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이집트 혁명의 현재 상태와 반제국주의 투쟁으로 발전할 잠재력은 구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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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독자편지는 〈레프트21〉 51호에 실린 독자편지 '이집트 혁명의 반제국주의적 성격을 간과해선 안 돼'에 대한 반론입니다.
조익진 동지는 논쟁에서 이집트 혁명의 반제국주의적 성격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집트 혁명이 장차 반제국주의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그 투쟁이 현 단계에서 반제국주의적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나 역시 이집트 혁명이 반제국주의 투쟁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하고 또 운동이 발전함에 따라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의 제국주의 세계 지배 전략의 핵심 요충지에서 지배계급에 반대하는 운동은 필연적으로 반제국주의적 성격을 강하게 띨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미국 제국주의 세계 지배 전략의 핵심 요충지에서 친미 독재정부를 무너뜨린 대중투쟁이 자동적으로 반제국주의로 나아가지는 않는다는 사실은 파키스탄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 접경지역으로 독재자 무샤라프는 ‘테러와의 전쟁’을 충실히 수행하는 대가로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원조를 받아 왔다. 무샤라프 역시 ‘이슬람 근본주의’가 득세하는 것을 막아 주는 ‘온건한’ 독재자였다.
파키스탄 민중은 2007년 말 계엄반대 운동에 나섰지만 주요 야당들은 투쟁 초기에 시위대와 거리를 두었다. 결국 무샤라프는 쫓겨났다. 이 모든 것은 현재의 이집트와 비슷했다. 그러나 파키스탄은 지금도 오바마의 충실한 우방으로 남아 있고, ‘아프팍(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합성어) 전쟁’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파키스탄 민중은 여전히 제국주의 전쟁 때문에 신음하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이집트에 친미 정부가 다시 들어설 가능성이 낮지 않다는 주장은 충분히 제기될만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제국주의와 자본주의를 분리할 수 없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답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이집트 투쟁이 거대한 중동 투쟁의 일부라는 것과 그 때문에 혁명이 훨씬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 장기 독재 때문에 역설적으로 주류 정치인들이 혁명 위에 올라타는 것이 더 어렵다는 점, 이집트에서 노동계급이 강하고 그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 제국주의가 팔레스타인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가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설명하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 이집트에서 권력은 군부의 손에 있는데 이들은 현재의 투쟁이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을 위협하는 것을 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이 ‘평화협정’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학살하는 것에 협조한다는 내용이다.
무바라크는 ‘평화협정’을 이유로 2009년 초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 당시 팔레스타인쪽 국경을 봉쇄하고 구호물품 반입을 금지했다. 따라서 이스라엘과 ‘평화협정’ 폐지가 반제국주의 투쟁의 주요 요구가 돼야 하지만 아직 이는 잠재력으로만 남아 있다. 마치 연속혁명이 아직 잠재력으로 남아 있듯이 말이다. 이집트 혁명이 군부에 도전할 때 비로소 그 잠재력들은 발현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서 무슬림형제단은 아랍민족주의가 아니다. 무슬림형제단이 속한 이슬람주의는 아랍민족주의와 한때 서로 피를 흘리며 싸웠고 둘 다 독자적인 양대 개혁주의 세력이다.