이예요. 확실히 사회주의라는 단어는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금기시되죠. 둘째 이유는, 사실 이게 더 중요한데, 대중들의 의식을 존중하기 때문에 우리의 정치를 솔직히 드러내는 것이예요. “신입생들이 뭘 알겠어”라는 엘리트주의적인 생각과 달리 우리가 처음부터 사회주의 정치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이유는, 그것이 비록 처음에는 다소 불편할지라도, 동지와 같은 분들에게 고민을 던져주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동지의 생각하는 능력과 의식을 존중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불가능한 일이죠. 당장 지금도, 우리가 사회주의 정치를 드러냈기 때문에 지금 사회주의에 대해서 한 번 더 고민하고 있잖아요.

그: 그러나 그렇게 하면 사회주의에 동의하는 소수만 남게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작은 사람들만으로는 사회를 바꿀 수가 없을 텐데…

나: 투쟁에는 “쪽수”가 중요하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해요. 게다가 일상적 시기에는 사회주의 주장만으로는 다수가 되지 못하죠. 그래서 우리는 ‘공동전선’을 강조해요. ‘다함께’라는 우리 단체의 이름도, 서로 이견이 있어도 함께 투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예요. 그러나 함께 싸운다는 이유로 그 안에서 우리의 주장이나 이견을 숨기지는 않아요.

그: 제 말은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접근성을 키우자는 것이예요. 사람들이 더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말이예요.

나: 맞아요, 접근성은 매우 중요해요. 바로 그 때문에 볼세비키도 러시아 혁명 당시에 “사회주의 하자”가 아니라 “빵, 토지, 평화”라는 구호를 내걸었죠. 같은 이유로 미니맑시즘도 ‘사회주의의 ABC를 공부하자’와 같은 제목들이 아니라, ‘대학과 학생운동’, ‘기후변화’, ‘여성차별’와 같은 현실 쟁점들을 배치했던 것이예요.

그: 그리고 굳이 사회주의를 먼저 말해야 할까요? 피지배계급[그가 직접 사용한 표현이다]끼리 모여서 함께 투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식의 결론이 도출될 것 같은데..

나: 우리는 운동 진영 내에서도 경쟁을 해요. 의식이 자동적으로 혁명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나아가지는 않기 때문이죠. 게다가 운동은 성장함에 따라 외부에서 주입하지 않아도 정치적 기로에 서게 되요. 그런 상황에서는 단지 투쟁을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최선의 답이 주어지지는 않거든요.

그: 저는 여전히 맑시즘이라는 행사명이 바뀐다면 더 많은 사람이 올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제가 친구들에게 같이 가자고 했었는데, 친구들이 자기는 ‘맑시즘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안 가겠다고 했거든요.

나: 고민하시는 것처럼 대중의 정서를 잘 읽는 것이 중요해요. 우리는 대중보다 열 발자국이 아니라 딱 한 발짝 앞에, 그러나 분명히 앞에 서야 한다는 표현을 써요. 대중들의 뒤에서 박수만 치지도 않겠지만, 그렇다고 우리끼리 저 멀리 앞으로 달려나가서 “우리가 옳으니까 너넨 따라와”라고 말하지도 않겠다는 것이죠.

맑시즘은 우리가 올해로 11년째 열고 있는 포럼이지만 언제나 이름이 맑시즘이었던 것은 아니예요. 2007년~2008년 세계경제 위기가 심화되고, 일본에서는 프로문학 《게공선》이, 유럽에서는 《공산당 선언》이 다시금 베스트셀러가 되는 등 정치적으로 좌경화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름을 바꿨던 것 같아요.

그: 하긴, 제 친구들 같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미니맑시즘에 여전히 그만큼이나 왔던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일리는 있는 것 같아요.

내가 한 모든 토론이 그에게 충분한 답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또, 즉흥적 토론이었기 때문에 내가 말한 것에는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 나는 엘리트주의와 기회주의를 둘 다 피하면서도 사회주의 정치를 숨기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을 뿐이다.

토론은 결코 쉽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그러나 촛불세대들이 대학에 진학하기 시작한 지금, 이런 식의 정치적 커밍아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레프트21〉 독자들과 내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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